(저들은 뭐 때문에 괴물하고 무모한 대결을 하려는 것일까?)
저 사냥꾼들도 어쩌면 호랑이가 아니라 자신들이 파괴해야 할 일상의 지루함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이면 눈뜨기가 무섭게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보다 흥미롭고 자극적인 뉴스부터 찾는 자신과 저 사냥꾼들과는 근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명훈 은 신문을 들여다보면서 따분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는 야릇한 오르가즘을 느끼곤 했다. 신문보는 재미는 기묘한 사건이 많을수록 더해진다.
하여간 이명훈은 자기랑 마주친 용감한 도시의 사냥꾼들이 무사하기를 빌며 강형사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
그때였다. 조그마한 산등성이를 마악 돌아서면서 이명훈이 자신쪽으로 두 개의 커다란 노란불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처음에 이명훈 은 노란불을 그저 스쳐 가는 오토바이의 불빛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도로위에서 심하게 출렁이는 그 불빛이 매우 수상했다. 더구나 그 불빛은 어느 틈엔가 그의 차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순간 위험을 직감한 이명훈 은 차를 황급히 세웠다. 그래도 노란 불빛은 막무가내로 그를 향해 돌진해 들어 왔다. 갑자기 그 노란 불빛이 하늘위로 치솟았다.
아!
조명탄같이 밤하늘에 긴 빛을 흘리며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노란 불빛속에서 이명훈은 거대한 짐승의 발톱과 얼룩 무늬의 뱃가죽을 언뜻 보았다. 그건 다름아닌 도시의 사냥꾼들이 노리고 있는 왕대의 거대한 배였다.
"......!"
한동안 자신의 2층집을 노려보던 강형사는 품에서 권총을 슬며시 꺼냈다. 총을 움켜쥔 손이 파르르 떨린다. 그는 마구 방망이질치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집 대문을 슬며시 밀어냈다. 마치 처음 들어가는 낯선 집처럼 조심스럽게,
녹색 기와로 치장된 2층집은 오늘밤 예전의 그의 집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왠지 낯설고 무섭게 보인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암흑속에 파묻혀 있는 집은 강형사를 삼켜 버리기 위해 또아리를 틀며 숨어있는 구렁이 같다.
뭔가 모를 위험한 분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은 집안에는 다행히도 식구들은 없었다. 강형사의 아내와 어린 아들은 며칠전에 시골에 일이 있어 내려갔었다. 덕분에 강형사는 며칠동안 자유를 맘껏 누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밤낮으로 왕대를 추적하는 통에 외박을 밥먹듯 해야 하는데 마침 잘된 셈이었다.
그래도 저녁이 되면 텅빈 그의 집에는 어김없이 불이 켜지곤 했었다. 해가 지면 자동으로 온 집안에 조명이 켜지게끔 강형사가 미리 센서 장치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사람사는 집이 특히 저녁에 불이 꺼져버려 매우 을쓸년스럽게 보이는 것을 그는 몹시도 싫어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틀만에 돌아온 강형사의 집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집안에 무슨 나쁜 일이 생긴 탓이라고 느낀 육감은 아무 생각없이 집안으로 들어서려던 그를 대문앞에 붙잡아 세웠다.
강형사는 거의 기다시피하여 현관에 도달하였다. 그가 슬쩍 밀어보자 예상대로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그는 얼른 열쇠를 밀어넣었다. 딸칵하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커텐이 쳐져있던 탓인지 거실안은 칠흑처럼 캄캄하였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떠보자 차츰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
거실안은 역시 난장판이었다. 제자리에 있는 가구는 하나도 없었고 거실탁자에 있던 전화기는 처참하게 박살이 나 있었다. 마치 거대한 해머로 힘껏 내리친 것처럼 같았다.
산산조각난 파편에서는 짐승의 지독한 노린내가 배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