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때 강형사로부터 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앞에 한 쌍의 남녀가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등산복차림인 40대의 남녀는 피곤해보였지만 연인임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이 서로 팔짱을 끼고 두 몸이 한 몸처럼 깊숙히 밀착해 있었다. 그들은 한창 서로 뜨거운 감정에 휩싸였여 있는지 시내의 비상사태에는 아랑곳 하지않고 흐느적거리며 걷고 있다. 저렇게 무방비상태로 밤거리를 헤매고 다니다가는 화를 당하리라는 걱정이 들어 강형사는 그들에게 경고라도 해 줄 셈으로 그들에게 달려갔다.바로 그때 밤하늘을 뒤흔드는 낯설은 짐승 소리가 났다. 동시에 팔짱을 끼고 걷던 여자는 땅바닥에 사정없이 자빠지고 남자는 왠일인지 갑자기 정신없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달음질치는 남자의 모습이 좀 이상했다. 그 남자가 마침 네온 가로등 밑을 쏜살같이 마악 지나가는 순간,
“아뿔싸! ”
강형사는 그만 탄식을 내지르고 말았다. 남자의 허리를 물고가는 얼룩 달록한 큰 짐승이 가로등의 불빛속에서 무시무시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한 순간에 온세상을 공포에 빠뜨린 문제의 그 호랑이였다. 강형사는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뒹굴고 있었지만 돌볼 겨를이 없었다. 강형사는 얼른 38구경 콜트 권총을 꺼내어 호랑이를 향해 마구 갈겨댔다.
“탕탕 !”
그 총소리에 놀라서 골목주변에 깔려 있던 전경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호랑이다! ”
공포에 질린 고함과 함께 전경들의 K-1 소총에서 맹렬한 불꽃이 뿜어졌다. 그러나 호랑이는 너무나도 빨랐다. 사방에서 비오듯이 쏟아지는 총알들을 비웃으며 호랑이는 어느 주택의 담장위로 도약했다. 그 담장위를 가볍게 한 번 찍더니 몸을 날려 어둠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호랑이에 물려가던 가엾은 남자는 아마 전경들이 퍼부은 총탄세례에 벌집이 되었을텐데 호랑이는 아무 이상도 없는 듯 했다.
다음날 아침 경찰청은 두 종류의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첫째는 우선 경찰 수뇌부를 짓누르고 있는 무력감이었다. 철통같은 경비속에서도 불구하고 간밤에 또 남자가 호랑이에게 물려가버렸던 탓이었다. 남자의 시체는 군경수색대에 의해 광교산 북동쪽 시루봉에서 발견되자 경찰수뇌부는 침울한 분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일선 경찰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제일 눈에 띈 것은 마냥 눅눅하기만 했던 형사들의 사무실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그리고 모두들 밤늦은 수색 때문에 잠을 설쳤을텐데 눈빛만은 반짝 반짝 살아 움직였다. 모두 평상시에는 책상에 달라붙어 앉아 스마트폰의 게임이나 하고 콧구멍이나 쑤시고 있을 친구들이 '망할 놈의 호랑이 새끼'를 꼭 자기 손으로 잡고 말겠다고 떠들어대며 총기를 손질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간밤에 이미 호랑이하고 현장에서 한번 부딪친 강형사는 속으로 동료들의 안전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새롭게 돌변한 사무실의 분위기만큼은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그때 사무실앞을 지나가던 기동타격대 대장이 안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강형사를 찾았다.
“자네도 호랑이 사냥에 나갈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