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팔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지자 두 납치범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그들은 경찰이 단 5분도 안되어서 달려와 자신들을 검거한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봐요, 형사님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경찰차에 태워져 호송되어가던 길에 봉고차를 운전했던 선글라스가 중키의 강철민 형사에게 불쑥 물었다.
“뭐가?”
“우리나라 형사님들이 언제 이렇게 번개같아졌죠?”
“그게 그렇게 궁금하냐?”
“네.저도 아직 뭐가 모르겠어요. 우리가 뭐 흘린 것 있나요?”
“짜샤, 그런 건 아니고.”
“그럼 뭐죠?”
“너희들이 겁없이 저 여자아이를 고른 게 화근이었어.”
강형사는 앞차에 타고있던 소녀를 턱으로 가리키며 대꾸했다.
“그 아이요? 뭐 돈 많은 집 딸이라는 것 말고는 별로 특이한 점은 없었는데.”
납치범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형사가 그자의 머리를 툭툭 쳤다.
“병신들, 그 아이의 머리속에 방범용 전자칩이 박혀 있는 것은 전혀 상상도 못했겠지?”
“전자칩이요?”
강형사를 동시에 바라보는 납치범의 두 눈이 커졌다.
“그래. 그 전자칩에는 그 아이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모든 길이 입력되어 있어.예를 들어 학교 학원 백화점 그리고 친구들 집 등 말이야.”
“네에?”
“그런데 너희같은 녀석들이 그 아이를 지금처럼 납치해서 일상적인 루트에서 벗어나게되면 그 즉시 우리 경찰본부에 긴급연락이 온다. 이제 알겠냐?”
강형사의 설명에 비로소 모든 것이 이해된 듯 납치범들의 얼굴이 이그러졌다.
“젠장, 하필 그런 아이를 고르다니……재수 옴 붙었네.”
납치범의 푸념에 설명을 해주던 강형사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재수없다고? 아직도 이런 덜 떨어진 녀석들이 있나?이제 웬만한사람들은 그 전자칩인가 뭔가 하는 것을 장착하고 다니는 것을 아직도 모르다니……쯧쯧, 그러니 이런 무모한 일을 벌였지.”
“세상에,”
“이제 너희 범죄자들도 첨단과학시대에는 발붙을 곳이 없어. 이제 전업을 하고 착하게 살아!”
강형사는 아직도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납치범의 머리에 군밤을 세게 먹이려다 그만 두었다. 내심 그도 점점 경찰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신해가는 방범용 전자칩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조만간에 납치범만 아니라 자신도 전업을 해야되지 않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중앙경찰서의 강력계 민완형사 강철민만의 고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