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2029 8 15.

......

운명의 아침 공노인을 비롯한 영산수호회의 모든 멤버들은 GSA에서 밖으로 끌려 나왔다. 어둡고 착잡한 그들의 마음과는 달리 8월의 뜨거운 태양이 녹이고 있는 바깥 세상은 너무나도 화창했다. 공노인 일행은 보안군의 삼엄한 감시속에서 광장을 가로질러 갖가지 꽃무늬로 장식된 삼라정보탑의 건국식장 안으로 호송되었다.

“……!

 

중앙에 우뚝 자리잡고 있는 코브라는 오색의 색종이들로 휘황찬란하게 치장하고 있어서 건국식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었다. 코브라의 주변에는  말끔한 예복으로 갈아입은 수많은 기술요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복잡한 기계들을 부지런히 점검하고 있었다.

 

황박사는 코브라의 정면에 설치해놓은 단상에 앉아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촬영하는 감독처럼 모든 것을 총지휘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천재인 기술국장은 황박사의 메시지를 수시로 받아 기술요원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곤 했다.

 

그런 떠들썩한 잔칫집 분위기를 이용하여 지수는 진작부터 보안군으로 위장하여 식장안에 침투해 있었다.무장 보안군과 감찰요원의 번뜩이는 감시의 눈빛을 피해 그는 실내의 상황을 익히며 소유천이 모습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자신의 앞을 지나쳐가는 두 명의 사내아이를 보다가는 흠칫 놀랐다.

 

“……!

 

 그들은 다름아닌 아수라 군단을 지휘하던 강태풍과 김영훈이었다.두 사람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지수는 얼른 고개를 돌려 낯설어진 그들의 시선를 피했다. 지수는 혹시나 싶어서 주변을 면밀히 살펴보았더니 역시나 유정화의 모습도 멀찌감치 언뜻 보였다. 그녀는 자신을 찾는 듯 주변사람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피고 있었다. 정화와 친구들은 예전의 자기처럼 황박사의 비밀감찰요원이 되어 그의 수족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황박사가 결국 친구들의 뇌에까지 여의주를 심어 그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지수는 가슴이 꽉 막히며 분노가 치솟았다.하지만 지금은 친구들과 어설프게 충돌하면 안되었기에 지수는 감시의 눈초리를 피하기위해  얼른 모자를 더 깊숙히 눌러 썼다.

 

“……?

 

그때 출입구쪽에서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보안군들에 의해 끌려나왔다. 그들은 소유천에 의해서 잡혀온 공노인과 지성, 고래밥 그리고 돈수였다. 공노인의 얼굴이 매우 초췌하게 보였다.

 

(일단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지수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으나 유정화를 비롯한 비밀감찰요원들의 번뜩이는 시선때문에 아는 체를 할 수 없었다.

그때 황박사는 공노인을 잠시 가엾다는 시선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만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천재인 기술국장의 신호를 받고는 곧 진지한 표정으로 생방송용 카메라를 향하여 돌아 앉았다. 정성들여 분장을 한 탓인지 미소를 짓는 황박사의 얼굴이 오늘따라 한결 젊어보였다.

 

“여러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란했던 건국식장은 한순간에 조용해지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되었다

 

“위대한 시민 여러분, 우리들은 그동안 우리 인류는 저 거대한 대우주를 포용하고도 남을 훌륭한 뇌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다 사용하지못하고 죽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불행은 우리가 가진 이 훌륭한 보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데 에서 비롯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해답을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영원히 해결될 것 같지 않았던 인류의 문제를 한 순간에 풀어줄 위대한 지도자가 드디어 우리 곁에 메시아처럼 나타났습니다.

 

그분은 바로 오늘 타화자재천국에 함께 현신(顯身)하실 소유천왕입니다.그분은 우리에게 우리의 뇌를 완벽하게 사용하게끔 인도해주시고 우리에게 무한한 행복을 안겨주실 것입니다.

 

 황박사는 이제 노골적으로 소유천을 왕으로 부르고 있었다.

 

“소유천왕 만세!

황박사의 연설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분위기에 도취된 누군가가 선창을 하자 식장의 다른 사람들도열광적으로 만세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환호의 도가니속에서 지수는 침착하게 보안군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소유천을 기습할 기회를 노렸다.

 

“소유천왕이 다스리는 타화자재천국에서 새로운 시민으로 살아갈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모두 열심히 일하고 환희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타화자재천국은소수의 엘리트 계급의 이익을 위하여, 대다수의 시민들이 희생과 착취를 강요당하고 또한 그것을 합리화 시켜주던 기존의 국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모든 시민이 대통령이 되고 부유한 재벌이 되는 절대 평등의 세계입니다.

황박사의 열변은 점점 정점을 향해 뜨거워져 갔다.

“지금 우리의 지도자 소유천왕은 지금 이 타화자재천국에서 숨쉬고 있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들이 그분을 자유롭게 해줄 때입니다.

황박사가 사자후하자 감동한 수만명의 시민들은 광신도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을 했다.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곁에서 지켜보고있던 영산수호회 멤버들은 풀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혹시라도 어떤 뜻있고 용기있는 한  사람의 시민이라도 황박사에게 최후의 저항이라도 하지않을까 하는 한 가닥 기대를 품었던 그들은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는 완전히 절망을 하고 말았다.

특히 그들은 자신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황박사의 부하로서 충실하게 행동하는 유정화와 다른 친구들을 보고는 자신들도 곧 그들처럼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다.

한편 지수는 황박사의 연설이 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음을 느끼고 소유천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긴장된 시선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

그때 무슨 낌새를 챘는지 정화가 갑자기 지수가 서있는 곳으로 서둘러 다가오기 시작했다.그녀는 지수의 앞에 우뚝 멈추어 섰다. 순간 숨이 꽉 막힌 지수는 정화의 날카로운 시선이 모자챙밑에 감추어진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서 뚫고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

그리고 한순간 정화의 몸이 경직되는 것을 엿본 지수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허리춤에 찬 권총을 더듬었다.

그때였다. 한창 열변을 토하던 황박사는 모든 메시지를 다 전해주었다고 생각했는지 문득 연설을 멈추고 천재인 기술국장을 향해 서서히 돌아섰다. 그리고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기술국장, 이제 레이저망을 작동시켜라!

!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대답을 한 천재인 기술국장은 곧바로 식장를 검색하던 모든 요원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모두 제 자리를 지키라는 신호였다. 마악 지수의 모자를 벗겨 얼굴을 확인하려던 정화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지수는 기슴을 쓸어내리며 위기의 순간에 때맞춰 정화를 불러들인 천재인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

잠시 후 삼라정보탑에서  레이저 빛이 나오더니 시 전역으로 뻗어나갔다.그리고 지상에서 투사되는 다른 빛깔의 레이저들과 만나 서로그물처럼 연결되었다. 이윽고 상공에 거대한 레이저망이 형성되고 그속에서 전기폭풍이서로 뒤엉켜 소용돌이쳤다.

1 여우탑 작동 시작!"

마침내 기술국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첫번째 여우탑이 자기 관할구역에 살고있는 모든 시민의 눈에 여의주와 소유천을 투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잠시 후 그것을 받아들인 시민들의 뇌속에 여의주가 성공적으로 안착이 되고 대환희성까지 세워졌다고 코브라가 선언했다. 비로소 여우탑이 쏘아대는 레이저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간파한 공노인은 같이 있던 아이들에게 황급히 소리쳤다.

“얘들아, 레이저 빛을 보면 소유천에게 순식간에 정복당한다! 모두 눈감아! “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일제히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였다. 그것을 본 황박사는 공노인에게 벌컥 화를 냈다.

 

“언제는 환상이라고 비아냥거리더니 이제야 무서움을 깨달은 거구나.명색이 과학자라는 작자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타화자재천국을 거부하다니!

 

그러나 공노인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우리는 끝까지 가상세계를 거부할 것이다.”

그럼 그렇게 비겁하게 눈을 내리 깔지말고 정면으로 용감하게 대항하시지.”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황박사는 공노인에게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그의 분노를 반영이라도 하듯 2여우탑은 똑같은 방식이지만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급기야는 팔달산에 설치한 마지막 2999번째의 여우탑까지 치달았다. 스크린에 비친 팔달산의 중턱을 잔뜩 긴장된 시선으로 노려보던 황박사는 다시 기술요원들을 강하게 독려했다.

 

 “자, 마지막 여우탑이다! 더 이상 실패는 절대 안돼!

절규와 다름없는 황박사의 갈라진 목소리가 식장을 울리자 더욱 긴장한  기술요원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팔달산의 여우탑을 빠르게 원격작동시켰다.

“제 3000번 여우탑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이윽고 코브라의 낭랑한 목소리가 숨소리 하나 들려오지않던 고요한 실내로 흘러나왔다.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팔달산을 비롯한 전 시내의 상공에서 일제히  갖가지의 아름다운 꽃들이 비처럼 쏟아져내렸다.

“와아!

“성공이다!

미증유의 건국식을 위해 수많은 날들을 밤낮없이 준비해오고 막상 당일에는 애간장을 태우며 작동을 지켜보던 모든 기술요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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