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지수를 놓쳐버렸다고!

 

잠시 후 마달수 신임 보안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황박사는 이맛살을 찌푸렸다.그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마국장에게 단호하게 지시를 내렸다.

 

“우리의 비밀을 알고있는 지수가 외부와 접촉하면 큰일이야. 너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빨리 지수를 검거하거라, 알겠나!”

“네.

 

황박사로부터 크게 혼날 줄 알고 미리서 잔뜩 쫄아있던 마달수는 번개처럼 밖으로 튀어나갔다.마달수가 사라지자 황박사는 천재인 기술국장에게 돌아섰다.

 

 “아무래도 불안해. 만일을 대비해 거사를 앞당겨야겠다. 시청은 이미 우리가 장악하고 있으니 됐고 골치아픈 의원나리들을 손봐야겠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기술국장의 명을 받은 기술국 요원들이 이동용 여우궁 다섯 대를 끌고 시의회 의사당으로 몰려갔다. 의사당은 시청으로부터 대략 30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황박사는 육안으로 여우궁이  그곳에 속속 도착하는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의사당을 순식간에 포위한 여우궁의 지붕에서 탐조등이 하나 둘씩 솟아나왔다. 탐조등은 의사당의 지붕위를 향해 특이한 레이저 불빛을 쏘기 시작했다. 다섯 개의 빛줄기는 허공에서 서로 만나 건물을 감싸듯이 밑으로 내려갔다. 강렬한 레이저에 완전히 싸이는 순간 의사당은 아지랑이처럼 흐물흐물거렸다.

그리고는 위에서부터 지우개로 지우듯 의사당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그 자리에 나무와 계곡이 울창한 광활한 밀림이 들어섰다.

 “어흥,

밀림의 모습이 완전히 형성되자 사방에서 갑자기 사자의 포효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거대한 사자들이 떼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뒤를 이어 수 십 마리의 호랑이와 표범 그리고 늑대들 각종 맹수들이 달려 나왔다. 의사당에서 법안처리를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던 의원들은 갑자기 변한 환경에 어리둥절하더니 난데없이 나타난 맹수들을 보고는 기절초풍을 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고 이리 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사나운 맹수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의원들을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황박사는 기술국장을 돌아보며 짐짓 꾸짖듯이 말했다.

“기술국장, 저들에게 왜 총을 주지 않았나?

“저들이 평소에 워낙 싸움 잘하고 투쟁적이어서 저 정도는 다 때려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무슨 소리야! 공정한 게임을 해야지. 빨리 무기를 보내주게.

“넷.

머쓱해진 기술장국은 즉각 황박사의 특별한 배려를 기술요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로부터 얼마 안되어 늪에 빠져있던 지프차로 정신없이 피신하던 의원들은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이야!총이야!! 이제 살았어!

그들은 재빨리 각종 총기를 집어들고는 분풀이라도 하듯 달려드는 맹수들을 향해 마구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총의 힘을 맹신한 의원들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은 필요없다는 듯 각자 가고싶은 데로 하나 둘씩 흩어져 갔다.

 그 틈을 노려 사자와 표범은 의원들을 덮치고 그들의 연약한 다리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 와중에 잔인한 식인종들도 홀연히 나타나 그들에게 독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밀림은 맹수들의 거친 포효소리, 인간의 고기를 뜯어먹으며 환호하는 식인종들의  괴성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이 미친 듯이 쏘아대는 날카로운 총성으로 뒤흔들렸다.

그런 아비규환의 사파리를  멀리서 바라보던 천재인 기술국장은 새삼스럽게 몸서리치며  황박사에게 말했다.

“이제 저들은 죽는 순간까지 생존투쟁을 벌이느라고 황박사를 귀찮게 할 틈이 전혀 없겠군요.

“다 증강현실 덕분이야.

 

황박사가 회한에 찬 시선으로 죽음의 사파리를 바라보며 대꾸할 때 어느 의원이 사파리를 용케 탈출해서 광장으로 미친 듯이 달려나가다 아스팔트 위로 거꾸러지는 모습이 보였다맹수에게 물린 듯 

오른쪽 어깨죽지가 끔찍하게 떨어져 나간 그의 몸통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그 광경을 보고 곁에 있던 어느 기술요원이 매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황박사를 돌아보았다.

 

  “박사님, 인간과 가상의 이미지가 너무 격하게 반응을 해서 너무 위험한데 그만 강도(强度)를 낮출까요? "

“안돼 위험하지 않으면 금방 싫증을 내고 현실세계로 돌아오려고 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야.

“알겠습니다.

 

기술요원은 황박사의 깊은 뜻을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이었다. 황박사는 다소 그늘이 진 시선으로 천재인 기술국장을 바라본다.

 

, 이제 권력의 심장부는 모두 장악되었고 지수만 잡아들이면 되는데 말이야.”

박사님, 이제 지수녀석은 독안에 든 쥐 신세이니 너무 염려마시고 그냥 소유천을 세상에 내보내죠.

그래.모든 장애물은 완전히 치워졌으니 서두르자.”

 

황박사는 마침내 결단을 내린 듯 천재인 기술국국장에게 확신에 찬 미소를 지어 보였다.천재인도 고개를 끄떡였다.

 

언제 시작할까요?

“815일이 어떨까?

무슨 깊은 뜻이라도?

“1945 815일은 우리 민족이 암울한 식민지에서 해방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번 815일은 모든 인간이 자신의 뇌를 다 사용하지 못했던 무명(無明) 즉 암흑시대에서 벗어나는  아주 거룩한 날이다.

. 아주 좋습니다.

그럼 그날을 목표로 해서 준비를 철저히 하거라.

. 걱정마십시요.

 

 황박사를 향해 환하게 웃는 천재인의 앞에 새로운 신세계가 활짝 펼쳐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