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로부터 보름후 지수와 채연은 시청앞 공원 구석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도로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시청 건물을 조용히 노려보고 있었다.
채연과 함께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던 지수는 이윽고 혼자 시청 정문으로 향했다.정문에는 두 명의 보안군이 총을 들고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지수는 시청에 서류를 떼러온 민원인처럼 가장하고 자연스럽게 경비실을 지나쳐 갔다. 다행히 보안군들은 흘끔 한 번 보았을 뿐 굳이 그를 심문하지 않았다.하지만 언제 보안군들이 자신을불러세울지 몰라 지수는 잰 걸음으로 현관으로 들어갔다.지수는 곧장 시장실로 향했다.
복도에도 중간 중간 보안군들이 경비를 서고 있어서 잔뜩 긴장한 지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걸었다. 3층에 있는 시장실의 문앞에도 보안군들이 버티고 있어 출입자들을 일일이 검문하고 있었다.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깡마른 보안군이 지수를 제지했다.
“무슨 일이죠?”
“황박사님이 시장님께 전할 서류를 갖고 왔습니다.”
“신분증을 보여주시죠.”
“네.”
보안군은 지수가 내민 신분증을 얼른 나꾸어 채 스캐닝 건으로 신분증을 검색한다. 예전에 황박사가 무제한 출입을 위해 발급해준 신분증이었지만 등급이 어떻게 변했는지 몰라 보안군의 스캐닝을 바라보는 지수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그런데 다행히 신분증의 출입등급에는 달라진 것이 없는지 보안군은 별다른 말없이 신분증을 지수에게 그냥 돌려주었다..
신분증검색이 끝나자 다른 보안군이 정문옆에 붙어 있는 인터폰으로 방문객이 왔다고 알려주었다.조용히 열린 문으로 지수가 안으로 들어서자 젊고 쭉 빠진 여비서가 쪼르르 나와 지수를 맞이했다.장시장은 안에서 뭔가 서류를 보다가 여비서가 안내해준 한지수를흘끔 쳐다본다.
“자네는?”
“전 황박사님의 비밀감찰부에서 일했던 한지수라고 합니다.”
“지금은 아니란 말인가?”
말상을 하고있었지만 장시장은 보기보다는 매우 예리했다.
“네.전 지금 팔달산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팔달산이라는 말에 장시장은 돌연 긴장했다.그는 재빠르게 문밖에 보안군이 제대로 경비를 서고 있는지 살폈다.
“그럼 자네가 황박사의 프로젝트를 끈질기게 방해하고있다는 무장세력인가?”
되묻는 장시장의 목소리가 왠지 불안하게 실내에 울렸다.
“무장세력이라니요!”
“너희들은 황박사의 여우탑건설을 방해하기 위해서 기술요원들과 용병들마저 무참하게 살해했다고 들었는데,”
“오해입니다. 우리는 아무 짓도 안했습니다. 그들이 죽은 원인은 황박사가 시민들의 뇌속에 몰래 삽입한 비소때문입니다.”
“비소? “
"시장님은 여의주가 정지되면 비소가 방출되는 것을 모르셨나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장시장의 눈이 커지면서 눈망울이 크게 흔들렸다.
“사람들의 뇌에서 혼이나 다름없는 아마라를 쫒아내고 소유천을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서 황박사는 비소를 여의주에 몰래 삽입해두었습니다.인간으로 해서는 안될 짓을 한거죠. ”
“그 황당한 이야기를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장시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아예 지수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엄연한 사실입니다.”
“고약한 녀석들! 너희들이 저지른 짓을 애꿎은 황박사에게 뒤집어 씌우다니!”
“정말 답답하시군요!”
“계속 그따위 헛소리를 하면 보안군을 부르겠다!”
왠일인지 계속 황박사를 옹호하는 장시장은 더 이상 안되겠다는 듯 테이블에 붙어있는 붉은 단추를 금방이라도 누를 듯이 손을 뻗었다.
“잠깐, 시장님이 가라면 가지요.하지만,”
“아직도 내게 할 말이 남아있나?”
“네. 장시장님이 끝까지 진실을 외면하면 전 연방정부로 가서 황박사의 음모를 낱낱이 밝힐 수 밖에 없습니다.”
“뭐라고!”
마침내 장시장의 얼굴에 경련이 파르르 일어났다.
“그리고 황박사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모른 체하는 장시장님도 함께 고발하겠습니다.그럼 장시장님이 대선(大選)에서 낙선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겠지요?”
말을 마친 지수는 금방이라도 나가겠다는 듯 홱 돌아섰다.장시장은 지수의 팔을 거칠게 잡아챘다.
“이런 괘심한 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냐?”
“전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나도 진실을 접하고 있어!”
“그것은 조작된 진실일 뿐입니다.”
“도저히 안되겠군.자네를 체포해야겠군.”
“흥, 마음대로 하시죠. 하지만 만약 내가 체포되면 다른 친구들이 곧바로 연방정부로 달려가기로 약속했는데 어떡하죠?”
지수가 진지하게 말을 내뱉자 장시장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교활한 놈!”
“모두를 살리기위해서 어쩔 수 없어요.”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냐?”
비로소 체념한 듯 장시장은 지수에게 묻는다.그제서야 지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즈막하게 말문을 열었다.
“보안군을 동원하여 황박사를 긴급체포하여 그의 음모를 막아주십시요.”
“황박사를 체포하라고?”
정시장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네.그는 지금 진화라는 미명아래 시민들을 소유천이라는 괴물에게 팔아넘기고 있습니다.”
“그건 자네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
장시장은 지수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흐린다.
“시장님, 제발 도와주세요!”
“……”
“역사의 죄인이 되지마십시요.시장님!”
마침내 지수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호소하자 그제서야 장시장은 마음이 조금 움직인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끙, 일단 조사부터 해보자.”
“감사합니다.”
지수는 장시장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히 고마움을 나타났다.장시장은 곧바로 여비서를 불렀다.
“당장 보안국장을 들어오라고해.”
“네.”
여비서는 시장의 긴급지시를 받고 보안국장을 호출하기 위해서 돌아서다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그녀의 앞에 뜬금없이 황금산 박사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그의 뒤에서 유정화와 강태풍이 총을 겨누고 재빠르게 방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어?”
유정화는 지수를 발견하고는 매우 놀라워했다. 그러나 곧 지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매우 싸늘하게 변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지수앞으로 다가와 총으로 지수의 머리를 겨누었다.
“배신자!”
지수는 자신을 노려보는 정화의 눈빛이 왠지 낯설다고 느꼈다.같이 따라온 태풍도 전혀 딴 사람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