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천에게 복수도 못하고 이대로 죽는 것인가?)

 

죽음을 눈앞에 둔 지수는 이제껏 자신의 인생을 가지고서 온갖 장난질을 쳐온 소유천에게 복수는 커녕 오히려 죽음을 당하는 것이 억울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극심했던 고통이 사라지고 몸이 차츰 풀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그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비소가 몸에서 완전히 사라진 듯 몸이 가뿐해졌다.그의 몸 여기 저기에 안개가 스쳐간 듯 짙은 물기가 가득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니 비명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푸른 빛이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서 살아났지?”

 

맹독 때문에 지옥의 문턱에까지 갔다온 지수는 자신이 살아난 것이 정말 신기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 일까 이리 저리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대원품전 안으로 비척거리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채연이었다. 그녀는 온몸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이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녀는 겨우 지수앞까지 걸어오더니 그만 그의 발밑에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도 이미 안개세례를 받은 듯 온몸이 젖어 있었다.채연은 고통스러운 듯 지수의 발목을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살, ……려줘!

 

채연의 혀는 돌처럼 빠르게 굳어져가는지 제대로 소리를 내지못 못했다.

이봐요, 정신차려요!”

 

지수는 채연을 끌어안고 흔들었지만 축 늘어져가는 그녀를 살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결국 그녀도 소유천이 뿌리고 간 안개의 희생물이 되어버릴 것이었다.지수는 모든 것이 소유천을 아마라궁까지 끌어들인 자신의 잘못이라고  뻐저리게 느꼈다.안타깝고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어떻게 하든 채연을 그냥 죽게 놔둘 수가 없었다.하지만 마땅한 묘책을 찾을 수가 없어 절망적인 시선으로 여전히 아마라궁을 자욱하게 채우고 있는 하얀 물안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문득 뭔가 뇌리에 번쩍했다.

 


(
저 맹독천의 물안개는 아마라궁 사람들을 모두 죽였는데 나는 왜 무사할까?나는 그들과 뭐가 다르지?)

 

숨을 가쁘게 헐떡이는 채연의 모습에 그의 두뇌는 광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침내 차이점을 찾아냈다.

 

그래! 비소야!”

 

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엇가를 정신없이 찾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후 바닥에서 피묻은 단도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주워들었다.영재가 자신에게 비소를 중독시키기 위해서 찌른 칼이었다.다행히 단도에는 아직 비소가 남아있는 듯 파란 색이 얼룩거렸다. 그는 지체없이 단도를 집어들고 채연에게 다시 달려갔다. 채연은 죽어가면서도 지수가 시퍼런 단도를 눈앞에 들이대자 기겁을 했다.

 

……………………?”

 

하지만 지수는 일초라도 아깝다는 듯이  단도로 채연의 오른 손  팔뚝을 신속하게 그었다.그리고는 비소가 몸속으로 잘 스며들도록 단도를 상처 여기 저기에 빠르게 문질렀다.

 

당신이 살 방법은 이 것뿐이야.”

 

지수는 놀라는 채연을 애써 안심시켜가며 그 동작을 반복했다.그런데 잠시 후 채연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우선 고통스럽세 내뱉던 신음이 줄어들고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그리고 마비되었던 몸이 풀리는지 힘들게나마 일어나 앉기까지 했다.

 

, 됐어!”

 

급속도로 정상을 되찾는 채연의 몸을 보고 지수는 환희의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는 채연의 젖은 뺨에 키스를 마구 퍼부었다.

 

“이제 괜찮아?

“응, 날아갈 것 같아.

 

채연은 지수의 키스세례가 새삼 부끄러운 듯 그를 슬쩍 밀어내며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이 단도에 묻은 비소가 채연을 살렸어.”

비소가?”

 

채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단도를 흘끔 바라본다.

 

지난 번에 내가 비소에 중독되었을 때 채연이 나를 구해줬잖아?”

이제 기억났어?”

그래.희미하게……”

그때 맹독천에 빠진 지수를 그냥 놔두고 가서 정말 미안해.”

 

채연이 새삼 미안한 표정을 짓자 지수는 얼른 손사래를 친다.

 

아니야. 그 덕분에 난 살아난 거야?’

?”

그때 맹독천의 물이 내 몸속에 있던 비소를 모조리 빨아들여서 내가 살아난 것 같아.”

그래?”

그런데 오늘 소유천이 아마라를 죽이기 위해서 맹독천의 물안개를 뿌렸는데 오히려 그것이 내 몸에 있는 비소를 먹어치운 거야.”

그게 무슨 소리죠?”

언젠가 어떤 잡지에서 비소를 먹어치우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 아마 그런  박테리아를 품고있던 맹독천의 물안개가 네 몸속에 퍼진 비소를 먹어치우느라고 채연의  몸을 녹여버릴 틈이 없었던 거 같아.비소에 중독되지 않았던 다른 아마라들은 모두 껍데기가 녹아버렸지만 말이야.”

불가사의한 일이네. 어쨌든 정말 고마워.”

 

채연은 다시 한번 고맙다고 인사를 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지수에게 물었다.

 

, 우리 오빠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종주군관님은 폐하와 함께 소유천에게 잡혀갔어.”

, 어떡해?”

 

탄식을 하는 채연의 커다란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오빠를 구해내야 할텐데……”

이제 다 끝난 것인가?”

 

지수 또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자 채연은 지수의 두 손을 꼭 잡고 물었다.

 

그러지 말고 무슨 좋은 방법을 찾아봐.”

글쎄. 세상이 곧 소유천의 손아귀에 넘어갈 판이라 지금은 나도 정말 막막하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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