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공노인의 거처.
공노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정좌한 채 깊은 근심에 잠겨 있었다. 지수와 영재가 아마라궁으로 가겠다고 동굴속으로 들어간 지 벌써 나흘이나 지났건만 아무 소식도 없었다.혹시라도 뒤쫓아간 검귀에게 변을 당했나 싶어 무척 걱정이 되었다.
“......!”
그때 문득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깊은 상념에 빠져 있던 공노인은 가만히 눈을 떴다. 그의 앞에 어느 틈에 나타났는지 성영재가 서 있었다.
“무사하구나!”
“네.”
반색을 하는 공노인과는 달리 영재의 얼굴은 매우 굳어 있었다.
“그런데 지수는?”
“죽었어요.”
무표정하게 내뱉는 영재의 말에 공노인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
“뭐, 지수가 죽었다구?”
“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
영재는 말하기 귀찮다는 듯 잠자코 침묵을 지켰다.
“검귀가 죽였느냐?”
“……”
계속된 질문에도 영재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공노인은 버럭 화를 냈다.
“영재야, 속시원하게 말해봐라!”
“이 영감탱이가 왜 그렇게 궁금한 것이 많아!”
느닷없는 고함에 공노인은 깜짝 놀라며 영재를 바라본다. 그때 영재의 정수리위에서 갑자기 섬광이 번쩍 했다.그리고 섬광이 사라지면서 붉은 양산을 쥔 웬 젊은 미인이 나타나 그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나 소유천이 지수를 죽였느니라!”
“넌 누구냐?”
“내가 바로 대환희국의 지배자이신 소유천이다.”
“소유천!”
소유천이라는 말에 공노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빨리 소유천은 쥐고 있던 붉은 양산으로 그의 오른쪽 어깨죽지를 강하게 타격했다. 공노인은 엄청난 통증에 신음소리를 내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으윽, 네 놈이……"”
“지월이라는 놈도 내가 잡아들였다. ”
“아,”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호호,”
“결국 내가 화를 불러들인 것인가?”
공노인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자책감에 탄식을 하고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자, 모두 정리했으니 황박사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소유천은 말을 마치고는 정신을 집중해 황박사의 여의주과 접선을 시도했다.잠시 후 황박사와 통신이 성공했는지 소유천의 얼굴빛이 환해졌다.
“박사님, 지금 팔달산에서 통신하는 것입니다. 빨리 기술요원들을 보내서 이곳에 여우탑을 세우시죠. 그리고 아이들을 모조리 잡아들이세요.본때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수고했다.”
그 시각 팔달산에 남아있던 영산수호회 멤버들은 끼니를 제대로 못먹어서 노랗게 변한 얼굴로 지수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큰일났다! 보안군이다.”
그때 누각에서 화상행궁을 바라보고 있던 누군가 다급하게 외쳤다. 누각에 여기 저기 누워있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행궁쪽을 바라보았다.행궁광장에서 수 십명의 무장 보안군들과 기술요원들이 굶주린 이리떼처럼 산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저럴 수가!”
보안군들은 여의주를 뇌에 삽입하고 있어 팔달산에는 절대 들어오지 못하리라고 방심하고 있던 아이들은 의외의 상황에 모두 혼비백산했다. 그들은 K2소총을 갖고있으면서도 누각을 향해 신속하게 접근해오는 보안군들을 향해 총 한번 못 쏘고 갈팡질팡했다.
잠시 후 황금산 박사는 소유천이 중앙통제실로 끌고온 영산수호회의 멤버중에서 공노인을 금방 알아보고는 호탕하게 웃어제겼다.
“하하! 공영실 박사 오랫만이오 . 당신도 꽤나 늙었군.”
“당신의 못된 꿈도 여전하군. 황박사”
초췌한 모습을 한 공노인은 소유천에게 강하게 얻어맞은 어깨죽지가 그때까지도 얼얼한지 어깨죽지를 어루만지며 대꾸했다.
“예전에 어디로 도망갔나 매우 궁금했었는데 기껏 산속에서 아이들하고 놀고 있었나? 그 좋은 머리를 썩히다니……어리석군.쯧쯧,”
“황금산,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어.”
“이런, 큰소리는 여전하군. 그러나 이제 자네도 끝이야!”
황박사는 최후의 선고이라도 내리는 심판관처럼 싸늘하게 쏘아부쳤다. 같이 끌려온 아이들은 한순간 술렁이었다. 무엇보다도 흙이나 파고 살아왔던 공노인이 사실은 황박사와 견줄 만한 뛰어난 과학자였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너희들도 모두 처벌을 받을 것이다. 이게 모두 너희들이 사부를 잘못 둔 탓이니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쯧쯧,”
황박사가 엄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엄포을 논 후 눈짓을 하자 보안군들은 아이들을 모두 밖으로 끌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