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래도 약속을 그럭저럭 지킨 것 같은데 문제는 저 꼬맹이들이군.”
검귀의 거치른 목소리에 잠깐 상념에 잠겼던 공노인은흠칫 놀라면서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저 아이들도 위험에 빠진 제 부모들을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요.”
공노인의 강한 항변이었다.
“그래도 그렇지.우리는 제놈들을 위해서 피를 흘렸건만 감히 우리를 잡으려고 달려들어?”
“오죽하면 저러겠습니까?”
“폐하의 비호만 아니었으면 저놈들도 이미 여기서 쫓겨났을텐데……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피해다녀야 하다니……”
검귀는 솟구치는 불만 때문에 말이 안나오는 듯 잠시 말을 끊었다.그는 뒤에 장승처럼 서 있는 두 명의 사내들을 흘끔 쳐다본다.
“그것 이리 내놔,”
검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명을 받은 사내는 등에 지고 있던 작은 자루를 풀어 공노인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유리병 같은 것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나 났다.검귀는 자루속에 손을 넣더니 2홉짜리 녹색 소주병을 하나 꺼내들었다.소주병속에는 자주색 연기 같은 것이 가득 차 출렁이고 있었다.
“승상의 명이요. 이것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시요.안 그러면 아이들의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위험해지다니……그게 무슨 말이요?”
소주병과 검귀를 번갈아 쳐다보는 공노인의 얼굴에 불길한 기색이 빠르게 퍼졌다.
잠시 후 지수와 영재 그리고 돈수가 공노인 혼자 있는 동굴속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성질 급한 영재가 쪼르르 공노인 앞으로 쫓아나왔다.
“저 혹시 수상한 자들을 보셨나요?”
“아니, 아무도 못보았는데……”
“그래요. 이상한데……분명히 이 동굴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는데……지수야, 너도 분명히 보았지?”
“으응.”
지수는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사부의 거처에 뜬금없이 난입한 것이 못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영재는 동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두리번거린다.그 모양을 지켜보던 공노인은 짐짓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지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난리냐?”
“무예24기 시범단을 찾던 중 수상한 남자들이 이 동굴속으로 뛰어들어오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여기에는 아무도 안왔는데.그런데 정말 그들과 싸울 작정이냐?”
공노인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예요.”
지수가 난감한 얼굴로 이야기를 꺼내자 동굴의 판자앞에 서있던 영재가 고개를 돌리며 크게 말했다.
“하지만 여차하면 그들과 한판 붙을 거예요.”
“그들은 너희들이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야.”
“하지만 저희는 총이 있어요.”
영재는 K2 소총을 치켜들고 대꾸했다.
“그래도 그들은 너무 위험해. “
“자꾸 위험하다고 하시는데 사부님은 혹시 그들에 대해서 뭔가 알고계시나요?”
영재의 눈빛이 예사롭지않게 반짝했다.오히려 공노인이 시선을 슬쩍 피할 정도였다.
“알긴……시범단이 우리를 도와주기는 했지만 너무 잔인해보여서 그러는 거다.”
“하지만 내일까지 그들을 잡지못하면 엄마 아빠가 다 죽는데 어떡해요.”
돈수가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이었다.
“황박사 그자가 정말 잔인한 짓을 하는구나.휴,”
공노인이 한숨을 내쉬자 판자벽앞에 서있던 영재가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사부님여기에왜 판자를 세우셨나요?”
“찬 바람이 새어나와서 막았어.”
“그래요?”
영재는 그렇게 대꾸는 했지만 뭔가 미심쩍인지 계속 그앞에서 얼쩡거리며 판자틈사이를 들여다 본다.그러자 공노인은 결심을 굳힌 듯 공노인은 묵묵히 듣고만 있는 지수에게 작은 자루를 내밀었다.
“그들과 싸우지 말고 차라리 황박사하고 정면대결해라!”
“네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