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수호회의 아이들이 크게 당황하여 술렁이자 지성은 침착하게 화약냄새가 진동하는 땅굴의 이곳 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잠시 후 지성은 이윽고 공노인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보안군들이 땅굴입구를 발견하고 화약으로 폭파시킨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한 발 늦었구나.”

 

공노인의 얼굴빛이 급속히 어두워지자  영재는 무너져내린 흙더미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

 

우리 이제 산속에 정말 갇혀버린거예요?

 

영재가 고함을 지르자 천정에서 흙더미가 우수수 떨어졌다.

 

위험하다, 일단 여기서 빨리 나가!

 

공노인은 황급히 아이들을 데리고 땅굴밖으로 빠져나왔다.

 

금잔디 광장에서  다시 열린 비상회의는 그야말로 침퉁한 분위기에 푹 빠져버렸다. 바깥세계와 통하는 유일한 땅굴이 꽉 막혀버렸으니 모두 절망감에 빠진 것이었다. 마돈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머리통을 쥐어뜯었다.

 

이제는 여우탑이 문제가 아니라 꼼짝없이 굶어죽게 생겼군.

 

그의 푸념에 영재는 버럭 화를 냈다.

 

굶어죽다니 무슨 소리야?

식량이 없으면 굶어죽는 거지 별 수 있어?

 

마돈수는 힘없이 대꾸했다.하지만 지성은 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걱정마, 우리는 죽지 않아!

뭘 믿고 그리 큰 소리야?”

 

마돈수는 여전히 앞으로 먹을 일이 큰 걱정인 듯 했다.지성은 그의 어깨를 다닥거려 주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어. 정신만 바짝 차리면 돼.”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

 

소천도 걱정말라는 투로 마돈수를 격려했다. 정화는 공노인에게 물었다.

 

혹시 비상식량은 없나요?”

한 사람이 이 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쌀은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인원은 장담을 못해.”

 

공노인이 미안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정화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것이라도 아껴 먹으면서 대책을 강구하죠.”

 

다음날은 아침부터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더위가 시작되었다. 숲속의 잡목에 달라붙은 매미들은 사방에서 떼를 지어 힘차게 울어댔지만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영산수호회 멤버들은 기운이 빠져 누각과 광장 여기저기에 누워 있었다.

“정화야,정화야!

 

절망적인 분위기가 누각을 짓누르고 있을 때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요란하게 정화를 찾았다.누각에 누워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고래밥이었다.

 

“왜그래?

“멧돼지가 나타났어!

 

고래밥의 얼굴은 흥분과 기쁨의 빛으로 환하게 타올라 왔다.

 

 “뭐, 멧돼지?

 

그녀의 눈이 번쩍 떠졌다.누워있던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고래밥이 가리키는 능선으로 향했다.정말 그곳에 대여섯 마리의 멧돼지들이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팔달산에는 멧돼지가 없었는데 저 놈들이 어디서 왔지?

“광교산에서 건너왔나?

“하긴 요즘 멧돼지가 번성하고 있다는 말을 들기는 했어.”

 

아이들은 뜬금없이 등장한 멧돼지 무리를 두고 배고픔도 잊은 채 출처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었다. 그러자 강태풍은 재빠르게 화살을 활에 재우며 호기롭게 소리쳤다.

 

“점심식사를 놓칠 셈이야! 빨리 저놈들을 사냥해야지!

“아,맞다!

그때서야 멧돼지의 가치를 깨달은 수 십명의 아이들은 일제히 활과 몽둥이를 집어들고 능선으로 달려갔다.그러나 눈치빠른 멧돼지들은 몰려오는 아이들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도주하기 시작했다.

 

“아이구, 내 고기가 달아난다!

 

고래밥은 안타까와 발을 동동 굴렀지만 먹지못해 맥이 풀린 다리로는 죽기살기로 도망치는 멧돼지들을 따라 잡을 수 조차 없었다.어영 부영하다가 멧돼지들을 모두 놓칠 판이었다. 그때 아이들틈에서 누군가가 뛰쳐나와 강태풍의 대나무 화살을 나꾸어챘다.그리고는 도망치는 멧돼지를 침착하게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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