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오전 9시 경 세 대의 트럭이 팔달산으로 가기 위해서 정보탑 광장을 지나가고 있었다. 첫번 째 트럭에 올란 탄 황철수 수석기술요원은 정보탑 광장을 긴장된 시선으로 유심히 살핀다. 트럭에는 마지막 3000번 째 여우탑을 팔달산에 설치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기술요원들을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며칠 전에721여우탑 피습사건에 대해서 들어서 그런지 그의 얼굴빛이 유달리 더욱 굳어 있다.
“……!”
이른 아침시간이건만 광장에는 다른 시에서 화성의 디지털 사업을 구경하려온 관광객들을 싣고온 수 십대의 관광버스가 잔뜩 몰려 있었다.그 광경에 남다른 자부심을 느끼던 황철수 수석은 갑자기 시끄러운 소음들이 열린 차창 너머로 밀려 들어왔다.
“거건 또 무슨 소리야?”
그가 긴장된 눈빛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황급히 바라보니 관광버스가 두 어대 주차되어있는으슥한 곳에서 십 여명의 청년들이 모여서 춤을 추고 있었다. 10대 후반으로 로 보이는 아이들은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테크노 뮤직에 맞추어 격렬하고 현란한 춤사위를 펼치고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그들의 춤을 구경하고 있었다.
(비보이?)
왠지 수상하게 보이는 비보이들었다. 그는 트럭의 속도를 줄이게 하고 비보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
시위를 하고 있는 나홀로족들의 옷차림새는 매우 초라하고 특히 그들의 신발은 더러운 황토흙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황철수는 그들의 남루한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 나왔다.
(낙오자들! )
그런데 비보이들이 온몸을 사용하여 추는 격렬한 춤동작을 보고있자니 자신도 트럭에서 내려 그들처럼 춤추고 싶은 묘한 충동을 느꼈다. 그들의 춤동작은 모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교하고 힘이 넘쳤다. 비록 남루한 옷차림으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인간승리를 이루어냈다는 듯이 환희에 빛나고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지금 자신의 몸을 사용하여 주변의 구경꾼들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몸을 우리처럼 멋있게 흔들어 보라고요!”
“당신의 뇌를 직접 사용해 보세요!”
비보이들은 자신의 뇌와 몸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기계에 의존하려는 시민들에게 자기들처럼 따라 해보라고 은밀하게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비보이들의 춤사위에 맞추어 몸을 들썩이는 일부 시민들의 모습을 목격한 황철수는 위험한 춤을 빨리 중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장은 여우탑의 건립목적을 밝혀라!”
“수상한 여우탑의 건립을 중단하라!”
마침내 비보이들은 본색을 드러내고 구호를 목이 터져라 부르기 시작했다.그러자 일부 시민들은 고개를 동조하는 빛으로 웅성거렸다.
그런 분위기에 고무받은 비보이들은 임시무대에 뛰어올라가 주먹을 불끈 쥐고는 술렁이는 군중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시는 여의탑을 수상한 목적에 사용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그것을 반드시 저지해야합니다! ”
비보이들의 선동이 점점 위험수위를 넘자 곁에 있던 기술요원이 황철수에게 말했다.
“감찰요원들을 풀어서 모두 잡아들일까요?”
“그럴 필요 없어.”
“네?”
“이번에 한번 더 여우궁의 성능을 확실히 시험해보지.”
“좋아, ”
잠시 후 비보이들이 시위를 하는 광장으로 세 대의 차량용 여우궁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은 은밀히 비보이들을 포위하더니 레이저 빛을 그들에게 쏘기 시작했다.여우궁에서 투사된 붉은 레이저빛이 비보이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비보이들이 레이저 빛을 보는 순간 그들의 머리에서 푸른 빛이 한 줄기 씩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그것들은 즉시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지금껏 격렬하게 구호를 외치던 시위대들의 얼굴표정이 거짓말처럼 순하게 변해갔다.그들은 밝은 표정으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민들에게 외쳤다.
“여러분, 여우탑기대해도 좋습니다!”
“여우탑을 반드시 지키세요!”
조금전과는 전혀 딴판인 구호를 내뱉자 시민들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나 둘씩 흩어져 갔다.
“역시 여우탑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군.”
위험한 시위대들을 단숨에 제압한 여우궁의 위력을 목격한 기술요원은 새삼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