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창고문 사이로 아마라를 둘러싸고 있는 세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꼼짝마라!”
나는 박달나무를 휘두르며 창고 지붕이 들썩거릴 정도로 호통을 쳤다.
아수라와 향귀 돈노는 내가 몽둥이를 들고 나타나자 모두 놀란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이미 오른 쪽이 완전히 타버린 아마라는 나를 힘없이 쳐다보다가 흠칫 놀란다.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려 하자 향귀가 황급히 제지를 했다.
“너희들 여기서 무슨 짓들을 하는 것이냐?”
살기등등한 눈빛이 한창 서려있는 그들을 초기에 제압하기 위해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호통을 쳤다.그러나 아수라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내뱉는다.
“이 년이 간첩질을 해서 손좀 보고있습니다.”
“간첩질이라니!”
“이것이 아마라의 지령을 받고 잠입한 것을 우리가 잡아 지금 취조중입니다.그런데 워낙 독종이라서 그런지 쉽게 입을 열지 않는 군요.”
“그만둬. 그 사람은 내 손님이다.”
나는 아수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때 아마라는 향귀를 몸으로 밀치고 내 앞으로 달려왔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지독하게 고문을 했는지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 볼 수 조차 없었다.그녀는 고통스런 신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주인님, 명심하세...... 억!”
아마라가 뭔가 더 이야기 하려할 때 향귀가 서둘러 달려와 아마라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런 그녀를 아수라는 노려보며 호통을 친다.
“이게 무슨 짓이냐?”
“등신같이! 우리가 모진 고문을 다했는데도 입을 꾹 닫고 있던 이년이 주인이 나타나자마자 입을 여는 것은 무슨 뜻이겠어?”
“주인도 들어서는 안되는 이야기라는 말이냐?”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는 듯 아수라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리고는 재빨리 돈노의 칼을 뽑아들어 아마라를 찌르려고 하였다.
“이런 잔인무도한 놈들이, 감히 내 손님을 해치려고 들어?”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나는 박달 몽둥이를 휘두르며 아수라에게 달려들었다. 잠시 치열한 싸움이 벌었으나 원래 싸움의 신인 아수라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아수라는 차마 나를 죽이지는 못하고 나를 멀찌감치 내동댕이 쳐버렸다. 내가 격심에 고통에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틈을 타서 아수라는 칼을 들어 사정없이 아마라를 내리쳤다.
“아악!”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아마라가 쓰러졌다.그리고 확인이라도 하듯 돈노가 달려들어 다시 한번 가슴을 칼로 찔러버렸다. 그렇게 내게 아무 말도 못하고 아마라는 가엾게 죽어갔다.
“이런 잔인한 놈들,”
나는 황급히 달려가 축 처진 아마라를 부둥켜 안았다. 아수라와 돈노는 아마라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는 지 더 이상 칼질은 안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때 완전히 죽은 줄만 알았던 아마라가 미약하나마 입술을 움직였다.나는 본능적으로 아수라와 등지고 앉아 아마라를 켜안고는 흐느끼는 척 했다.아마라는 나의 팔을 붙잡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주인님, 저는 아마라가 아닙니다.”
“그래.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전 아마라의 시녀 화, 화타입니다,. “
“하여간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흑,”
그 순간에는 정말 더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수라와 돈노가 우리들의 왕이 된다면 모든 것이 끝장입니다. 저들을 제압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아마라뿐입니다.”
“나도 그렇고 싶다만 이미 내가 아수라를 너무 많이 불렀어.”
“아닙니다. 이제 회수를 따져서 왕을 뽑는 그런 소극적인 방법은 필요가 없어요. 이제 새로운 방법으로 왕을 뽑아야 할 때입니다.”
“도대체 그게 뭐냐?”
“주인님의 일념대로 왕을 뽑으세요.”
“내 일념으로? ”
“생각대로 정하고 저것을 꾹 누르세요.”
“뭘 누르라는 거야?”
아마라는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아수라는 심상치않은 얼굴로 우리를 돌아다 보았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번개처럼 달려왔다.
“이런, 아직 이것이 안죽었잖아!”
그리고는 화타의 가냘픈 목을 사정없이 조르기 시작했다.깜짝 놀란 나는 아수라를 무쇠 같은 팔푹을 물어뜯으며 제지했으나 이미 화타는 버둥거리다가 그만 완전히 숨을 거두고 말았다.화타가 완전히 절명한 것을 확인한 나는 미친 듯이 벌떡 일어났다.
“이놈들, 너희들이 그토록 좋아죽는 왕을 불러내겠다!”
나는 굵은 눈물을 쏟으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높이 치켜들었다.
“너희 왕이 너희들을 처단하리라!”
나의 선언은 아수라를 처단하는 왕을 불러낸다는 뜻이었지만 가장 많이 나의 선택을 받았던 아수라는 자신이 왕으로 선택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지 환희용약했다. 그러나 나의 행위가 깊은 분노라는 눈치챈 돈노와 향귀는 공포에 질린 듯 슬금 슬금 뒤로 물러났다.
마침내 나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휴대폰의 렌즈를 노려보았다. 은테위로 나의 마음을 복사하고 있는 듯 붉은 불빛이 정신없이 돌아갔다. 왕을 부르는 나의 일념에 이끌려 그동안 잠깐 씩이라도 나를 스쳐갔던 나머지 자들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모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러나 그때에도 아마라는 나타나지 않았다.그 때 자만심이 가득찬 아수라는 화염을 내게 날리며 위협했다.
“당신이 나를 왕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모가지를 꺽어버리겠어!”
아수라의 무서운 협박이었다.
“나를 배신하면 당신를 당신의 밤을 저주할테야!”
향귀도 질세라 협박공세에 가담했다.
“이 돈을 모두 가져라!”
돈노는 만원짜리 지폐로 하늘에서 비로 내리게 하여 내 눈을 한없이 현란시켰다.그러나 나는 정신없이 돌던 불빛을 엄지손가락으로 딱 눌러 정지시켰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살짝 들어 불빛이 멈추어진 숫자를 바라보았다. 주위에 있던 10쌍의 눈동자가 살짝 들춰어진 숫자로 향했다. 잠시 그것을 음미하던 나는 끼릭 끼릭 소리를 내며 은테를 앞뒤로 조정했다. 그 순간 여기 저기서 아아하는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나는 이윽고 마음을 정하고는 엄지 손가락으로 불꽃이 머문 숫자를 아주 강하게 그리고 길게 눌렀다.
“꾸꾸궁!”
갑자기 이상한 소음과 함께 눈앞에서 섬광이 번쩍이며 눈앞에서 궁금증을 참지못하고 나를 쳐다보던 아수라. 향귀, 돈노 등를 비롯한 모든 존재들을 한꺼번에 쓸어가 버렸다.그리고 눈앞이 다시 훤해졌다. 나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달처럼 떠오른다.그때 나를 향해 하얀 손 하나가 다가왔다. 그의 빛나는 얼굴에 놀람인듯 아니면 감동인 듯 나의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안녕? 내사랑,”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