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오계장, 너 이번에도 휴대폰 안사면 정말 모가지다!”
야차와 같은 오부장이 나를 가리키며 자기 손으로 목을 내리치는 시늉을 하며 협박을 가해도 나는 정말 끄떡없었다.
“당신은 집만 나가면 도대체 뭐하는 지 알 수가 없어요.”
또한 잘 생긴 남편이 내심 불안한 아내가 수상한 미소를 지어가며 내게 굴레를 씌우려고 했지만 나는 교묘히 피해다녔다.
그랬던 내가 시골에 계신 노모가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신 바람에 휴대폰을 새로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밤새 안녕이라고 노모의 건강에 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에 시달리다 보면 행복했었던 자유를 다시 반납해야 했었다.
전에 쓰던 휴대폰이 고장나자 난 한동안 난 휴대폰을 다시 새로 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았던 처음 며칠 동안은 정말 불편하고 불안했었다. 그러나 휴대폰이 없는 생활에 차츰 익숙해지면서 나는 새롭게 선사받은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사방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러내는 구속에서 벗어나 완전히 나만의 시간을 계획하고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내와 직장동료들은 그들이 정한 틀에서 벗어나 있는 나를 이단아 취급하며 온갖 협박과 비난을 퍼부었다. 그래도 나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가며 굳굳히 버텨오던 참이었다.
하여간 병든 노모에게 은근한 원망을 돌리면서 나는 문제의 그날 퇴근길에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휴대폰 판매 상가가 몰려있는 어느 지하상가로 발길을 돌렸다.
“……”
그러나 새로운 휴대폰을 장만하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모양이 잘 빠지고 성능좋은 휴대폰들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탓에 나 같은 월급장이은 감히 엄두도 못냈다. 그렇다고 싼 것은 별로 살 마음이 없어 이리저리 상가를 헤매고 다니기만 했다. 그날도 휴대폰을 끝내 결정하지못하고 여갈팡질팡하다 보니 어느새 지하상가의 출구끝까지 다다르고 말았다.
오늘은 어떻게 하든지 결판을 봐야 한다는 다소 조급한 마음으로 별세계와 같이 느껴지는 지하상가를 향하여 다시 발길을 돌리려던 나는 지하상가 출구밖의 한 모통이에서 특이한 한 리어카 노점상을 발견했다.
“……!”
알록달록한 비닐 포장지로 예쁘게 장식한 작은 리어카위에는 휴대폰 대여섯개가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것이 내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리어카옆에는 손님을 유인하려는 듯 피에로의 분장을 한 남자가 열심히 우스꽝스런 손짓발짓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애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초라한 휴대폰 노점상에게는 눈길 한 번 안주고 번듯한 휴대폰 대리점속으로 쏙쏙 들어가 버린다.
나도 그들처럼 그 피에로 노점상을 무시하고 지나치려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피에로의 뒷편 머리위에 쓰여진 특이한 선전 문구가 내 시선을 확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숨겨진 애인을 찾아드립니다. 입체 휴대폰!!”
나는 리어카를 향하여 서서히 다가갔다. 나를 장차 특별한 세계로 안내한 대단한 휴대폰을 만나게 되는 운명의 순간이었다.
“애인을 찾아준다?”
내가 잠시 리어카 앞에 서서 수상한 선전문구를 읊조리고 있자 피에로가 금방 내 옆에 바싹 달라붙었다. 하얀 분가루를 잔뜩 바른 얼굴위에 붉은 입술을 커다랗게 그려놓은 탓에 그 정확하게 그의 표정은 읽을 수는 없었지만 자주 사방을 경계하는 그의 눈길은 왠지 불길하게 느껴졌다.
“왜? 하나 살려고?”
“숨겨진 애인를 찾아준다고? 저게 무슨 소리요?”
내가 손가락으로 선전문구를 가리키며 묻자 피에로는 반색하며 눈을 반짝였다.
“손님도 애인이라는 말에 혹했구먼. 아암, 애인 좋지.”
“이제 손님 끌기 위해서 별 수단을 다 쓰는군. 숨겨진 애인을 찾아준다고 사람들을 현혹시키다니……”
헤헤거리던 피에로가 나의 핀잔에 웃음을 걷우더나 딱 정색을 했다.
“현혹이라니? 무슨 소리요 ! 이것들은 ‘사람과 기계’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최신형 입체휴대폰 이란 말입니다.”
“입체 휴대폰?”
“이 휴대폰은 보기에는 보잘 것 없이 보여도 요즘의 그 어떤 휴대폰하고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죠.”
딸기코를 벌룸거리며 한껏 제품선전에 열을 올리던 피에로는 진열되어있던 검은색 휴대폰을 하나를 얼른 집어들더니 내게 선보였다.
“이놈은 전화를 할 때 상대방을 입체영상으로 만들어 손님 눈앞에 불러내는 재주가 있답니다.”
“ 에이, 그럴 리가?”
“휴대폰을 그토록 기피하는 사람이 첨단과학의 엄청난 발전을 알 리가 있나?”
마치 그 동안의 내 행태를 훤히 꿰뚫고 있는 것처럼 슬쩍 비꼬는 피에로의 말에 나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피에로는 내게 슬쩍 묘한 미소만 흘리고는 이내 휴대폰 선전에 열을 올렸다.
“ 그 입체 영상이 어찌나 선명한지 마치 진짜 사람을 앞에다 세워놓고 이야기 하는 것 같지요.”
“그럼 그게 바로 요즘 유행하는 가상현실과 같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