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기독교 - 평범한 일상에서 배우는 진짜 신앙 이야기 안녕, 기독교
김정주 지음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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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상 안에서 기독교 신앙으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신앙은 과연 우리 삶과는 어떤 연결성이 있을까? 신앙이 삶과친해지려면 삶 안에서 신앙이 계속 읊어져야 한다.
<안녕, 기독교>는 삶의 치열함 가운데, 신앙이 가지는 의미를 끊임없이 묵상해 온 사역자의 열매이자 고백이다. 하나님, 죄와 타락 그리고 구원,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은혜, 죄와 회개, 기도, 예배, 고난, 일상, 관계, 일과 영성, 유혹과 시험, 위로, 말씀 묵상, 섬김과 교제, 전도, 교회, 책의 목차를 보면 신앙이,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삶이 보인다.
저자의 삶 속에서 경험한 살아있는 에피소드, 에피소드에서 길어낸 신앙에 대한 묵상, 시적 표현들과 적절한 일러스트. 책을 읽다보면 신앙은 결코 삶과 분리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기도하고 행동하자’는 곧 ‘행동하며 기도하자’와 같은 말이다. 할 수 있는 건 하자. 그리고 할 수 없는 건 맡기자(101p).
-아픔으로 성숙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에게는 기쁨이 필요하다. 그래서 낯선 표현이지만 나는 ‘기쁜 만큼 성숙해진다’고 말하고 싶다(122~123p).
-그 시절에 나는 ‘나’에 대해서밖에 아파하지 못했다. 그러다 내 신앙이 점점 성숙해 가고 있다고 생각되던 때는 아픔의 영역이 ‘나’에서 ‘너’로, ‘너’에서 ‘우리’로 옮겨졌을 때였던 것 같다(125p).
-내가 아픔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잘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계속 성숙해져 감으로 아파할 수 있는 영역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는 세상 속에서 아픔으로 사랑을 외치고 싶다(126p).
-나는 “이러할 때 미워하면 안 된다. 용서해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잠깐 미워해도 괜찮아. 잘 미워하면 돼”라고 말해 주고 싶다(148p).
-하나님은 그런 이등병의 마음을 가진 신자들을 사용하셔서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신다. 내가 무거운 짐을 지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데 내 주변에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가득하다면 얼마나 따뜻할까? 이등병 신자들이 많아질수록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아름답게 세워져 나간다(196~197p).
-교회가 교회 되고, 사람이 사람 되는 그런 따뜻함이 회복되고, 사람들이 그 따뜻함 때문에 교회에 모이게 되었으면 좋겠다(214p).
-그렇다면 교회는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교회란 아픔에 마침표를 딱 찍어서 ‘이제 안 아픔’으로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라, ‘마음껏 아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225p).
-“전도사님. 저는 OO이가 이번 수련회 때 무조건 우리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우리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니까요. 만약 우리가 OO이를 품고 함께 가지 못한다면 우리 교회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린 교회잖아요.”(228p)​

저자는 ‘속성의 유혹’을 알아차리고 ‘성숙의 길’로 나아가길 바라마다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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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많은 판다 - 교회 때문에 아파하고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단상
최대위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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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물결플러스를 통해 "에끌툰" 작가들의 기독 웹툰이 여러 권 출간되었다.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만화를 도구로 삼아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고자 한 전략(?)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보인다.

성공 가도에 힘을 보텐 또 하나의 "새물결플러스 X 에끌툰" 작품이 나왔는데, 바로 "생각 많은 판다"(최대위)다.
"교회 때문에 아파하고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단상"이라는 이 책의 부제가 책의 상당 부분을 설명해준다.
교인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봤을법한 교회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이 책에서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다.

이 책과 기존에 출간된 기독 웹툰들과의 차별성은 책의 툭징을 말해준다.
첫째, 스토리가 아니라 떠오르는 여러 가지 단상들을 다룬다.
기존 웹툰들이 특정 주제를 스토리 안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면, 이 책은 짤막한 단편들(총 50화)마다 다른 주제들을 담아내었다.
요리로 치면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기에 뷔페에 가깝고, 야구로 치면 관련 주제를 에둘러 표현하지 않기에 돌직구를 계속 던지는 것과 같다.
그렇게 작가가 하고픈 말, 주제를 가감없이 마구마구 다룬다.​

둘째, 젊은이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들이 가득하다.
만화로 접근한 것도 그렇지만, 말풍선에 등장하는 초성 표현들은 젊은이들의 표현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겁먹지 말라, 친절하게 설명이 달려있으니^^)
이런 표현방식은 젊은 작가가 교회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자 선택한 표현 방식의 일부이다.
여기 등장하는 주제들 역시 기성세대들보다 젊은 세대(10대부터 많게는 40대 정도까지) 신자들에게 더 공감될 내용들이다.
작가는 자신과 동시대의 사람들의 고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같다.

셋째, 어떤 교훈이나 결론, 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주인공 판다와 그 친구들은 교회에 대한 고민에 섣부른 답보다 우선 공감을 먼저 한다.
그렇기에 교회를 향한 독자의 고민이 이상히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그런 공감 중심의 대응에 지친 이들에게는 책의 전개가 문제 제기 혹은 하소연 차원에서 그칠수도 있다는 게 이 책이 가진 단점일지도 모르겠다.

바라기는 이 작은 만화책을 통해 젊은 성도들에게는 공감을 통한 위로가 있고, 이들을 양육하는 목회자에게는 성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땅에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더 온전해지길 바라본다.

"나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세상에서 찾아내고 또 기대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내가 계속해서 만화를 그리는 이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덧]
난 6화(두루의 일요일), 36~37화(헌신페이1~2), 44화(세상사람), 45화(진상)가 참 인상적이었다. 당신에겐 어떤 주제가 흥미로웠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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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신과 기독교
오노 시즈오 지음, 김산덕 옮김 / 하영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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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의 정신과 기독교>는 일본 기독교회사를 통해 일본의 정신을 들여다 본 책이다. 저자인 오노 시즈오는 일본그리스도개혁파교회 소속 목사이자 일본 그리스도교회 역사 연구가이다. 그의 이런 배경은 많은 일본 교회사와 구별되게 일본 개혁파 교회의 입장에서 교회사를 정리하도록 하였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 <일본의 정신과 기독교>이다.

<일본 교회사(칼빈아카데미, 2012)>의 개정판인 본서를 1판의 번역을 맡았던 김산덕 박사가 부족한 점을 충실히 보완해 낳았다. 역자는 호도스신학원을 설립하고 목회자 없는 일본의 교회들을 위해 한국인 목회자를 훈련하고 파견하는 일에 힘쓰고 있는데, 그의 일본어와 일본 문화·역사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는 이 책을 번역하기에 충분하리라 판단된다.

탁월한 저자와 역자의 만남으로 우리 손에 오게 된 <일본의 정신과 기독교 >은 일본에 개신교가 전해지기 시작한 메이지와 그 다음 원호인 타이쇼까지의 기독교 역사를 다룬다. 이 책은 원호를 사용해 역사 구분(메이지, 타이쇼, 쇼와)을 하고, 각 시대별 기독교 및 기독교회의 특징을 서술한다. 저자는 이 원호를 사용한 시대 구분이 집필 당시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안이한 생각이었다고 고백한다(14p). 원호(혹은 연호)는 텐노(천황)의 계승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바뀌게 되는데, 기독교 역사에 대한 기술을 하며 일본 천황 중심의 시대 구분의 틀을 차용한 점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바뀜에 따라 시대 분위기가 달라지고, 이는 곧 사회의 변화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저자의 이런 구분을 질타할 수만은 없겠다.

책의 세부내용은 일본의 기독교회사를 이해하는데 충분히 유용하다. 의료 선교사 헤본을 대표로 한 복음의 씨앗이 일본 땅에 심어지고,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교회들이 세워졌다. 그러면서 기독교 교육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다양한 교파들이 생겨났으며, 교파를 극복하는 보편교회 신조도 함께 강조되었다. “우에무라 마사히사우찌무라 칸조라는 일본 기독교사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인물들과 함께 교회는 사회문제 가까이 있었던 집단이었다(1~10, 메이지 시기). 메이지 시기를 지나 타이쇼 시기에도 기독교는 다양한 영역에서 그 의의를 드러내며, 대표적 인물로는 타카쿠라 독타로가 있다(11~12, 타이쇼 시기).

에서는 일본 교회 형성의 원초에서 안정적인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336p)이 서술되었다. ‘에는 전쟁과 식민지 지배 역사가 등장 할 텐데, 이런 역사적 상황에서 일본 기독교회의 움직임은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필자는 기독교가 유입되고 정착하는 과정 곳곳에서 보인 일본인들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태도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적잖이 놀랐고, 한편으로는 그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본서가 현재 일본과의 좋지 않은 관계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회피되는 책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한 나라에 기독교가 전파되고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의 맥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시금 확인해 볼 수 있는 유익이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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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십일조가 알고 싶다 - 성경에 기초하여 재미있게 풀어쓴 어린이 알고 싶다 시리즈 3
이수경 지음, 김태은 그림 / 넥서스CROSS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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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넥서스CROSS8의 “알고 싶다” 시리즈로 현재까지 7종의 책이 발간되었다. “교회가 알고 싶다”, “십일조가 알고 싶다”, “요셉이 알고 싶다”, “부활이 알고 싶다”, “삼위일체가 알고 싶다”, “종교개혁이 알고 싶다”, 신앙생활에서 궁금할만한 주제를 선정하고 그것에 관해 알고 싶은 마음을 전문가를 통해 해소해주는 시리즈라 참 감사하다.
이 시리즈가 어린이 버전으로 나와 현재 3종(“어린이 교회가 알고 싶다”, “어린이 부활이 알고 싶다”, “어린이 십일조가 알고 싶다”)이 출간되었다. 그중에서 <어린이 십일조가 알고 싶다>를 읽어보았다.

“알고 싶다”의 어린이 버전답게, 십일조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그림과 이야기로 풀어간다. 지원이의 십일조 생활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지원이와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십일조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들로 확장된다.
책에 등장한 주요 내용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십일조에 관한 8개의 성경 구절(23~24p): 레위기 27장 30절, 레위기 27장 32절, 민수기 18장 21절, 민수기 18장 28절, 신명기 12장 6절, 신명기 14장 22절, 신명기 14장 23절, 신명기 26장 12절.
-율법에 나타난 십일조의 의미(37p):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것인 십일조를 하나님께 드리고, 하나님께서는 그 십일조를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과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나눠주심.
-십일조의 진정한 의미(61~62p): 하나님께서 우리의 주인이시고, 지금도 우리를 다스리고 계신다는 것. 우리의 모든 것이 하나님 덕분이라는 것.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의 표현이 바로 십일조.
-신약에서의 연보(89p): 신약 시대로 넘어오면서 숙제처럼 주어진 율법의 십일조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헌금하는 연보가 많이 나옴. 딱 십 분의 일만 헌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헌금해서 가난한 사람들도 돕고,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도 도와줌.
-헌금의 사용(94p): 사례비(목사님과 전도사님들께 드리는 돈), 관리비(교회를 관리하는 데 쓰이는 돈. ex) 전기료, 난방비, 차량, 임대료 등), 교육비(교육을 위해 쓰이는 돈. ex) 유초등부 등), 선교비(선교사님들에게 보내드리는 돈), 구제비(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이웃들을 위한 구제금, 노숙자들을 위한 구제금, 홀로 계신 노인들을 위한 쌀과 반찬 등)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112p)께서 우리에게 돈도 맡기셨음을 깨닫고(113p), 10의 9 역시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해야 한다(115p). 그리고 돈 만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비롯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

예수를 삶의 주인으로 모신 신앙고백인이라면, 어린이라 할지라도 십일조 생활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십일조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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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 마리아 -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정혜 지음 / IVP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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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기독출판사에서 웹툰을 책으로 출간하기 시작했다. 새물결플러스에서 나온 일명 “뒷조사”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는 IVP와 웹툰이 만났다. 이 환상적인 콜라보의 첫 번째 작품은 바로 <비혼주의자 마리아>, 기독교 웹툰 사이트 ‘에끌툰’에서 ‘린든’이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 그리스도인 작가 안정혜 씨의 작품이다. 나는 텀블벅 프로젝트 참여로 공식 출간보다 일찍 책을 받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에끌툰 연재작 중 조회수 1위”를 차지한 이 책만의 매력을 한번 살펴보았다.

먼저, 이 책의 주제가 눈길을 끈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페미니즘”이 책 전체를 감싸고 있다. 주인공 ‘마리아’가 파혼을 하고 비혼주의자가 된 배경을 쫓으며, 자연스레 교회 안에 팽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마주하게 한다. 스토리 곳곳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적나라하고, 숨김이 없다. 그런데 이 사례들이 상상으로만 탄생한 게 아니라는 점은 남성인 나를 부끄럽게 했다. 작가는 1년 넘게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 그룹 미팅 등을 하고 관련 도서와 기사, 자료 등을 기반으로 연구했고, 그 결과물이 다양한 사례로 나왔다. 부서 담당전도사가 여성 신체에 대한 무례한 발언을 한다던가, 수련회장에서 부장 집사가 여자 청년을 성희롱 한다던가, 예배 시간 중에 설교자가 자매의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받는다던가 하는 불쾌한(?) 사례들부터, 여자 청소년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전도사를 두둔하는 담임목사, 상처로 교회를 떠난 여성에 대해 이단이라는 소문이 도는 교회의 현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가 성 상담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등 고개를 젓게 하는 사례들까지 등장한다. 이런 사례들을 마주하며 남성으로서 여성들의 수치와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고, 주변 남성들의 무감각과 무지함에 침묵하였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나아가 목회자와 성도 모두가 이 책을 출발점 삼아 나와 우리 공동체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품이 스토리 전개를 위한 여러 사례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사회적·신학적 논쟁거리도 함께 집고 넘어간다. 이를테면, 존 파이퍼의 “남녀 평등주의가 성폭력의 원인입니다”라는 발언에 관해 설명하기도 하고,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개념도 다룬다. 또한, 성차별적으로 보이는 바울의 성경 내용이라든지, 가부장제를 죄에 따른 저주로 볼 수 있는지 등 성경 이해에 대한 여러 이슈들도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작가는 사례 조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신학적 이슈 역시 쉽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가 적합한 정보전달을 위해 열심히 관찰·연구한 흔적은 참고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드니 스타크의 <기독교의 발흥>, 크레이그 키너의 <바울과 여성>, 그리고 각종 주석들(NICOT 창세기, 틴델 구약주석 시리즈 1: 창세기, WBC 마태복음 하) 등 실제 인용하게 된 참고문헌은 이렇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신학서적들을 주제탐구를 위해 참고하였을 걸로 보인다(웹툰 작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독서토론”이라는 상황을 설정하여 논쟁거리에 대한 대립된 의견을 모두 보여주려는 상황 설정도 돋보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신학적 내용들을 웹툰의 특장점을 살려 간결하고도 명료한 표현력에 담아낸 것도 칭찬하고 싶다.

페미니즘에 관해 사례를 통한 문제 제기, 전문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면밀한 분석 과정을 거친 후 작가가 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여성들이 더 이상 차별과 폭력으로 인해 위축되지 않길, 그리고 남과 여 모두가 동일한 인간 존재로서 당당하게 자립해 나가길 바란다는 것이다.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신앙 행위를 하고 있었던 마리아도, ‘인간으로서’ 예수 부활의 증인이 되었던 막달라 마리아도 둘 모두, 저주가 끊어진 하나님 나라의 자립된 개인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요.(266~267p)
하나님 나라에선 가부장제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결혼도 없어지는구만요. 그러면 그리스도인들이야말로 남녀 역할에 집착하기보다 그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284p)
지금 이 모임을 통해서 깨달은 우리부터 목소리를 내고,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더 이상 차별이 없고, 남녀의 위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가 자립된 개인으로 서서 서로 사랑하게 될 그 부활의 날을 그려보면서요.(288p)
우리(남성, 그리고 여성 모두)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당부에 충분히 귀 기울여야 한다.

책을 읽으며, 과학과 창조기사의 관계를 다룬 <창조론 연대기>가 생각났다. ‘만화’로 시작해 ‘신앙’과 ‘신학’을 최대한 올바르게 해석하고자 하는 작품 스타일이 굉장히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 책의 작가(김민석 씨)와 이 책의 작가(안정혜 씨)가 부부라고 한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두 분 모두 웹툰으로 한국교회에 여러 화두를 던지는 중요한 역할들을 감당하고 계시다. 이 노력의 경주를 지속해주시길 바라며, 다음 작품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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