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삶과 사랑 : 잠언, 전도서, 아가 - Bible in Hand 교양인을 위한 성경
김근주 해제 / 봄이다프로젝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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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종교서적인가, 성경인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온라인 서점에 “김근주” 교수님 신간 알림 때문이었다. 믿고 읽는 교수님의 신간 소식에 얼른 책 소개를 살피니 교수님이 저자가 아닌 해제로 되어 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해제(解題)”란 “책의 저자ㆍ내용ㆍ체재ㆍ출판 연월일 따위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함. 또는 그런 설명”이라고 한다. 무엇에 대한 해제인가. 펴낸곳(봄이다 프로젝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책은 성경 원문의 뜻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정확하게 번역한 <성경전서 새번역> 본문을 수록하고, 성경을 읽을 때 생기는 궁금한 부분에 깊이 있는 해제를 달았다”고 한다. 새번역 성경과 본문 중 일부 내용에 대한 해제를 모아둔 게 이 책이 포함된 “교양인을 위한 성경” 시리즈다.
“교양인을 위한 성경” 시리즈는 현재까지 두 권 출간되었다(<세상의 모든 처음_창세기>, <지혜와 삶과 사랑_잠언, 전도서, 아가>). 시리즈의 출간 목적은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문 “성경”을 좀 더 가까이 함에 있겠다. 그 목적 달성을 위한 노력은 책 구석구석에서 엿볼 수 있다.

[일러두기]
이 책에 <성경전서 새번역>(2001년)을 사용했다는 걸 알리면서 동시에 새번역의 장점을 소개한다. 많은 역본들 중 원문에 대한 정확한 번역, 현대에 맞춘 완성도 있는 번역의 결과물인 새번역을 성경본문으로 선택한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다. “교양인을 위한”이라는 시리즈 타이틀에 맞게 예상독자를 믿지 않는 이들까지 포함시키고자 한다면, 읽히기 쉬운 어법으로 옮겨진 새번역을 선택하는 게 지극히 옳다.
또한, 매 페이지마다 성경 본문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고 해제하는 형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음을 알린다. 편집부에서 뽑은 질문을 해제자가 답변하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구약은 김근주 교수님, 신약은 권연경 교수님이 해제를 맡으셨다. 최근에 교회에서 전도서를 묵상하고 있어 전도서 7장까지 내용을 읽어봤는데, 내가 가졌던 비슷한 질문들이 등장해 적잖이 놀랐다. 질문에 대한 해제는 주석처럼 심도 깊은(혹은 학문적인) 내용들보다 성경이 쓰인 당대를 고려한 이해가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다.

[About the BIBLE]
이 장에서는 성경이 어떤 책인지에 대해 소개한다. 기원전 1천 년 전부터 기원후 2세기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쓰인 구약 39권, 신약 27권의 묶음이 바로 성경이다.
친절하게 성경의 구성도 정리해두었는데, 구약은 율법서, 역사서, 시가서, 대선지서, 소선지서로, 신약은 복음서, 역사서, 바울서신, 공동서신, 예언서로 나뉘며, 각 구성에 어떤 성경이 포함되는지도 함께 나열해두었다.
무엇보다 각 권을 줄여서 표기할 때 쓰는 약자도 같이 나열하여 해제에서 약자가 등장할 때 당황하지 않게 배려했다. 일반 교양인을 위한 배려라 생각된다.

[각 권을 읽는 독자들에게]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를 읽어보면 성경 각권이 시작할 때마다 개론 같은 요약본이 쓰인 걸 발견할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확인되는데, 해제자가 각 권이 시작될 때 그 한 권의 성경이 가진 특징, 전반적인 주제와 맥락을 개괄적으로 소개해준다. 국내 신학자가 쓴 개론은 꽤나 매력적이다.

[각 권]
앞의 일러두기에서 설명한대로 새번역과 함께 성경본문에 대한 질문과 해제가 매 페이지마다 있어 말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단락들마다 등장하는 소주제는 새번역을 따른 것으로 확인된다.

[구약 한눈에 보기]
책의 말미에는 구약의 각 권들이 어떤 내용인지 5-6줄 정도의 짧은 글로 설명하며 구약 전체를 조망하도록 돕는다. 구약 전문가의 짧은 개론은 구약의 여러 책들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역시나 교양인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이 시리즈는 구약 17권(김근주 교수님 해제), 신약 8권(권연경 교수님 해제)으로 2020년에 완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성경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교양인들(믿는 이, 믿지 않는 이)은 기대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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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학으로 가는 길 - 공공신학과 현대 정치철학의 대화 에라스무스 총서 2
최경환 지음 / 도서출판100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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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개신교계에서 공공신학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다. 미로슬라브 볼프의 <광장에 선 기독교>(IVP)나 톰 라이트의 <광장에 선 하나님>(IVP), 김근주의 <복음의 공공성>(비아토르) 같은 책들이 높아진 관심에 따른 욕구를 어느정도 충족해주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발전해가는 공공신학에 비해 정작 그 신학에 관한 정립은 소원해진 상태이기에 <공공신학으로 가는 길>은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듯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 공공신학의 기원과 내용을 충실히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11p).” 저자는 이 책에서 남아공의 공공신학자 더키 스미트가 설명한 공공신학의 기원을 추적하며 공공신학으로 가는 여섯 가지 길을 소개한다.
그는 “공공신학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다루면서 누구를 위한 어떤 공공신학을 전개하느냐가 가장 핵심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 문제는 결국 신학이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연결된다(190p).” 그의 말이 맞다.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사라진 공공성은 약자를 대변하는 것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불편부당한 중립선을 고수하기보다는 언제나 약자 편에 서서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시고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셨던 하나님의 편애하는 사랑을 따라가는 것이 공공신학의 최종적인 지형점이 되어야 한다.....정치가 사회가 외면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목소리를 상실한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그들의 목소리를 만들어주고, 그들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주는 것, 이 모든 것이 공공신학의 역할이다(24p).”
‘2019 국민일보 올해의 책’에 선정된 이 책은, 종교가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하고자 하는 이들이 꼭 읽어볼 책이다. 그리고 책 말미에 있는 “국내 공공신학 도서 소개”에 등장한 책들을 함께 읽는다면 아주 금상첨화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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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 그대로 “십자가 처형”에 관한 책!
기독교 신앙 한 가운데 있는 “십자가”가 “처형” 방법 중 하나였다는 점을 거침없이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2. 신약성서, 고대 유대교, 헬레니즘 연구에 큰 영향력을 남긴 마르틴 헹엘은 이 책에서 십자가 형벌이 고대 세계에서 가진 사회·문화적 의의를 찬찬히 고찰한다. 십자가는 야만인들의 사형 방식(5장)이자, 로마의 최고 형벌(6장)이었으며, 반란을 일으킨 이방인들과 폭력범들, 강도들에 대한 형벌(7장)이었고, 노예 형벌(8장)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어권 세계(10장)는 물론, 유대인들(11장)에게도 극심한 처형방식으로 인식되었던 게 바로 십자가 처형이다.

3. 화형과 참수형 보다 더 심한 형벌이었던 십자가는 강도들의 강도활동을 억제하고 강도를 당한 피해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주는 사회유지 기능도 했다. 이렇게 저자를 따라 십자가 처형의 민낯을 마주하다보면 십자가는 더 이상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독자는 “하나님의 아들”이 당대 최고 형벌인 “십자가”에 죽었다는 아이러니함에 다다르게 되는데, 극도로 비참한 인간과 동일시하신 하나님의 아이러니는 다름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신 것과 맞닿아 있다.

4. 1976년 독일어판 저본에 1977년 존 보우덴에 의해 영역된 내용들을 추가한 것을 번역한 이 책은 한층 더 풍성해진 게 분명하다.
게다가 많은 각주는 본문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건너 뛸 수도 있지만, 십자가 처형을 좀 더 충분히 이해하는데 부족함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5. 마지막 “12장 요약 및 결론”의 일목요연한 정리는 무척 매력적이다. 이 책의 내용, 그 이상을 말해주고 있는 이 장은 십자가를 제대로 묵상하기 위해서라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특히 그 중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 있다.

“우리 시대의 신학적인 추론에 따르면, 인간이자 메시아이신 예수의 독특한 죽음의 형태가 거리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이 거리낌을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약화시키고, 해소하여, 길들이려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신학적 반성이 참되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고대 시대에 십자가형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반추해보는 것은 오늘날 신학과 설교에서 종종 간과하는 실체에 대한 중대한 상실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180p)”

6. 십자가를 묵상할 때 꼭 읽어야 할 책, 다른 말로 다가오는 사순절에 꼭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이「십자가 처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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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누구를 사랑하실까? - 두 돼지 이야기
필 비셔 지음, 저스틴 제라드 그림, 정모세 옮김 / IVP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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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살과 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책에 관심이 많다. 특히, 믿을만한 출판사에서 그림책이 출간되면 무척 눈여겨보는 편이다. 아이들에게 성경적 가치관을 전해주고픈 부모의 마음 때문일 테다.

그러던 중 최근에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 책이 있다. IVP에서 나온 <하나님은 누구를 사랑하실까?>가 바로 그 책이다. 2008년에 살림에서 출간된 바 있는 이 책이 IVP에서 다시 나온 데에는 충분한 이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그 가치를 확인하였다.

이야기는 그림책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은이 “필 비셔”(Phil Vischer)는 좋은 이야기꾼이다. EBS에서도 방영된 적 있는 그의 작품 「야채 극장: 베지 테일」(Veggie Tales)은 미국의 학부모들이 추천한 최고의 컨텐츠 대상을 수상하였고, 지금도 ‘바른 기독교 세계관과 크리스천 리더십을 배우는 최고의 성품 교육 콘텐츠’로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이 우러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선사하기를 즐기는 그의 작품은 믿고 읽을 수 있다.

이야기와 잘 어우러진 그림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최고의 도구다. 그린이 “저스틴 제라드”(Justin Gerard)는 아내와 함께 Gallery Gerard를 운영하며 드림웍스, 디즈니, 펭귄북스 등 다양한 회사와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단순히 그림 실력만 뽐내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 작품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멋진 이야기를 알아보고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작가는 그리 흔치 않다.

탁월한 해외 그림책이라 하더라도 좋은 옮긴이를 만나지 못하면 빛을 발하기 어렵다. 옮긴이인 IVP 정모세 편집장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짐 월리스의 「회심」 뿐만 아니라, 1,152페이지의 성경주석(「NIGTC 마가복음」)을 공역한 이력이 있다. 번역 실력이야 말해 뭣하랴. 그런데 그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네 아이의 아빠라는 것. 자녀 넷을 키우며 쌓인 그림책 내공이 번역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나님은 누구를 사랑하실까?>(원제 Sidney & Norman: A Tale of Two Pigs)는 “시드니”와 “노먼”이라는 두 돼지의 이야기다. 서로 옆집에 사는 직장인 시드니와 노먼은 서로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다. 노먼은 착하고 훌륭하며 언제나 최고의 모습을 보여 준 반면, 시드니는 실수 많고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등 부족한 점 많은 돼지다. 두 돼지에게 10월 어느 날 아침, 편지 한 통이 각각 배달되었다. “다음 주 화요일 편한 시간에 엘름가 77번지로 나를 만나러 와 주길 바란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마음을 담아, 하나님이” 편지 내용에 따라 초대받은 날, 해당 장소로 간 시드니와 노먼은 하나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님께서 전하신 메시지는 단순했다. 모든 일에 자신만만했던 노먼에게는 스스로의 교만을 깨닫게 하는 메시지를, 매사에 실수투성인 시드니에게는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셨다. 그 후 시드니와 노먼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하였다.

잔잔한 이야기 흐름 속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는 우리를 돌아보도록 하는 데 충분하다. 시드니와 노먼으로 대변된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우리 집에만 봐도 그렇다. 노먼을 보며 첫째가, 시드니를 보며 둘째가 생각났다. 첫째는 비교적 알아서 잘 하는 편이라 키우는 데 수월했지만, 둘째는 고집불통에 실수투성이다. 노먼과 시드니는 내 안에도 있다. 타인들이 보기에는 노먼 같은 나지만, 스스로 볼 때는 영락없이 시드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디흔한 노먼과 시드니에게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하는 일이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주어지는 것이다. 훌륭한 노먼이든, 실망스런 시드니든 하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존재 자체로 사랑하신다. 이 책을 통해 잊고 있던 하나님의 마음을 상기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단순한 진리를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하나님은 노먼이 받는 상이나 칭찬 때문에 노먼을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지 않으시며, 하나님은 시드니의 모자란 점 때문에 시드니를 조금이라도 덜 사랑하지 않으신다는 진리 말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하는 일에는 전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이 책을 자녀들에게 읽어 주려면] 中

성인이든, 아이이든 이 책에서 말하는 단순한 진리를 혹시라도 잊은 사람이 있다면 가벼운 이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며 하나님의 따뜻한 음성을 듣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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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정치학 - 기독교 세계 이후 교회의 형성과 실천
스탠리 하우워어스 지음, 백지윤 옮김 / IVP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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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에 출간된 원서가 30년 가까이 지난 2019년에야 국내에 소개되는 경우는 흔치 않을테다. 만약 그런 책이 있다면 분명 세월이 지나도 읽을 가치가 있는 유의미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IVP에서 출간된 <교회의 정치학>이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After Christendom? : How the church is to behave if freedom, justice and a christian nation are bad ideas>으로서, 많은 경우가 그렇듯 부제(“자유, 정의, 기독교 국가가 나쁜 생각이라면 교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서 이 책의 주제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저자인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펼치는 핵심 논제는 간단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구원, 정의, 종교적 자유, ,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사회적 통념과 전제들을 문제 삼고(부제의 자유, 정의, 기독교 국가가 나쁜 생각이라면에 해당), 이를 교회의 정치, 교회 중심의 해석으로 전환시킨다(부제의 교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해당). “교회됨을 강조하는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신학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 바로 <교회의 정치학>이다.

논제에 따라 먼저, 그가 하는 문제 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원의 정치학(1)에서 그는 콘스탄티누스로부터 시작된 크리스텐덤(국교가 된 기독교)이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구원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기독교를 증언하고 살아내는신앙이 아닌 하나의 믿음 체계로 규정시켜 버렸다고 꼬집는다. 정의의 정치학(2)에서는 정의가 기독교적 전제로 채색하지 않은 사회적 행위자가 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점과 이렇게 자유주의 사회가 만든 정의의 개념에 사로잡힌 그리스도인의 상상력에 대해 지적한다. 자유의 정치학(3)에서는 국가가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 점이 잘한 것이라는 전제에 대해 깨우치는데, 특히, 법적으로 보장된 종교의 자유에 주목한 나머지 복음을 진리로 선포하는 것과 국가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진정한 자유용기를 상실한 교회를 경계한다. 이 책의 핵심인 교회의 정치학(4)에서는 돌봄훈련이 양립 불가한 것처럼 보이는 현대 교회가 돌봄의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있음을 지적한다. 그에 따라 그리스도인됨이 자기 이해의 범주 및 그것과 상관있는 돌봄에 대한 인식으로 이해되는 것 또한 안타깝게 여긴다. 성의 정치학(5)증언의 정치학(6)에서는 좀 더 실제적인 영역인 교육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다. 혼란스런 성윤리와 결혼이 만든 가정이 우리의 중심이 되어감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공교육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사실의 왜곡에 대해 교회가 아무런 도전을 하지 못한 것을 비평한다.

그렇다면 각 장마다 제시한 문제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가? 하우어워스가 개정판 서문에 밝히듯 자신도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른다고 고백한다(그래서 제목 끝에 물음표가 달려있다고 한다). 다만, “나에게 중요한 문제는 대안의 부재보다, 그리스도인들이 현대 국가가 대표하는 거짓된 보편주의와 협상하는 법을 어떻게 배우는지 밝히는 것이다.”(20p) 그리고 우리는 계속 나아감으로써 계속 나아간다.....참으로 나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은 우리의 것이 아님을,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 수 없음을, 그리고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음을 인식함으로써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대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20p) 그리스도인의 그리스인됨, 교회의 교회됨이 이 책에서 하우어워스가 제안하는 유일한 해답 아닌 해답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교회 바깥에는 구원이 없다! 우리는 유일하게 구원의 예증을 삶으로 보여주는 교회 공동체에서 구원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1). 사회질서가 갖는 한계에 저항하기 위해 정의보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붙잡아야 할 것은 하나님이시며(2), 교회의 자유는 국가가 허락하는 종교의 자유에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신실함에서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3). 그리고 구원을 믿음의 체계로만 인식하는, 개인을 위한 복음을 넘어서기 위해 교회는 훈련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벽돌 쌓은 법을 배우는 것처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스승으로부터 그리스도인됨을 훈련할 때 우리는 진정한 제자가 되어갈 것이다(4). ‘과 가정의 영역에서도 공동체 일원, 공동체의 관계 안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방법 중 하나로 독신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5). ‘교육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권세들을 분명히 명명하도록 도와줌과 동시에, 세상의 전제 반대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증언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6).

37쪽에 달하는 주석 분량은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된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책들 중에서도 학술적으로 좀 더 치우친 책이라는 걸 알려준다. 게다가 각 장마다 등장하는 많은 이론가, 신학자들의 다양한 개념들은 어렵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하우어워스의 안내를 계속 따라 가보면, 난해함을 지나 분명한 문제 제기와 교회됨에 대한 필연적 자각에 이르게 된다. 그게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자신을 사로잡는 사회적 통념과 전제에 스스로를 그냥 내어주지 않고,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상상력으로 갱신되고 충만해지는 새해가 되길 바라본다.

 

정답 없이 사는 것을 배우면서, 또한 기독교 세계 이후를 사는 것을 배우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생존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라건대 우리가 발견한 그 생존법은 우리 자신의 삶에 놀라움을 줄 뿐 아니라, 우리의 비그리스도인 형제 자매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예배하는 하나님을 생각하면, 그렇게 기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20~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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