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 그대로 “십자가 처형”에 관한 책!
기독교 신앙 한 가운데 있는 “십자가”가 “처형” 방법 중 하나였다는 점을 거침없이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2. 신약성서, 고대 유대교, 헬레니즘 연구에 큰 영향력을 남긴 마르틴 헹엘은 이 책에서 십자가 형벌이 고대 세계에서 가진 사회·문화적 의의를 찬찬히 고찰한다. 십자가는 야만인들의 사형 방식(5장)이자, 로마의 최고 형벌(6장)이었으며, 반란을 일으킨 이방인들과 폭력범들, 강도들에 대한 형벌(7장)이었고, 노예 형벌(8장)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어권 세계(10장)는 물론, 유대인들(11장)에게도 극심한 처형방식으로 인식되었던 게 바로 십자가 처형이다.

3. 화형과 참수형 보다 더 심한 형벌이었던 십자가는 강도들의 강도활동을 억제하고 강도를 당한 피해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주는 사회유지 기능도 했다. 이렇게 저자를 따라 십자가 처형의 민낯을 마주하다보면 십자가는 더 이상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독자는 “하나님의 아들”이 당대 최고 형벌인 “십자가”에 죽었다는 아이러니함에 다다르게 되는데, 극도로 비참한 인간과 동일시하신 하나님의 아이러니는 다름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신 것과 맞닿아 있다.

4. 1976년 독일어판 저본에 1977년 존 보우덴에 의해 영역된 내용들을 추가한 것을 번역한 이 책은 한층 더 풍성해진 게 분명하다.
게다가 많은 각주는 본문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건너 뛸 수도 있지만, 십자가 처형을 좀 더 충분히 이해하는데 부족함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5. 마지막 “12장 요약 및 결론”의 일목요연한 정리는 무척 매력적이다. 이 책의 내용, 그 이상을 말해주고 있는 이 장은 십자가를 제대로 묵상하기 위해서라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특히 그 중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 있다.

“우리 시대의 신학적인 추론에 따르면, 인간이자 메시아이신 예수의 독특한 죽음의 형태가 거리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이 거리낌을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약화시키고, 해소하여, 길들이려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신학적 반성이 참되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고대 시대에 십자가형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반추해보는 것은 오늘날 신학과 설교에서 종종 간과하는 실체에 대한 중대한 상실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180p)”

6. 십자가를 묵상할 때 꼭 읽어야 할 책, 다른 말로 다가오는 사순절에 꼭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이「십자가 처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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