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누구를 사랑하실까? - 두 돼지 이야기
필 비셔 지음, 저스틴 제라드 그림, 정모세 옮김 / IVP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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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살과 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책에 관심이 많다. 특히, 믿을만한 출판사에서 그림책이 출간되면 무척 눈여겨보는 편이다. 아이들에게 성경적 가치관을 전해주고픈 부모의 마음 때문일 테다.

그러던 중 최근에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 책이 있다. IVP에서 나온 <하나님은 누구를 사랑하실까?>가 바로 그 책이다. 2008년에 살림에서 출간된 바 있는 이 책이 IVP에서 다시 나온 데에는 충분한 이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그 가치를 확인하였다.

이야기는 그림책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은이 “필 비셔”(Phil Vischer)는 좋은 이야기꾼이다. EBS에서도 방영된 적 있는 그의 작품 「야채 극장: 베지 테일」(Veggie Tales)은 미국의 학부모들이 추천한 최고의 컨텐츠 대상을 수상하였고, 지금도 ‘바른 기독교 세계관과 크리스천 리더십을 배우는 최고의 성품 교육 콘텐츠’로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이 우러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선사하기를 즐기는 그의 작품은 믿고 읽을 수 있다.

이야기와 잘 어우러진 그림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최고의 도구다. 그린이 “저스틴 제라드”(Justin Gerard)는 아내와 함께 Gallery Gerard를 운영하며 드림웍스, 디즈니, 펭귄북스 등 다양한 회사와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단순히 그림 실력만 뽐내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 작품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멋진 이야기를 알아보고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작가는 그리 흔치 않다.

탁월한 해외 그림책이라 하더라도 좋은 옮긴이를 만나지 못하면 빛을 발하기 어렵다. 옮긴이인 IVP 정모세 편집장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짐 월리스의 「회심」 뿐만 아니라, 1,152페이지의 성경주석(「NIGTC 마가복음」)을 공역한 이력이 있다. 번역 실력이야 말해 뭣하랴. 그런데 그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네 아이의 아빠라는 것. 자녀 넷을 키우며 쌓인 그림책 내공이 번역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나님은 누구를 사랑하실까?>(원제 Sidney & Norman: A Tale of Two Pigs)는 “시드니”와 “노먼”이라는 두 돼지의 이야기다. 서로 옆집에 사는 직장인 시드니와 노먼은 서로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다. 노먼은 착하고 훌륭하며 언제나 최고의 모습을 보여 준 반면, 시드니는 실수 많고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등 부족한 점 많은 돼지다. 두 돼지에게 10월 어느 날 아침, 편지 한 통이 각각 배달되었다. “다음 주 화요일 편한 시간에 엘름가 77번지로 나를 만나러 와 주길 바란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마음을 담아, 하나님이” 편지 내용에 따라 초대받은 날, 해당 장소로 간 시드니와 노먼은 하나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님께서 전하신 메시지는 단순했다. 모든 일에 자신만만했던 노먼에게는 스스로의 교만을 깨닫게 하는 메시지를, 매사에 실수투성인 시드니에게는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셨다. 그 후 시드니와 노먼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하였다.

잔잔한 이야기 흐름 속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는 우리를 돌아보도록 하는 데 충분하다. 시드니와 노먼으로 대변된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우리 집에만 봐도 그렇다. 노먼을 보며 첫째가, 시드니를 보며 둘째가 생각났다. 첫째는 비교적 알아서 잘 하는 편이라 키우는 데 수월했지만, 둘째는 고집불통에 실수투성이다. 노먼과 시드니는 내 안에도 있다. 타인들이 보기에는 노먼 같은 나지만, 스스로 볼 때는 영락없이 시드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디흔한 노먼과 시드니에게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하는 일이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주어지는 것이다. 훌륭한 노먼이든, 실망스런 시드니든 하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존재 자체로 사랑하신다. 이 책을 통해 잊고 있던 하나님의 마음을 상기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단순한 진리를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하나님은 노먼이 받는 상이나 칭찬 때문에 노먼을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지 않으시며, 하나님은 시드니의 모자란 점 때문에 시드니를 조금이라도 덜 사랑하지 않으신다는 진리 말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하는 일에는 전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이 책을 자녀들에게 읽어 주려면] 中

성인이든, 아이이든 이 책에서 말하는 단순한 진리를 혹시라도 잊은 사람이 있다면 가벼운 이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며 하나님의 따뜻한 음성을 듣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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