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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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이 2010년에 출간된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개정판이라는 정보 말고는 책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이 순수하게 글귀만을 만났다. 읽어나가며 사람살이, 여행, 마음공부 등에 관심이 있는 저자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삶을 소중하고 예쁘게 다루는 그녀의 태도가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삶을 살 때 우리는 누구나 힘겨움을 경험한다. 그 때 그 위기의 극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보지만, 실제로는 무언가 아주 특별한 게 필요한 게 아니다. 곁에 있는 사람의 관심어린 한마디, 마주한 상황에 대한 약간 다른 시각, 뭐 이런 사사로운 것들이 삶을 다르게 만든다. 이 책에 내용들이 그런 것들이다. 저자의 삶에서 기른 지혜처럼 보이지만 내 삶에서도 경험하고, 느낀 적 있는 것들이라 낯설지 않다. 공감하며 위로받는다.

다음 구절들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수고한 자신을 위한 선물로 말이다.

 

* 우리에겐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 자체는 탓할 일도, 억지로 가라앉힐 일도 아니고 그저 자연스러운 욕망일 뿐이다. 다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 내 마음이 이렇구나하고 알아채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알아채는 순간, 욕망의 온도는 견딜 만하게 내려간다(39p).

* 나에게서 받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크고 깊은 사랑이라는 걸 살면서 새록새록 느낀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아야 쓸모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어야 잘 쓰이는삶을 살 수 있다. 그 확신은 자신을 믿고, 재능이 꽃필 시간을 기꺼이 기다려 주는 일부터 시작된다(46p).

* 인간은 그 누구에게도 행복을 양보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94p).

* 사회에선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 사양이었다. 어린 아이에겐 다소 벅찬 미덕이었던 최선이 어른의 세계에선 당연한 전제였다(100p).

* 사랑하는 힘이 다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써 사랑을 완성할 수 있기를, 나는 또 바란다(139p).

* 어떤 느낌에 사로잡힌 나를 본질적인 나라고 착각하지 말 것,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143p).

* 어떤 일에 지독하게 빠져 있는 자신이 밉고 죄책감이 든다면 중독이다. 그 일을 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며 내면의 자부심이 커진다면 몰입니다. 왜냐하면 중독은 결국 자신의 실체를 잊기 위한 몸부림이며, 올바로 사랑을 쏟아야 할 대상에게서 거부당하고 상처받은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166p).

*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심장에서 울리는 소리를 따라 길을 떠난다. 그러나 진정 성숙한 여행자는 돌아와서 자기 발밑의 장미 한 송이를 더욱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보다 멋진 사람은 굳이 떠나지 않고도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여행자이다(201p).

*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이었다.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일용직 신세였다. 비정규직이었다. 내일 몫까지 미리 쌓아 두기 힘든 것, 그게 행복이었다(2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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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힘 + 1등의 습관 Special Set - 전2권 - 데일리 메모 패드 + 아이디어 노트 포함
찰스 두히그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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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찰스 두히그.

뉴욕 타임즈 기자인 그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냈고, 2012년에 국내에서 출간되고 난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명세로 S방송국에서는 그의 강연까지 방송을 했다.

최근에는 신간 “1등의 습관이 출간되어 스마트하게 일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탐사전문 기자라는 출신 덕분인지 그의 책에는 수많은 사례들에 대한 분석으로 가득하다.

그는 수백 건의 인터뷰와 수천 건의 논문 및 연구 보고서를 분석해 습관과 일하는 방법에 대해 설득력 있는 원리들을 뽑아내었고, 결국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각각 따로 출간된 책이 하나의 세트로 묶어진 것도 반길 일인데 각 권 구매 시 32,000원인 가격이 24,000원으로 낮아졌다. 책의 크기도 특별판으로 제작되어 한손에 쉽게 잡힌다. 더불어 데일리 메모 패드와 아이디어 노트까지 선물로 주어진다.

이 세트는 책의 내용에서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가격과 구성의 측면에서도 눈여겨 볼 좋은 기회라 여겨진다.

 

습관의 힘은 워낙 잘 알려진 책이라 나는 신간 “1등의 습관에 대해 좀 더 언급하고 싶다.

그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명제를 던진다. “이 책은 생산성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조사한 결과물이다. 평균보다 훨씬 뛰어난 생산성을 보이는 사람과 조직이 있는 이유를 밝히고 싶어 노력한 결실이기도 하다(18p).”

8가지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동기부여: 선택권을 행사하며 지배권을 쥐고 있다는 게 입증되면 자연스럽게 동기 부여가 일어난다(39p).

2) : 팀들의 효율성 개선을 위한 답은 집단 규범(서로 신뢰하며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규범)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77p).

3) 집중력: 심성 모형 만들기 능력(끊임없이 휘몰아치는 정보의 소용돌이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기준점이다(158p))이 중요하다.

4) 목표설정: 도전적인 목표와 스마트 목표(194p).

5) 회사: 신뢰의 문화(문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에게 의사 결정권을 주는 문화(234p)).

6) 의사결정: 가능한 미래를 예측해내려 노력하기(286p).

7) 빅 아이디어: 창의성을 자극하는 최상의 방법은 빛이 적당히 스며들 정도로만 교란을 일으키는 것이다(333p).

8) 정보활용: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에 맞닥뜨렸고 그 정보로부터 뭔가를 배우려 한다면, 그 정보를 어떻게든 가공해야 한다(381p).

8가지 주제가 저자에게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보여주는 “[부록] 나는 이렇게 일한다.”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무슨 일이든 스마트하게 빠르게 완벽하게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적용해 보라.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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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뒷조사 복음서 뒷조사
김민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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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읽기는 90년대 대표적인 놀이 문화 중 하나였다. 생소한 외국 이야기(먼OO 이웃OO), 어려운 고전(삼국△), 스포츠 규칙(슬램□□) 등도 만화를 통해서라면 정복 가능했다. 당시 만화에 대한 높은 수요는 동네 곳곳에 “만화방” 혹은 “도서대여점” 같은 것을 창출해 내기도 하였다. 인터넷이 발달한 2000년대부터는 종이로 된 만화책의 인기를 웹툰이 대신하기도 했지만, 만화라는 도구의 큰 장점들은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기독교계에서도 만화를 도구로 한 접근이 많이 이루어져온 걸로 안다. 모세, 다윗, 예수님, 제자 등 수많은 성경인물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림을 통한 생생한 연출은 2000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훌쩍 뛰어넘어 바로 내 가까이에 주인공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만화책이 주는 특유의 ‘흡인력’이 기독교 만화에서도 발휘되어 성경책이라는 텍스트 위주로 이해해 오던 주인공들의 스토리 하나하나가 좀 더 가까이 와닿기 시작한다. 역시 만화는 만화다.

그런데 그런 기독 만화류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탄탄한 신학의 부재다. 내가 모든 혹은 많은 기독교 만화 장르를 접해 본 것은 아니지만, 여태 만나본 기독 만화류는 초등학생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좀 더 상상력을 보태어 그림과 내용이 구성되었다. 어린 나이에 만화를 통해 성경 인물을 가깝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할 수 있지만, 올바른 신학적 토대 위에 견고한 내용이 더해져 만화가 주는 쉬운 접근성의 장점도 살리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데도 일조를 해주는 그런 만화가 이제 나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목마름을 해갈해주는 책 한 권이 나왔다. “마가복음 뒷조사(김민석, 새물결플러스)”가 바로 그 책이다. 주인공 ‘하몰’과 ‘사판검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가복음의 배경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단순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첫째, 웹툰(만화)의 재발견이다. 총 28화 분량의 웹툰으로 에끌툰에 연재되었던 책의 내용은 어린 시절 만화가 주었던 장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같은 내용이지만 만화 형태로 되어 있다면 훨씬 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 컷을 보며 그림이 텍스트보다 더 전달력 있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글로는 구구절절 장황하게 써야 할지도 모르는 내용이 한 컷 혹은 두 컷에 간단하게 기록 가능하다면, 어렵게 느껴지는 신학적 내용을 전달하는 데 만화를 활용하는 것은 참 지혜로운 방법 중 하나다.

둘째, 수준 높은 내용 구성력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재미를 고조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만화를 활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탄탄한 구성력을 잘 전달하기 위해 웹툰을 활용하는 식이다. 만화에도 각주가 달릴 수 있다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이 책은 일일이 찾아 읽기 힘든 만만찮은 분량의 양서를 저자 스스로 꼼꼼하게 곱씹어 핵심 내용을 적절하게 제시해 주었다. 제임스 던 등의 ‘역사적 예수 논쟁’, 리처드 보컴의 ‘예수와 그 목격자들’, 톰 라이트의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리처드 미들턴의 ‘새 하늘과 새 땅’, 케네스 베일리의 ‘선한 목자’, 리처드 헤이스의 ‘신약의 윤리적 비전’ 등이 활용된 책이다. 저자의 수고에 다시금 감사를 표한다.

셋째, 올바른 신학의 제시다. 복음서가 쓰이는 과정에서 당대의 구전문화 이해, 마가의 문체, 당시 유대인들에게 비춰진 예수의 이미지, 치유와 축귀의 의미 등 복음서 및 마가복음에 대한 궁금할 만한 내용들을 속 시원히 밝혀준다. 더불어 마가복음 배경 조사 과정을 통해 결국에는 성경을 이해하는 올바른 신학에 다다르게 한다. 여태까지 알고 있던 식의 복음서(마가복음) 이해로는 다다를 수 없는 사고, 하지만 꼭 필요한 신학적 사고를 제시하고 도전한다. 예를 들면, ‘기독교의 소망은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부활한 육체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 기독교의 궁극적 소망이다’, ‘현대 기독교는 날 천국 가게 해주고 지금 내 기도를 들어주는 신적 존재로서의 예수를 원한다’, ‘예수를 따르는 백성인 교회 공동체 자체가 세상의 대안이 돼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미리 보여줘야 할 존재다’, ‘예수의 십자가 상의 죽음이야말로 세상 권세들과 악이 궁극적으로 패배하고 무력화된 순간이다’ 등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신학적 이해와 사고를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제시해준다.

 

내가 읽은 “마가복음 뒷조사”는 만화의 재미에만 치우치지 않고, 신학적 체계의 근엄함에만 머물지도 않은 채 한국 교회에 필요한 중요 내용을 전달해준 책이었다. 이 책이 부디 평신도들에게 어렵지 않게 읽히기 시작해 바른 신학의 신자들이 더 늘어나길, 자라나는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손쉽게 읽히기 시작해 한국 교회의 미래가 좀 더 밝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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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침묵보다는 불편한 외침을 - 신학자 칼 바르트와 1906-1968의 정치
프랑크 옐레 지음, 이용주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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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신학자라 불리는 “칼 바르트”는 평범한 신자인 나에게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선망의 대상일 뿐 가까워지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신학은 어려워만 보였고, 그의 저술들은 너무 방대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그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 준 책이 “편안한 침묵보다는 불편한 외침을”이다. 이 책은 당대의 정치에 대한 그의 태도를 통해 그의 신학과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었다.


이 책에서 발견한 그의 태도는 크게 3가지 형태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첫째, 칼 바르트는 특정 국가(혹은 정부)가 아닌 하나님의 나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하나님은 “특정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모든 민족 국가들 가운데 수립될 하나님 자신의 의로운 국가”를 지향한다(10p).」 「그렇다면 이제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은 명백하다.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이 정부에 순종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께 순종하며 이 정부에게 불복할 것인가(104p).」 당시 나치정부에 순복하는 것만이 최선이라 여기던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고 그는 오직 하나님을 먼저 생각했던 신학자였다.
둘째, 칼 바르트는 정치 혹은 이념이 아닌 삶의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바르트는 사회민주주의자들의 편에 서고자 했다. 사회 현실을 그저 관망하며 자유롭게 떠도는 지성주의는 무가치하기 때문이다(53p).」 「바르트는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정치를 추구했다. 우리는 “시민의 의무와 정당의 의무를” 실현하면서도 “거리를 두고, 결코 환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75p).」 그가 바라보는 정치는 인간에게 있어 가능한 것들을 다루는 기술이지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으며, 이념 또한 수단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것들을 뛰어넘으며 포괄하는 삶의 방식과 행동에 주안점을 두었다.  
셋째, 칼 바르트는 내면으로만 향하는 신앙적 태도를 거부하고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독교에 대한 일방적·관념적 이해, 즉 인간의 “내면으로만” 향하는 기독교 이해를 바르트는 매우 단호하고 인상적으로 거부하고 있다(59p).」 「개인이 “자기 자신 때문에, 그리고 자기만을 위하여” 회개하고 “주님이신 하나님께로” 돌이키지 않는 회개로는 충분치 않다. 지상에서의 하나님의 일을 위한 “봉사” 그리고 전 “우주”를 향해 이 일을 “증언”하기 위해 행동하는 회개가 요구된다. “총체적 회개와 갱신을 통해···인간은 자기 자신과 더불어···공적 책임”을 지닌다(139p).」 우리는 내면적 회심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의 공동체로서 세상을 향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바르트는 강조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그는 국가나 정부에 최우선을 두지도 않았고, 특정 정치나 이념에 헌신하지도 않았으며, 개인 내적인 관심에만 몰두하지도 않았다. 그가 외쳤던 「하나님 먼저! 먼저 하나님!(젊은이를 위한 칼 바르트, 새물결플러스 역간, 2015)」에서 엿볼 수 있듯 그는 하나님을 중심에 두고 그 하나님의 방법이 세상을 향한 외침과 행동이라면 기꺼이 움직였다.
세상이 참 어수선하다. 특히 4월 13일 총선과 4월 16일 세월호 2주기를 맞으며 세상의 정치의 희망없음을 많이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이런 시대적 현실 속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불편한 외침”을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 이제 이 고민이 행동으로 옮겨졌으면 한다.

 

P.S. 칼 바르트 초보자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젊은이를 위한 칼 바르트(울리케 벨커, 새물결플러스 역간, 2015)”를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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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의 비밀 - 하나님 나라 내러티브와 교회의 비전과 사명
스캇 맥나이트 지음, 김광남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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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고등학생 때부터 다닌 교회에서 배운 바로는 삼위 하나님(성부, 성자, 성령)과 몇몇 성경인물들, 그리고 예수를 잘 믿으면 천국에 간다(?)는 내용이 기독교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 대학교 선교단체 활동을 시작하며 기독교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 중 일부분이었던 “하나님 나라”라는 단어는 나를 때로는 군사로, 때로는 시민으로, 때로는 일군으로 만들었다. 왠지 세상으로부터 그 나라를 지켜야 할 것 같아 군사가 되었고, 천국 거주민이 되고자 시민이 되었으며, 열매를 많이 올려드리고자 일군이 되었다. 그렇게 캠퍼스에서 나만의 이미지로 그려왔던 “하나님 나라”는 이제 지역과 규모, 형태와 교파를 초월하여 어느덧 현대 기독교의 핵심 주제가 되어버렸다. 생소함에서 출발했던 “하나님 나라”가 어느덧 일상화 되었다.
 
하지만 그런 보편성에 부합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적절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평신도 입장에서 보면 양육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교회에 다니거나, 열정 넘치는 리더십을 만나지 않는 이상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길은 거의 전무하다. 그렇게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하나님 나라”에 대해 고심하던 찰나에 좋은 책 한권을 손에 쥐게 되었다. 바로 이 책, 스캇 맥나이트의 “하나님 나라의 비밀(새물결플러스 역간, 2016)”이다. 이전에 저자의 책 중 하나인 “ONE, LIFE(성서유니온 역간, 2015)”를 통해 제자도에 대한 통찰의 유익을 얻었던 터라 이번 신간도 기대가 많이 되었다. 도대체 우리가 자주 말하는 “하나님 나라”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저자라면 잘 설명해 줄 것 같았다. 그렇게 펼친 이 책은 30대 평범한 회사원인 나에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지만, 하나님 나라에 대한 바른 관점을 세우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세 가지 점에서 이 책의 유익을 말하고 싶다.
 
첫째, 이 책은 현대인과 현대 기독교가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지 깨닫게 해주었다. 저자는 친구 목사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단상으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현대의 이해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를 사회정의와 평화의 차원으로 이해하는 “스키니진 스타일”과 하나님 나라를 구원과 복음전도 차원으로 이해하는 “정장바지 스타일”이 그것이다. 저자는 두 스타일에서 강조하는 점들을 하나님 나라 차원에서 완전히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이 모든 것은 하나님 나라의 사명의 일부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저자는 하나님 나라를 형성하는 전통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다. “창조-타락-구속-완성”의 전통 방식이 개별적인 구원과 각 개인을 구속하시는 예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메시아, 왕 되신 그분의 모습과 이스라엘 공동체적 접근은 온데간데없다.
(저자가 만든 용어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유형들을 유목화 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둔다면) “스키니진 스타일”, “정장바지 스타일” 이런 유형에서 강조하는 것들은 하나님 나라를 “삶”이라는 “현실”과 연결시키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것을 마치 하나님 나라의 전부로 대치해 버리는 오류를 범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유일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알기 위한 기본 토대인 성경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둘째, 저자는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이자 핵심인 “성경”으로 돌아가 거기서부터 그 나라와 사명을 이해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해주었다. 스캇 맥나이트는 성경 이야기로의 회귀를 외친다. “나는 성서를 믿는다. 또한 나는 우리가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신학은 성서를 통해서 그리고 성서에 의해서 형성된 신학이라고 믿는다(53p).” 유일한 방법인 성경으로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성경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창조(C)-타락(F)-구속(R)-완성(C)”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A(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통해 통치하고자 하시지만 인간은 스스로 통치하고자 함)-B(하나님을 대신해 이스라엘을 위한 인간 왕이 세워짐)-A’(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다시 통치하심)”라는 이야기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님 나라는 “창조-타락-구속-완성”에서 보인 개인적 구원의 차원을 넘어 통치자이자 왕이 되신 예수에 대한 이야기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통치하시는 예수로부터 출발하여, 당대 이스라엘이 그랬듯 세상의 지배적인 이야기들에 맞선 그분의 백성들의 이야기에 이르게 한다. 그렇게 “교회”를 만난다.
 
책에서 얻은 유익의 마지막은 이 책의 핵심 주제인 “하나님 나라”와 “교회”가 같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귀 기울여 볼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스키니진 스타일”과 “정장바지 스타일”에서 충분하게 시도해 보지 않은 하나님 나라와 교회의 관계 파악을 성경과 당대의 시대적 상황에 근거하여 주도면밀히 해나간다. 예수의 세계에서 하나님 나라는 “왕에 의해 다스림을 받는 백성”을 의미했다. “’하나님 나라’가 필연적으로 ‘백성’을 의미한다면, 그때 하나님 나라와 교회의 관계는 무엇보다도 백성에 관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의 질문은 하나님 나라에는 누가 있고, 교회에는 누가 있느냐 하는 것이 될 것이다(161p).” 질문의 해답을 위해 베드로의 고백("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시몬 바요나야, 너는 복이 있다. 너에게 이것을 알려 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시다. 나도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다. 나는 이 반석 위에다가 내 교회를 세우겠다. 죽음의 세력이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표준새번역, 마태복음 16:16-19)을 가져온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예수가 현재의 교회(백성)를 미래의 하나님 나라(백성)와 연결시키고 있다. 즉 예수는 베드로가 지금 교회에서 하는 일을 하나님이 미래에 그분의 나라에서 하실 일과 연결시킨다(162p).”는 점이다. 베드로 뿐 아니라 바울도, 사도 요한도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연결한다. 그의 설득력 있는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님 나라의 사명이 곧 교회의 사명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한 삶은 교회와 연관되어 구체성을 띄게 된다. 그렇게 7장부터 11장까지 이어지는 하나님 나라의 사명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교회의 사명이자 비전이 된다. 이것은 “스키니진 스타일”에서 강조하는 사회정의, 공동선, 평화와 “정장바지 스타일”에서 강조하는 구원, 복음전도 모두를 포괄할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 미래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품게 한다.
나는 저자의 하나님 나라와 교회가 같다는 주장을 통해 모호했던 하나님 나라의 실체가 환희 드러나는 느낌을 경험했다. 하나님 나라는 더 이상 추상적이거나 환상의 그 무엇이 아니었다. 그것은 백성들의 연합을 통해 완성된 교회라는 분명한 현존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캇 맥나이트의 "현재에 대한 분석-성경으로의 회귀-그 속에서 발견한 교회"라는 관점에 빠져들었다. 한편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풍요” 속에서 교회와 그 백성들의 연합의 “빈곤”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상에 도전장을 내밀어 주어 감사했다. 하지만 이런 유익들 사이에 남는 아쉬운 점 한 가지가 있다면 좀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 같은 평(범한)신도들에게는 어려운 신학적 논리들 보다 삶의 “이야기” 한편이 훨씬 더 와 닿고 심지에 불을 지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을 살아가며 때로는 패배감으로 하나님 나라가 멀게 느껴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때 우리의 예언자적 상상력을 깨우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 역시 바로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신약학자 다운 저자의 탄탄한 신학적 논리 위에 그 “이야기”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가 덧붙여졌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곳곳에서 제시한 하나님 나라로서의 교회의 사명이 다양한 모습들(교회의 내 옆 성도를 향한 구체적인 헌신, 세상을 향한 자유민의 삶-나는 당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왕이신 예수의 말을 들을 것이다, 공적인 영역과 직업에서의 선한 행실, 죄와 악한 자의 지배와 조직적인 악에서의 구출, 돈과 소유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타인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 등)로 발견되기는 하지만 그건 “이야기”라기 보다 딱딱한 계명(?) 같이 느껴진다. 구약의 이스라엘 “이야기”처럼 오늘날의 교회에 대한 “이야기”, 하나님 나라의 사명에 충실했던 교회들의 실제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나누어졌더라면 이 책이 (나 같이) 평(범한)신도들에게도 충분히 전복적인 것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마 그랬다면 이 책을 접한 (실제로 교회를 이루어 가는 중인) 모든 신도들의 삶에 구체적인 열매 맺음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저자는 실제적인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라는 나의 바람을 이 책을 읽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 같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가 교회라는 단서를 가지고 왕의 통치를 받는 백성으로서, 교회로서 그 이야기를 써내려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이기도 할 것이다. 부디 내가 속한 교회가, 한국과 세계 곳곳의 교회들이,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인 (‘지금’과 ‘아직’의) 교회가 되어 가길 감히 소망해본다. 하나님의 통치가 우리를 통해 어떻게 이뤄질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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