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신과 기독교
오노 시즈오 지음, 김산덕 옮김 / 하영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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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신과 기독교>는 일본 기독교회사를 통해 일본의 정신을 들여다 본 책이다. 저자인 오노 시즈오는 일본그리스도개혁파교회 소속 목사이자 일본 그리스도교회 역사 연구가이다. 그의 이런 배경은 많은 일본 교회사와 구별되게 일본 개혁파 교회의 입장에서 교회사를 정리하도록 하였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 <일본의 정신과 기독교>이다.

<일본 교회사(칼빈아카데미, 2012)>의 개정판인 본서를 1판의 번역을 맡았던 김산덕 박사가 부족한 점을 충실히 보완해 낳았다. 역자는 호도스신학원을 설립하고 목회자 없는 일본의 교회들을 위해 한국인 목회자를 훈련하고 파견하는 일에 힘쓰고 있는데, 그의 일본어와 일본 문화·역사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는 이 책을 번역하기에 충분하리라 판단된다.

탁월한 저자와 역자의 만남으로 우리 손에 오게 된 <일본의 정신과 기독교 >은 일본에 개신교가 전해지기 시작한 메이지와 그 다음 원호인 타이쇼까지의 기독교 역사를 다룬다. 이 책은 원호를 사용해 역사 구분(메이지, 타이쇼, 쇼와)을 하고, 각 시대별 기독교 및 기독교회의 특징을 서술한다. 저자는 이 원호를 사용한 시대 구분이 집필 당시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안이한 생각이었다고 고백한다(14p). 원호(혹은 연호)는 텐노(천황)의 계승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바뀌게 되는데, 기독교 역사에 대한 기술을 하며 일본 천황 중심의 시대 구분의 틀을 차용한 점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바뀜에 따라 시대 분위기가 달라지고, 이는 곧 사회의 변화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저자의 이런 구분을 질타할 수만은 없겠다.

책의 세부내용은 일본의 기독교회사를 이해하는데 충분히 유용하다. 의료 선교사 헤본을 대표로 한 복음의 씨앗이 일본 땅에 심어지고,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교회들이 세워졌다. 그러면서 기독교 교육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다양한 교파들이 생겨났으며, 교파를 극복하는 보편교회 신조도 함께 강조되었다. “우에무라 마사히사우찌무라 칸조라는 일본 기독교사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인물들과 함께 교회는 사회문제 가까이 있었던 집단이었다(1~10, 메이지 시기). 메이지 시기를 지나 타이쇼 시기에도 기독교는 다양한 영역에서 그 의의를 드러내며, 대표적 인물로는 타카쿠라 독타로가 있다(11~12, 타이쇼 시기).

에서는 일본 교회 형성의 원초에서 안정적인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336p)이 서술되었다. ‘에는 전쟁과 식민지 지배 역사가 등장 할 텐데, 이런 역사적 상황에서 일본 기독교회의 움직임은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필자는 기독교가 유입되고 정착하는 과정 곳곳에서 보인 일본인들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태도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적잖이 놀랐고, 한편으로는 그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본서가 현재 일본과의 좋지 않은 관계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회피되는 책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한 나라에 기독교가 전파되고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의 맥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시금 확인해 볼 수 있는 유익이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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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십일조가 알고 싶다 - 성경에 기초하여 재미있게 풀어쓴 어린이 알고 싶다 시리즈 3
이수경 지음, 김태은 그림 / 넥서스CROSS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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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넥서스CROSS8의 “알고 싶다” 시리즈로 현재까지 7종의 책이 발간되었다. “교회가 알고 싶다”, “십일조가 알고 싶다”, “요셉이 알고 싶다”, “부활이 알고 싶다”, “삼위일체가 알고 싶다”, “종교개혁이 알고 싶다”, 신앙생활에서 궁금할만한 주제를 선정하고 그것에 관해 알고 싶은 마음을 전문가를 통해 해소해주는 시리즈라 참 감사하다.
이 시리즈가 어린이 버전으로 나와 현재 3종(“어린이 교회가 알고 싶다”, “어린이 부활이 알고 싶다”, “어린이 십일조가 알고 싶다”)이 출간되었다. 그중에서 <어린이 십일조가 알고 싶다>를 읽어보았다.

“알고 싶다”의 어린이 버전답게, 십일조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그림과 이야기로 풀어간다. 지원이의 십일조 생활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지원이와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십일조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들로 확장된다.
책에 등장한 주요 내용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십일조에 관한 8개의 성경 구절(23~24p): 레위기 27장 30절, 레위기 27장 32절, 민수기 18장 21절, 민수기 18장 28절, 신명기 12장 6절, 신명기 14장 22절, 신명기 14장 23절, 신명기 26장 12절.
-율법에 나타난 십일조의 의미(37p):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것인 십일조를 하나님께 드리고, 하나님께서는 그 십일조를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과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나눠주심.
-십일조의 진정한 의미(61~62p): 하나님께서 우리의 주인이시고, 지금도 우리를 다스리고 계신다는 것. 우리의 모든 것이 하나님 덕분이라는 것.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의 표현이 바로 십일조.
-신약에서의 연보(89p): 신약 시대로 넘어오면서 숙제처럼 주어진 율법의 십일조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헌금하는 연보가 많이 나옴. 딱 십 분의 일만 헌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헌금해서 가난한 사람들도 돕고,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도 도와줌.
-헌금의 사용(94p): 사례비(목사님과 전도사님들께 드리는 돈), 관리비(교회를 관리하는 데 쓰이는 돈. ex) 전기료, 난방비, 차량, 임대료 등), 교육비(교육을 위해 쓰이는 돈. ex) 유초등부 등), 선교비(선교사님들에게 보내드리는 돈), 구제비(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이웃들을 위한 구제금, 노숙자들을 위한 구제금, 홀로 계신 노인들을 위한 쌀과 반찬 등)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112p)께서 우리에게 돈도 맡기셨음을 깨닫고(113p), 10의 9 역시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해야 한다(115p). 그리고 돈 만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비롯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

예수를 삶의 주인으로 모신 신앙고백인이라면, 어린이라 할지라도 십일조 생활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십일조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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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 마리아 -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정혜 지음 / IVP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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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기독출판사에서 웹툰을 책으로 출간하기 시작했다. 새물결플러스에서 나온 일명 “뒷조사”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는 IVP와 웹툰이 만났다. 이 환상적인 콜라보의 첫 번째 작품은 바로 <비혼주의자 마리아>, 기독교 웹툰 사이트 ‘에끌툰’에서 ‘린든’이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 그리스도인 작가 안정혜 씨의 작품이다. 나는 텀블벅 프로젝트 참여로 공식 출간보다 일찍 책을 받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에끌툰 연재작 중 조회수 1위”를 차지한 이 책만의 매력을 한번 살펴보았다.

먼저, 이 책의 주제가 눈길을 끈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페미니즘”이 책 전체를 감싸고 있다. 주인공 ‘마리아’가 파혼을 하고 비혼주의자가 된 배경을 쫓으며, 자연스레 교회 안에 팽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마주하게 한다. 스토리 곳곳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적나라하고, 숨김이 없다. 그런데 이 사례들이 상상으로만 탄생한 게 아니라는 점은 남성인 나를 부끄럽게 했다. 작가는 1년 넘게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 그룹 미팅 등을 하고 관련 도서와 기사, 자료 등을 기반으로 연구했고, 그 결과물이 다양한 사례로 나왔다. 부서 담당전도사가 여성 신체에 대한 무례한 발언을 한다던가, 수련회장에서 부장 집사가 여자 청년을 성희롱 한다던가, 예배 시간 중에 설교자가 자매의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받는다던가 하는 불쾌한(?) 사례들부터, 여자 청소년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전도사를 두둔하는 담임목사, 상처로 교회를 떠난 여성에 대해 이단이라는 소문이 도는 교회의 현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가 성 상담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등 고개를 젓게 하는 사례들까지 등장한다. 이런 사례들을 마주하며 남성으로서 여성들의 수치와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고, 주변 남성들의 무감각과 무지함에 침묵하였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나아가 목회자와 성도 모두가 이 책을 출발점 삼아 나와 우리 공동체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품이 스토리 전개를 위한 여러 사례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사회적·신학적 논쟁거리도 함께 집고 넘어간다. 이를테면, 존 파이퍼의 “남녀 평등주의가 성폭력의 원인입니다”라는 발언에 관해 설명하기도 하고,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개념도 다룬다. 또한, 성차별적으로 보이는 바울의 성경 내용이라든지, 가부장제를 죄에 따른 저주로 볼 수 있는지 등 성경 이해에 대한 여러 이슈들도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작가는 사례 조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신학적 이슈 역시 쉽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가 적합한 정보전달을 위해 열심히 관찰·연구한 흔적은 참고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드니 스타크의 <기독교의 발흥>, 크레이그 키너의 <바울과 여성>, 그리고 각종 주석들(NICOT 창세기, 틴델 구약주석 시리즈 1: 창세기, WBC 마태복음 하) 등 실제 인용하게 된 참고문헌은 이렇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신학서적들을 주제탐구를 위해 참고하였을 걸로 보인다(웹툰 작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독서토론”이라는 상황을 설정하여 논쟁거리에 대한 대립된 의견을 모두 보여주려는 상황 설정도 돋보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신학적 내용들을 웹툰의 특장점을 살려 간결하고도 명료한 표현력에 담아낸 것도 칭찬하고 싶다.

페미니즘에 관해 사례를 통한 문제 제기, 전문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면밀한 분석 과정을 거친 후 작가가 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여성들이 더 이상 차별과 폭력으로 인해 위축되지 않길, 그리고 남과 여 모두가 동일한 인간 존재로서 당당하게 자립해 나가길 바란다는 것이다.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신앙 행위를 하고 있었던 마리아도, ‘인간으로서’ 예수 부활의 증인이 되었던 막달라 마리아도 둘 모두, 저주가 끊어진 하나님 나라의 자립된 개인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요.(266~267p)
하나님 나라에선 가부장제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결혼도 없어지는구만요. 그러면 그리스도인들이야말로 남녀 역할에 집착하기보다 그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284p)
지금 이 모임을 통해서 깨달은 우리부터 목소리를 내고,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더 이상 차별이 없고, 남녀의 위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가 자립된 개인으로 서서 서로 사랑하게 될 그 부활의 날을 그려보면서요.(288p)
우리(남성, 그리고 여성 모두)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당부에 충분히 귀 기울여야 한다.

책을 읽으며, 과학과 창조기사의 관계를 다룬 <창조론 연대기>가 생각났다. ‘만화’로 시작해 ‘신앙’과 ‘신학’을 최대한 올바르게 해석하고자 하는 작품 스타일이 굉장히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 책의 작가(김민석 씨)와 이 책의 작가(안정혜 씨)가 부부라고 한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두 분 모두 웹툰으로 한국교회에 여러 화두를 던지는 중요한 역할들을 감당하고 계시다. 이 노력의 경주를 지속해주시길 바라며, 다음 작품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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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하나님, 결혼 - 성경이 말하는 결혼과 남녀 관계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원마루 옮김 / 비아토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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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선물로 주어진 ‘성’과 ‘결혼’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욕망만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강력한 유교문화로 견고하게 버텨왔던 ‘성’과 ‘결혼’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과 태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 대중문화의 발달 등의 영향으로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이런 급격한 사회문화의 변화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고, 마침내 성경에서 말하는 ‘성’과 ‘결혼’ 보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과 ‘결혼’에 대한 인식이 더 파급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시대의 조류에 휩쓸리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좋은 책 한 권이 비아토르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바로 <성 하나님 결혼>(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이다. 이 책은 <아름다운 약속, 순결>(쉴터)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번역·출간되었던 책의 2015년 개정판을 새롭게 번역한 것이다. 기존에 출간된 책과 다르게 남녀가 마주보는 그림을 바탕으로 한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과 사랑을 연상케 하는 핑크빛의 본문 글자색은 독자로 하여금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책의 외형만 눈길을 끄는 것은 아니다. 다루는 주제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대표적인 기독교 공동체 브루더호프의 공동 창립자인 에버하르트 아놀드의 손자인 저자가 말씀에 대한 묵상과 공동체 경험에서 길어낸 성과 결혼 등에 관한 지혜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 제목에서는 성과 결혼으로 명시된 포괄적인 주제가, 본문으로 들어가 보면 결혼을 중심으로 한 남녀 관계의 세밀한 내용들까지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부에서는 하나님 안에서 성과 결혼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해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중요한 전제에서 출발하여(1장), 하나님의 뜻은 각 사람이 타인에게 형제가 되어 사랑하고 돕는 것에 있으며(2장), 둘이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결혼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라고 말한다(3장). 그러나 만약 배우자나 자녀가 하나님보다 우선시 될 때 우리의 사랑은 거짓이 되고 말 것이다(4장). 죄로 무너진 우리의 삶은 예수님의 용서하심으로 새로워지며(5장), 하나님 아래에서라야 성도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6장). 우리는 하나님과의 온전한 연결을 위해 순결해야 하며 공동체와 함께 그 노력을 해갈 수 있다(7장).

2부에서는 1부에서 다진 가치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황들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먼저, 성령이 남녀를 하나 되게 하신다는 것(8장)과 남녀는 서로를 보완하여 사랑하고 섬겨야 한다는 것(9장), 그리고 신성하게 가꾸어야 할 남녀의 성관계(10장)에 대해 말하면서 남녀 관계를 우선 다룬다. 다음으로는 관심사가 자녀로 넘어가 부모의 올바른 양육 태도(11장)와 어린 시절의 자녀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돕는다(12장). 결혼 관계 안에 있지 않은 이들에 대한 조언도 놓치지 않는데, 결혼 이전, 연애 과정에서 생각해 볼 점들(13장)과 반대로 독신이 주는 의미(14장)에 대해서도 말한다.

3부는 2부보다 더 실제적이다. 성교육의 위기와 자위행위(15장), 동성애(16장), 피임 및 낙태(17장), 이혼과 재혼(18장)을 주제로 삼는다. 이는 교회 내 성과 결혼에 관한 상담 주제로 흔히 등장하는 것들이다. 여러 민감한 주제들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견이 없을 한 가지는 죄악에 노출된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포용의 태도이다. 동성애자, 낙태한 사람, 이혼을 한 사람 등을 대할 때 우리는 그들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그들을 친구로 맞이해야 한다. 저자가 18장 동안 주장하는 내용들과 배치되는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모습들은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삶을 사는 것을 망설이게 하지만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 계속 깨어있어야 한다(19장).

「우리는 새로운 길이 존재함을 삶으로 입증해야 하며, 세상에 새로운 현실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 새로운 현실에는 하나님의 정의와 거룩함이 존재한다. 이 세상의 영에 반대하는 현실이다. 사람들이 자기 에너지를 공공선을 위해 쏟는 곳, 또 영적 공동체를 이룰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나누는 삶을 건설해 가는 곳 어디에서든 순결과 평화, 하나 됨과 사랑의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사랑의 능력을 증거해야 한다. 우리 각자는 사랑으로 섬기는 가운데 자기 일생을 다른 이에게 바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다(요 13:34~35).」(222p)

이 책은 구성과 내용은 교회 공동체에서 성과 결혼에 대한 주제로 나눔을 할 때(예를 들면, 결혼예비학교) 아주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사례들은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성과 결혼에 대한 조언들이 개인적 실천 차원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공유되어야 할지 고민하게 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당사자들대로, 교회 구성원들은 교회 구성원들대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책 후반부에 있는 스터디 가이드는 생각해볼 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을 중심에 둔 성과 결혼, 남녀 관계에 고민하는 자라면, 그리고 이 고민이 나와 너의 문제만이 아닌 교회 공동체원 모두의 과제로 끌어안고자 하는 교회라면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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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동행하기
이수영 지음 / 밀알서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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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수학은 단연 부담스러운 과목이었다. 출제된 문제를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내 손으로 풀어나가는 경험은 참 신기하고 재미났지만, 조금만 난도가 높아버리면 땀이 나게 하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었다. 처음 사칙연산을 배워 실생활에 유익하게 도움을 받은 산수의 수준을 넘어 수학의 차원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수많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낳는 걸 본다. 나도 그런 고비를 경험했고, 돌아보면 내 곁에도 몇몇의 수포자가 있었다.
「수학으로 동행하기」는 이런 애증의 과목인 수학을 매개로 한 책이다. 어떤 사람이길래 그 어려운 수학을 제목에 내걸었을까 궁금했다. 저자인 이수영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15년간 해온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상담 공부를 하면서 수학 학원 원장으로 활동해왔다.
본서는 그가 운영하는 수학학원에서의 학생 및 학부모와의 만남, 그리고 인간, 교육, 진로 등에 관한 3쪽 내외의 묵상들을 여러 편 모은 글모음집이다. 비교적 짧은 묵상들의 연속이기에 부담 없이 읽을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통찰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이 책의 가치를 세 가지 정도로 강조하고 싶다.
먼저,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를 통해 학생, 부모, 교사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면, 수학 앞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학생에 대한 묘사와 그 학생의 내면의 복잡함에 대한 저자의 이해는 학생이라면 공감 받는 느낌이 들 것이고, 부모라면 애써 외면해온 아이의 심리를 알게 해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 여러 독자층(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서로 연결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상담의 여러 이론들을 바탕으로 인간과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킨다. 저자는 수학 학원 원장이지만 대학원에서 상담을 공부한 상담학도이기도 하다. 저자가 학생들을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담자로서 내담자를 마주하는 훈련을 통해 길러온 세심함이 있었다. 내담자를 앞에 둔 것처럼 오감을 곤두세워 학생들을 마주하지는 않더라도 언어적·비언어적 귀 기울임과 이해의 폭넓음은 상담 훈련을 통한 결과물로 보인다. 덧붙여 곳곳에 등장하는 상담이론과 개념들은 저자의 인간이해가 매우 근거 있는 접근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셋째, 성경을 통한 깨달음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고 만난다. 책의 목차로 보면 4번째 큰 챕터인 “~에게”에서는 유독 성경 본문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챕터에서 “학생들에게”, “학부모들께”, “선생님들께”로 구분해 성경 묵상 내용을 각 대상들에게 전한다. 학생들에게는 엘리사를 만난 과부에게처럼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주목하라고 권한다. 학부모들에게는 자신을 배척하는 고향에서 기적을 베푸실 수 없으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선생님들을 배척하지 않고 기도해주길 요청한다. 선생님들에게는 사랑이 없으면 아무런 유익이 없다는 고린도전서 13장을 토대로 영적인 학생들을 사랑이라는 기반 위에 만나기를 부탁한다.
“수포자”가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내 자녀가 어떻게 하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그 단서를 찾고자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아쉽게도(?) 수학에 대한 묘책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수학이라는 장벽 앞에 서게 될 아이가 어떤 마음일지, 그리고 그때 나는 어떤 관점과 태도로 아이에게 다가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기술보다는 마음가짐을 다잡게 해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준 책이다. 자라나는 다음세대 아이들, 참 힘들게 공부하고 있다. 공부가 전부라고 강조하는 풍조 가운데, 공부 보다 너 자신이 더 소중하다는 걸 알려주는 사회가 속히 도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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