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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동행하기
이수영 지음 / 밀알서원 / 2019년 3월
평점 :
학창시절에 수학은 단연 부담스러운 과목이었다. 출제된 문제를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내 손으로 풀어나가는 경험은 참 신기하고 재미났지만, 조금만 난도가 높아버리면 땀이 나게 하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었다. 처음 사칙연산을 배워 실생활에 유익하게 도움을 받은 산수의 수준을 넘어 수학의 차원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수많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낳는 걸 본다. 나도 그런 고비를 경험했고, 돌아보면 내 곁에도 몇몇의 수포자가 있었다.
「수학으로 동행하기」는 이런 애증의 과목인 수학을 매개로 한 책이다. 어떤 사람이길래 그 어려운 수학을 제목에 내걸었을까 궁금했다. 저자인 이수영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15년간 해온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상담 공부를 하면서 수학 학원 원장으로 활동해왔다.
본서는 그가 운영하는 수학학원에서의 학생 및 학부모와의 만남, 그리고 인간, 교육, 진로 등에 관한 3쪽 내외의 묵상들을 여러 편 모은 글모음집이다. 비교적 짧은 묵상들의 연속이기에 부담 없이 읽을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통찰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이 책의 가치를 세 가지 정도로 강조하고 싶다.
먼저,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를 통해 학생, 부모, 교사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면, 수학 앞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학생에 대한 묘사와 그 학생의 내면의 복잡함에 대한 저자의 이해는 학생이라면 공감 받는 느낌이 들 것이고, 부모라면 애써 외면해온 아이의 심리를 알게 해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 여러 독자층(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서로 연결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상담의 여러 이론들을 바탕으로 인간과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킨다. 저자는 수학 학원 원장이지만 대학원에서 상담을 공부한 상담학도이기도 하다. 저자가 학생들을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담자로서 내담자를 마주하는 훈련을 통해 길러온 세심함이 있었다. 내담자를 앞에 둔 것처럼 오감을 곤두세워 학생들을 마주하지는 않더라도 언어적·비언어적 귀 기울임과 이해의 폭넓음은 상담 훈련을 통한 결과물로 보인다. 덧붙여 곳곳에 등장하는 상담이론과 개념들은 저자의 인간이해가 매우 근거 있는 접근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셋째, 성경을 통한 깨달음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고 만난다. 책의 목차로 보면 4번째 큰 챕터인 “~에게”에서는 유독 성경 본문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챕터에서 “학생들에게”, “학부모들께”, “선생님들께”로 구분해 성경 묵상 내용을 각 대상들에게 전한다. 학생들에게는 엘리사를 만난 과부에게처럼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주목하라고 권한다. 학부모들에게는 자신을 배척하는 고향에서 기적을 베푸실 수 없으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선생님들을 배척하지 않고 기도해주길 요청한다. 선생님들에게는 사랑이 없으면 아무런 유익이 없다는 고린도전서 13장을 토대로 영적인 학생들을 사랑이라는 기반 위에 만나기를 부탁한다.
“수포자”가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내 자녀가 어떻게 하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그 단서를 찾고자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아쉽게도(?) 수학에 대한 묘책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수학이라는 장벽 앞에 서게 될 아이가 어떤 마음일지, 그리고 그때 나는 어떤 관점과 태도로 아이에게 다가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기술보다는 마음가짐을 다잡게 해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준 책이다. 자라나는 다음세대 아이들, 참 힘들게 공부하고 있다. 공부가 전부라고 강조하는 풍조 가운데, 공부 보다 너 자신이 더 소중하다는 걸 알려주는 사회가 속히 도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