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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의 방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0
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소녀가 자신만의 작은 방에서 웃음을 띠고 있어요.
이 소녀의 이름은 이사벨이랍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민을 온 소녀에요.
오빠처럼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지라 친구 사귀기도 영어로 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우리네 아이처럼 친근함이 느껴지네요.
그림을 그린 삽화가와 글을 쓴 작가는 리디아의 정원과 엘시와 카나리아,도서관을 통해 만나 본 분들이네요.
그림의 형식을 보고 있노라면 저 어릴적 보았던 빨강머리 앤이 연상됩니다.
감수성 풍부한 모습의 소녀들에게서 말이죠.
리디아의 정원에서 집 안 사정상 외삼촌댁에서 머물면서 할머니와 아빠,엄마에게 편지를 쓰던 리디아의 모습이
이사벨의 방에서는 루삐따 이모에게 편지쓰는 이사벨의 모습이 담겨 있답니다.
책의 구성은 루삐따이모에게 쓰는 이사벨의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요.

면지에서부터 책의 내용이 시작됩니다.
루삐따이모와 헤어지는 모습과 짐을 싸는 아빠와 오빠의 모습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이민의 붐이 일기 시작한 때입니다.
멕시코에서 사는 것보다는 교육 환경이나 물질적인 풍요을 좀 더 누릴 수 있는 미국으로의 이민은 일종의 꿈을 쫓는 것과 같답니다.
막상 꿈을 가지고 미국에 도착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이들은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아무래도 힘들겠지요.
이사벨의 가족은 나름대로 적응을 잘 하고 있나봐요.
수줍은 이사벨만 빼고 말이죠.


아직 친구 사귀기가 쑥스러운 이사벨은 자신만의 공간인 고요한 방을 만들 계획을 세워요.
새 냉장고 상자를 이용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기로 말이죠.
허나,비바람에 의해 밖에 두었던 상자가 엉망이 되어 버린답니다.
이 때,이사벨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자신만의 고요한 방을 잃어버렸으니..더 새침해졌겠지요?

엄마가 생일 파티 음식 만드는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이사벨은 새로운 고요한 방을 위한 상자찾기에 돌입합니다.
생일인 아이가 놀자고 해도 상자 수집에만 관심을 보이네요.
아마 친구와 어울리는 것이 아직은 낯선가봅니다.
물론 언어적으로도 서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요.

생일을 맞은 아이의 엄마는 멋진 케이크때문에 이번 파티가 최고였다고 하며
이사벨의 엄마는 거기에 있는 가족들 모두들 이사벨의 생일에 초대를 하신거에요.
이사벨은 선물대신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영어 단어들을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재미난 선물아닌가요?
아직 영어가 서툰 이사벨에게 이보다 더 멋진 선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사벨의 생일로 인해 친구들과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될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이사벨은 생일 날 친구들을 자기의 고요한 방으로 초대해요.
그 곳은 이사벨이 그동안 공들여 하나하나 꾸며 놓은 장소랍니다.
마리오네뜨 인형놀이도 가능하고 작게 꾸며둔 꽃밭이며 투우 경기장이며
캉캉춤을 추는 인형들하며...
게다가 이사벨이 멕시코에서 살았던 집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곳도 있답니다.
면지에서 소개되었던 그 집 말이에요.
루삐따 이모처럼 옷을 입은 인형또한 계단에 자리 잡고 있어요.

이제 학기가 바뀌었나봐요.
가을의 낙엽이 떨어지는 스쿨버스에 올라타는 이사벨의 모습도
이사벨을 반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젠 친구가 된듯 보이네요..아니..이제 친구가 되었어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고 이미이라는 설정이 ..아이가 이해하기엔 내용이 좀 어려운 듯 하더라구요.
내용을 간추려서 이야기해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잘 모르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어요.
이사벨의 첫 고요한 방이 엉망이 되어 식탁 아래에서 울고 있는 모습에서 측은함도 느껴보구요.
다시 새로운 상자를 구해 고요한 방으로 만들때의 모습도 상상해 보고
생일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해 다 같이 즐기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이사벨의 고요한 방에 아이도 가 보고 싶다고 하네요...




이사벨처럼 고요한 방 만들기를 하고 싶었으나...아직은 ...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들의 방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택배 상자를 이용해서 잘라서 문을 만들고..옆면에는 스티커로 꾸며주고
나름대로 옥상을 만들어...사다리를 연결해서 자동차들만의 아지트가 완성되었어요.
아랫층에 들어가지 못한 자동차들이 옥상에 올라가 자고 있어요...
우리 아이도 자신만의 공간을 가끔씩 찾을 때가 있어요.
베개와 쇼파를 연결해서 여긴...내 방이야..이런 식으로 말이죠.
2년 전 아이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주었는데..그때는 어려서 그런가..
그 곳에 들어가면 무섭다고 하면서 일 년간 들어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정리했는데..요즘들어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는 눈치에요...
낯선 나라,낯선 사람들,낯선 언어에 부딪히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잠깐 동안 외국 여행을 나가도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힘들어하는데,
계속 살아야 할 곳에서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장벽은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아요.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말을 걸어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한 걸음만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