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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관리부 ㅣ 햇살어린이 47
김보름 지음 / 현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에 아픔이 없으며 그 삶이 진정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삶이라 믿었던 세상. 하지만 인간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인간이 고통을 통해 한 단계씩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기초가 된다는 것을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마음의 고통 또한 성장이라는 것을 미아는 깨닫지 못했다. 미아가 사는 세상 밖의
세상 사람인 시오와 시오 어머니를 만나고부터 미아는 고통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완전한 성장과 건강을 위한 중앙 관리 시스템', 일명 '성장관리부'가 생겨난 뒤 컴퓨터와 인공지능으로 빈틈없이 작동되는 관리 시스템이
인체를 완벽하게 제어하면서 인간 몸에서 통증이란 것이 사라졌다. 인간에게 아픔이 없는 삶, 고통 없는 세상이 열렸다. 불과 몇십 년
전의 일이었다. 고통과 괴로움 없이 편안하고 안락함을 추구하며 일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무적의 몸으로 낙원 같은 세상을
살아간다. 성장기 어린이들은 성장관리부가 중점적으로 관리했다. 아이들 몸속에 성장도우미라는 칩을 심었고 아이들은 성장 등급을
1~5등급으로 매겨져 손목에
표시되었다.
아이들의 고통은 기계가 대신
받아 주어 아이들은 아픔이나 통증을 느낄 수 없었다.
학교에서의 출석 체크는 '아파테이아'라는 반영구적 진통제이자
성장 영양제를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어느 날 미아는 이유 없는 통증을 느끼며
파시오(PASSIO)가 되었다. 성장 등급 지수 밖에 있으며 통증을 느낀다. 아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자신만이 통증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미아는 마음도 몸도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파시오에 대한 반 아이들의 멸시와 무시 또한 만만치 않았다. 자신의
등급과 정반대인 1등급인 조이가 아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자 미아는 놀랍기만 했다. 조이 역시 파시오인 미아를 왜 도와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조이와 미아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싶었다. 조이의 꿈에 미아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조이는 1등급의 몸으로 성장도우미없이 성인의 몸으로 탈바꿈할 찰나 전신마비가 되어 버린다.
미아는 조이를
병문안했을 때 조이에게서 뜻밖의 말을 듣는다. 죽음을 원한다고 이 몸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벗어나고 싶다고. 조이의 충격적인 말에
미아는 무작정 길을 걷는다. 정신을 차려 보니 그곳은 낯선 땅이었다. 세상 밖의 세상. 고통이 지배하는
곳.
두려움에 떨고 있는 미아에게 시오라는 남자아이가 손을 내민다. 자신이 있는 곳. 고통을
느끼는 이곳으로 오라고. 미아가 살던 곳에서 미아는
파시오였다. 손목에 빨간 글씨인 파시오가 적혀 있어 늘 숨기고 다녔는데, 이곳에서는 파시오라는 글자도 사라지고 오히려 마음의 평화와
안정이 찾아왔다. 시오와 시오 어머니를 만나며 미아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를 끄집어 낸다. 고통이라는 것이 두렵지만 피할 수는
없다고. 섬세하고 민감한 자신이기에 오히려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외부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자신뿐만 아니라 그 외의 것들을 깊이
느끼고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 미아는 두렵다고 피하지 않는다. 조이의 사건으로 인해 성장관리부는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약을 개발하고 인간에게 주입한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전과 다르게 약에 의지하게
되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조이는 미아만이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용기를 내라고
하는데......
그렇다.
고통이 없다면 아파도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할 듯싶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프면서 고통을 느끼면서 한 걸음씩 성장하는 것
같다. 그것은 몸도 마음도 마찬가지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인간에게 있어서 영원히 고통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마음이 크는 거지, 끝없이...... 성장은 삶 자체야. 우리는
어느 곳에도 머물러 있지 않아. 생명체에게 성장이 멈추고 변화가
끝난다면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마찬가지지.
-------------------------본문 p.132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