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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평점 :
11월의 가을이라 샘터사에서 책을 한권 골라서 읽고 리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책이 법정 스님의 진짜 나를 찾아라.
20년이 훌쩍 넘어 오랜 시간에 색이 바래지지 않은 말씀이 문장이 되어 한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음이 얼마나 좋은지요.
'맑다' 와 '밝다' 의 의미에서 맑다, 맑음, 맑은 은 어디에 이어지고 끝나도 참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맑은 하늘, 맑은 별빛, 맑은 달빛, 맑은 공기, 맑은 물, 맑은 눈동자, 맑은 공간, 맑은 만남 등으로 맑다는 것은 느낌이 좋은 것으로 이어지고 또 전해집니다.
법정스님의 맑은 말씀을 듣고 보는 가을은 맑은 가을날이었습니다.
16편의 말씀에서 일, 고독, 공덕, 자연, 인연, 시간, 공간, 마음, 참된 구도자, 인간, 흐르는 강물, 계절, 차(차) 등의 주제로 엮어져 있는데,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이어 흐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모든 것에 참다운 법정스님의 맑은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2024년의 우리나에서 세대간, 인간과 자연, 도시와 환경 들의 차이와 차별, 편견 그리고 오염된 땅, 하늘, 물, 인간, 마음까지도 시대를 지났지만 여전히 진심으로 그릇되지 않은 말씀을 하십니다. 꽃을 보시면서
"꽃은 피어날 때도 아름답지만 질 때도 아름답습니다....중략....그때그때의 자기 생에 최선을 다하지 않던가요?....중략...지금 현재에 충실하십시오. 자신의 일을 사랑하십시오."P.23
지금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홀로 있는 것만이 고독이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내가 진정 바라고 바라는 고독에 대해서 법정스님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침묵의 바다에 들어가 봐야 벌거벗은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간을 경험할 때 진정한 고독의 깊이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P.27
침묵의 바다....그 바다에 들어가는 것...내가 고독해지고 싶은 것이 바로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가 싶습니다.
하루에도 200개의 카톡들과 사람들의 말의 홍수에 떠내려 가고 이리 치이고 저리 차였던 시간들에서 홀로 있는 시간을 갈망했던 것이었나 싶습니다.
나이들어 간다는 것이 사진에 찍히거나, 거울을 본다는 것,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두려울 떄가 많았습니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 참 좋아서 기억해 보려 합니다.
"세월의 굴곡은 얼굴의 주름으로 나타납니다.....중략....주름은 우리가 쌓은 경험을 나타내는 은유입니다."P.29
굴곡진 경험의 시간을 내 몸에 새기고 나는 살아 왔음을 깨우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주름이 늚음이 아닌 경험의 깊이와 가짓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입니다.
새롭게 직장을 옮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창립기념일 행사로 서울에 전 직원들이 참여했는데, 낯선 이들과의 식사와 대화는 무척이나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들이 저에겐 소음이었습니다. 멀리보이는 성당의 첨탑만을 보면서 이 시간과 공간에서 무탈하기를 바랐는지 모를 것입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침묵이었습니다.
"침묵은 깊은 무게를 지니며, 그 무게 속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답이 담겨 있습니다."P.82
침묵은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침묵의 질문에 침묵의 답을 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대화일 것이라고.
법정스님은 맑은 가난을 말씀하십니다. 세상에 가난이 맑은 것이 있나요? 맑은 가난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가난이에요."P.129 가난이 무척 싫어지는 말일 수 있지만 그것이 법정스님의 맑은 가난에 이르러서 맑은 가난을 나 역시도 선택하고 싶어 집니다.
지금 세상은 늘, 항상, 언제나 빠름, 빠름을 이야기 하면서 진정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바름, 올바름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 가는 세상이 법정스님이 내어주시던 차, 찻물 처럼 그렇게 우려내어지는 시간의 속도로 살아갔으면 싶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빠름의 인간들에게 바름의 인간이어야 함을 가르쳐 주신 말씀들을 깊이 우려내어 봅니다.
본 도서는 샘터 출판사의 서포터즈 물방울 서평단에 참여하면서 지원 받은 도서를 읽고 남기는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