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수포자였다. 1도 의심할바 없는 인문계 체질로 국어, 영어 등 어학 분야는 많은 노력 없이도 좋은 성적이 나온 반면 수학, 과학과 같은 과목은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 본격적인 수포자의 길은 고등학교 때 걷기 시작했으나 초등학교 때부터 스물스물 수포자의 기운이 있긴했다. 수학 학습지를 초등학교 6년 내내 했지만 나의 수학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 가자 더 떨어지기만 했다. 결국 수능에서 수학은 OMR 답안지에 느낌 가는대로(?) 예쁘게 하트를 그리고 낮잠을 푹 잤지만 다행히 수학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과에 지원해 무사히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과학도 수학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역시나 열심히 찍은 후 운이 좋기만을 바랐다.)
이런 상황이면 보통은 수학을 끔찍하게 싫어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수학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학을 잘하고 싶다는 열의에 불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잘 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정적으로 계산하는 방식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국어는 내용을 읽으면 전후 관계가 파악이 되고, 유추가 가능했지만 수학은 왜 분수의 나눗셈은 뒤집어서 곱하는건지,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왜 이런공식이 나온건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곤 이해도 하지 못한 공식들을 그냥 외워서 숫자만 대입하고, 자주 나오는 유형의 문제들의 푸는 방법을 외워서 풀려고 하니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이해되지 않는 건 외워지지가 않았다. 암기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거니와 이해를 못하니 외워도 머리에 오래 남지 않았다. 그래서 수학 공식을 어떻게 외워서 풀어내더라도 몇 일 지나면 금방 까먹어버려 다시 못 풀기 일쑤였다.
그렇게 수학과 점점 멀어졌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더하기 빼기도 계산기로 하니 수학과 친해질 일이 없었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애증만은 여전히 남아있어 수학의 원리를 이해하고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수학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책은 찾기가 어려웠고, 그 중에서도 나 같은 수포자를 위해 아주 기초부터 설명해주는 책은 더 찾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분수 나누기 곱하기도 헷갈렸다ㅠㅠ) 그런데 「 수학으로 생각하기」 를 접하고 마치 그 동안 읽지 못했던 외계 문자가 처음으로 읽힌 것 같은 눈이 번쩍 뜨이는 깨달음이 있었다.
이 책이 다른 책보다 더 이해하기 쉽고 와닿았던 이유는 저자가 책 서문에서 밝힌대로 수학적인 지식이나 수식 위주보다는 논리적 사고를 통해 풀이 해 나가기 때문이었다. 논리적 사고로 풀이를 하는 것은 일단 전후좌우의 전개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고, 왜 그런지 이해가 된 것은 공식을 외우는 것보다 기억에 더 잘 남았다.
그리고 이런 논리적 전개를 통한 방식은 근본적인 사고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수학머리 자체를 키워주는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수학머리 자체가 향상되면 문제를 꼬거나 응용해서 출제하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아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수학 못하는 사람의 특징을 8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 8가지에 다 해당되는 것 같아 속으로 뜨끔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의는 대충대충, 왜 그렇게 되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귀납적 사고를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문제 푸는 법을 외우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혹시라도 본인이 여기에 해당된다면 이 8가지와 반대로 행동하면 자연스레 수학머리가 생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