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과 선택 - 왜 항상 우리는 기회는 차버리고 위험에는 빠지는가?
유효상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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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경제학 서적보다는 행동 경제학 서적을 좋아한다. 행동 경제학은 여러번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미시 경제, 거시 경제, 수요와 공급, 금리와 물가같은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실제 실험을 통해 그 이론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나의 행동에 관한 얘기라서 더 공감하기 쉽고 재밌다.

행동 경제학과 관련된 실험들 중에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실험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내가 왜 백화점 바겐 세일에 열광했는지, 1+1 이라는 글자만 보면 무조건 그 물건을 집어들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실험들도 있다. (하지만 이유를 알아도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다는게 함정 -_-; )

행동 경제학자 중 대표적인 학자로는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저서를 쓴 대니얼 카너먼과 <상식 밖의 경제학>을 쓴 댄 애리얼리 등이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나 <상식 밖의 경제학>은 행동경제학의 바이블이라고 할만큼 유명한 책들로 인간의 비합리적 속성과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경제적 의사결정에 대해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유효상 교수의 <판단과 선택> 도 위에서 얘기한 행동 경제학 서적들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이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행동 경제학 이론들 중에서도 인간의 편향과 휴리스틱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과 결정에 대해 주로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휴리스틱'이란 인지적으로 부담이 되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결정 대신 감정적이고 어림짐작으로 내리는 결론이다. 이런 휴리스틱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는 이상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인간은 고통을 싫어하고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좋아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계산하고, 의심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일일이 따지고 생각하기 보다는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어림짐작으로 대충 결정하곤 한다. 물론 모든 일을 따지고 들 수는 없겠지만 기업의 사활이 걸린 결정이라던가 큰 돈을 투자하는 등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힘들더라도 휴리스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인간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현명하고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행동 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그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챕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2부에서는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그 이유를 행동 경제학 이론들과 함게 설명하고 3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1,2 부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하는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든가, '미운놈은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든가 하는 얘기들이 진짜로 맞는 말인지, 그리고 금연과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이 왜 힘든지에 대해서도 경제학적 이론에 입각해 설명해준다. 또 1,000만원짜리 차를 사갔다가 200만원짜리 옵션을 150만원에 할인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덜컥 계약하고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만족한 사람이 2,000원짜리 상추가 3,000원으로 오르자 비싸다고 사지 않는 건 왜인지, 돈에 붙인 이름표에 따라 다른 가치를 매기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밖에도 우리가 흔히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다양한 속설들이 정말로 타당하고 합리적인 견해인지 검증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마지막 3부에서는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여러가지 방법들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조건 신뢰하지 말 것. 실제로 전문가의 의견보다 간단한 통계를 통한 예측이 더 정확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훈련과 경험에 의한 주관적 판단으로 지나치게 많은 변수를 감안하기 때문이다. 변수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로 경우의 수가 더 다양해지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단순한 몇 가지 점수와 순위를 조합한 결과인 통계보다 그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두 번째로 믿을 수 있는 직관과 믿을 수 없는 직관을 구분하라. 직관이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의 패턴을 읽어내는 능력인데 이런 패턴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장기간 할수록 향상되는 능력이기 때문에 규칙성이 존재하는 일이 아닐 때는 직관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의사결정시 둘 이상의 비교를 통해 평가할 것. 객관적 비교대상 없어 단독으로 평가할 때는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해당 범주의 평균과 비교하거나 수 밖에 없다. 키가 150cm 인 7살과 키가 155cm인 20살 성인이 있다. 이 때 단독으로 평가한다면 7살은 평균보다 키가 크기 때문에 키가 크다고 말 할 것이고, 155cm 인 성인은 성인 평균보다 작기 때문에 작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150cm와 155cm 중 누가 더 크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155cm인 성인의 키가 더 크다고 얘기할 것이다. 이렇게 단독 평가와 공동평가는 같은 대상이지만 차이점이 발생한다.

네 번째, 심리적 계좌와 실제계좌의 가치는 동일해야 한다. 도박이나 복권으로 생긴 돈의 가치는 노동을 통해 번 돈의 가치보다 낮기 때문에 흥청망청 써버리기 쉽다. 하지만 절대적인 돈의 가치는 노동을 통해 번 100만원이나 복권으로 번 100만원이나 동일하다.

그리고 1년치 헬스 회원권을 구매해놓고 첫 달은 열심히 다니다가 점점 소홀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1년치 회원권은 매달 내야할 돈을 일시에 낸 것 뿐이지만 심리적으로 첫 달을 제외하고는 마치 공짜로 다니는 것처럼 심리적 손실이 적게 느껴진다. 매달 돈을 낼 경우는 한 달에 몇 일만 안가도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1년치를 한꺼번에 내면 한 두 달 안가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업에서는 이런 심리적 특성을 이용해 고객의 지갑을 더 쉽게 열도록 만들고, 더 적은 혜택을 주고도 더 많은 혜택을 준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기업의 꼼수(?) 혹은 마케팅 전략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심리계좌와 실제계좌의 가치는 항상 동일하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이 밖에도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과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개인의 행복을 높이기 위한 방법 등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판단과 선택> 에 나온 사례들이 대부분 기존의 행동경제학 대가들의 서적에서 설명했던 이론들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물론 출처도 모두 밝히고 있고 많은 행동 경제학 이론들을 한 권에 짧고 쉽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다른 행동 경제학 서적들을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겹치는 내용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기존에 행동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어본 적이 없거나 한 권으로 다양한 행동 경제학 이론들을 알아보고 싶다면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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