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사랑해야 한다 당신을 덜 사랑해야 한다
손현녕 지음 / 빌리버튼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평소 에세이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개연성 없는 소설은 읽어도광고나 다름 없을 정도로 자기자랑으로 도배된 자기계발서는 이해해도 자기연민에 빠져 스스로를 너무나 가엾이 여기는 겉멋든 글들은 오글거려서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운 좋게도 글이 너무 좋아서 한줄 한줄 읽어 나가는 것이 아까운 에세이를 발견할 때가 있기 때문에 아예 손에서 놓을 수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역시나 가끔이라도 에세이를 꼭 살펴봐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만드는 마음에 쏙드는 에세이였다.
 
나이를 먹고 자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그 과정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도 있었고, 지금까지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관계 속에서 누군가에게서는 상처를 받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서는 사랑을 받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좋은 점은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 없고, 모든 인연이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해도 적어도 머리로는 이해하게 된다.
매일 보지 않으면 죽고 못살 것 같던 사이도 한 순간에 소원해지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이 되풀이되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온 마음을 쏟는게 두려워지고, 혹시 이 사람이 나를 서운하게 하더라도 서운해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된다.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도너무 매달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하지않게 일정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급적이면 덜 상처받고 덜 서운해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쏟는 애정보다는 자기 스스로에게 쏟는 애정이 1%라도 더 많아야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아무리 애정과 관심을 쏟아도 질려하거나 도망가지 않는 상대는 자기 자신 뿐이며, 남에게 쏟는 사랑의 10분의 1이라도 자신에게 더 할애하는 것이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는 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에세이지만 한 편으로는 저자의 일기이기도 하다.
그 날, 그 날의 일들을 풀어나가는데 사실 사람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인지 저자가 기록한 날들의 대부분은 사람들간의 관계 속에서 느낀 감정들,  그리고 자기자신에 대한 생각들이다. 그런데 저자의 생각과 감정이 내가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 남들도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내면이 풍기는 향 (p52)

 

 마음자리 (p44)

 

 

 

여러가지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마음에 크게 와닿았던 것 중에 한가지 소개하자면  마음자리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혹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제대로 풀지 못한 화가 마음에 쌓이게 된다. 그러다보면 쌓인 화를 제 때 분출하지 못하고 참다가 정작 별것 아닌 일에 화를 터뜨리게 된다 왜 그렇게 화가 났냐고 말로 설명해보자면 아주 사소하고, 별 것 아닌 일이다.
그런데 그 사소한 일이 왜 그렇게 화가났는지 스스로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화가난걸 느낄 때마다 스스로 내가 왜 화가났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노력중이다.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르는 화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도저히 화낼거리가 아니었다는 결론에 도다르고 어느 순간 화가 누그러지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답변하는 것을 되풀이하다 보면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지금 감정상태가 어떠한지 알게된다.
저자의 말대로 내 마음자리는 내가 다스려야 한다. 애꿎은 다른 사람에게 화를 전가시키지 않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스스로의 마음이 편안한지, 마음자리에 햇빛이 잘 들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줘야 본인도 건강할 수 있다.

저자의 어조는 따뜻하지만 감정적이지 않고, 객관적이지만 냉소적이지 않았다. 에세이라 기본적으로 짧은 글들로만 이루어져 있지만가급적이면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만일 시간이 된다면 잠들기 전 하루 한 편씩 천천히 읽어나가다 보면, 오늘의 내 상황과 글이 딱 맞아 떨어지는 날이 생겨 백마디 말보다 더한 위로를 받게될지도 모른다.

개인의 사정이라는 것이 다르고 각자의 성격이 다 다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공감 백프로의 에세이라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역시 사람 사는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