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독서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집중했던 것 같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던 9월. 그 중 돋보이는 것은 자신의 삶을 정의하고 찾아가려던 여성들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역시 마야 리 랑그바드의 <그 여자는 화가 난다>다. 시를 읽는 것처럼 아름다웠던 책. 여자는 화가 난다. 아무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또 동시에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서. 입양, 권리, 사랑, 언어, 번역, 국제화... 여자는 세상이 긴밀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쉽게 누군가를 규탄하거나 용서할 수 없다. 누군가의 편을 들 수도 없다. 그래서 홀로 화를 낸다.


마야 리 랑그바드와 배수아 작가 둘 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읽고 배수아의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를 다시 꺼내들었다. 두 작품은 닮아있다. '여자'는 이름을 찾아서,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아서 헤매야하니까. 독자는 그 길을 같이 걸으면서 함께 보고 느끼고 기억한다. 남이 정해놓은 (혹은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쿠라셰는 랑그바드와도 배수아와도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멀리 떨어져있지만, 세상의 편견과 잣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투쟁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함께 읽고 싶다. 쿠라셰를 단순히 창녀나 사기꾼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랑그바드를 단순히 입양인으로만, 우루를 단순히 이방인으로만 읽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세 여자는 모두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언어는 세 여자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박서련 작가의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속 여성들도 이 자리에 초대하고 싶다. 이 단편소설집에 수록된 짤막한 글들에는 전부 새로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만화방에서 알바하는 게 전부인 젊은 알바생부터, 90년대에는 엑스트라지만 시간을 초월하면 대배우가 될 수 있는 맹순영, 그리고 어느 순간 잃어버린 민영이까지. 


한국어로 된 책을 1주일에 한 권은 읽으려고 노력했다. 후, 쉽지 않았지만 해냈다! 10월도 열심히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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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화가 난다- 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
마야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 난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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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배수아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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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기꾼 방랑 여인 쿠라셰의 인생기
한스 폰 그리멜스하우젠 지음, 김미란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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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박서련 지음, 최산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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