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돼요/원태연


그렇게 듣고 싶던 목소린데
막상 걸려온 전화에는
수험생보다 더 긴장돼
기껏 한다는 말이
"웬일이야"
그리고 끊고 나선
또 안 오나 전화기만 뚫어지게

너무나 보고 싶던 얼굴인데
마주 앉은 자리에선
꾸중하는 교장선생님처럼
농담도 근엄하게
그리고 돌아서선
웃기려고 연습해 왔던 말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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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사람 / 문정희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오래 전부터 거기 놓여 있는
의자만큼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신다

순간인 듯
바람이 부서지고

낮은 목소리로 다가드는 차맛은
고뇌처럼 향기롭기만 하다

두 손으로 받쳐 들어도
온화한 찻잔 속에서
잠시 추억이 맴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우리가 이렇게 편안한 의자가 되고
뜨거웠던 시간이
한 잔의 차처럼 조용해진 후에는..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신다

- 시집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이다>(을파소,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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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은 은은히 노래를 하고
- 릴케 -

냇물은 은은히 노래를 하고
먼지와 도시는 먼 곳에 있다.
가지는 여기저기 눈짓을 하여
나의 마음을 지치게 한다.
숲은 깊고 세상은 넓고
나의 마음은 밝고도 크다.
창백한 고독이 그의 무릎에
나의 머리를 포근히 눕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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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라는 말 참 좋지요


연애란 무엇입니까? 제가 보기에, 그것은 지독한 질환입니다. 편집증과 분열증이 뒤범벅되어 있는 치명적인 병.

전 존재를 내던지지 않고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 그러나 꿈을 이루었다고 확인하는 순간, 사라져버리고 마는 그런 꿈. 그리하여 연애는 늘 과거이거나 미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애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지않는다면, 그 삶은 성인식을 치르지 못한 어린이의 삶입니다. 유아치(幼兒齒)를뽑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 어린이는 아직 ‘나‘와 만나지 않은 것입니다. 
아직도‘그대‘를 알아 볼 수 있는 시력과 시야가 없는 것입니다.
시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상에 대한 병적인 집중이지요. 그리하여 시쓰기는이중적입니다. 시(편지)를 쓸 때는 전적으로 나‘의 입장이지만, 시(편지)를 쓰고나면 어느새 ‘독자(연인) 의 처지로 돌아갑니다. 시(편지)를 쓴 사람은 이때부터죽음에 가까운 고통에 휩싸입니다. 

이렇게 쓰면 저렇게 읽지 않을까, 혹시 웃지는 않을까, 내 의도를 몰라주는 것은 아닐까, 누구 글을 흉내낸 것을 눈치채는 것은 아닐까, 읽어주기나 할 것인가, 이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시(편지)는 자주 파지가 되곤 합니다.

연애편지를 쓰는 순간, 편지를 쓰는 ‘나‘는 일상적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 나‘와 혹독하게 대면합니다. 지금 앞에 없는 ‘그대‘ 와 한바탕 목숨을 건 전쟁을 치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연애편지 없는 연애보다는 연애 없는 연애편지를 편애하는 편입니다. 그렇습니다. 시는 연애 없는, 없는연인에게 쓰는 편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문재 (시인), 발문 ‘섬진강에 내리는 산그늘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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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诗

直至生命最后一刻
仰望苍天问心无愧․
一丝微风吹动树叶时
我的心竟然禁不起悲哀,
要以謳歌星星的心
珍爱正在死去的一切生灵,
并定要走完
我命中注定的路,


今夜星辰依旧被风搶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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