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사람 / 문정희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오래 전부터 거기 놓여 있는
의자만큼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신다

순간인 듯
바람이 부서지고

낮은 목소리로 다가드는 차맛은
고뇌처럼 향기롭기만 하다

두 손으로 받쳐 들어도
온화한 찻잔 속에서
잠시 추억이 맴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우리가 이렇게 편안한 의자가 되고
뜨거웠던 시간이
한 잔의 차처럼 조용해진 후에는..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신다

- 시집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이다>(을파소,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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