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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러브 - 사랑스런 로맨스
신연식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사랑에도 나이제한이 있는 걸까?
일곱 살 난 아이가 사랑을 논하면 어른들은 대게 픽 하고 웃어버린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사랑을 알기나 해? 하며.
열 일곱 살 청소년이 사랑을 논하면 또 픽 웃어버린다. 보나마나 같은 이유다. 아직 어리다는.
스물 일곱 살 성인이 사랑을 논하면 어떤가. 그만큼 나이 먹었으니 사랑을 알 나이라고 인정해줄까? 전혀! 서른 살도 안 넘어서 무슨 사랑의 정의를 말하냐는 눈빛으로 주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쉰 살쯤 먹으면 사랑을 이해할 나이인 걸까. 역시나 듣는 사람의 연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곤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그것은 어른의 의미가 갈수록 모호해지지만,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아흔 살 먹은 할머니에게 쉰 살 자식은 아이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쉰 살, 여든 살, 백 살을 먹든 부모에겐 아이일텐데. 생각보다 마음만은 더디게 늙기 마련인데, 사랑에 적정연령을 정해놓는 다면 불공평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내 말뜻은 쉰 살 남자와 스물 다섯 살 여자가 연애를 하면 큰 일인 걸까. 일반적인 상식선에선 충격이겠지만, 연애를 하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 느낌은 천지차이가 난다. 에로 이미지를 달고 사는 영화인이 이 배역을 맡았다면 사람들은 찌푸린 시선으로 영화를 볼 지 모른다.
그러나 중년의 남자가 부드러운 이미지의 안성기라면 어떨까. 안성기 주연의 페어 러브는 풋풋함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언론과 평단에게 '올해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로 호평을 받은 페어러브는 그렇게 관객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사랑을 허락받은 것이다. 아가씨와 중년의 사랑을 말이다.
나는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옛날 그 언젠가 내가 생각했을 엉뚱한 상상이 떠올랐다. 내 병문안을 온 친구와 아빠의 첫대면을 보며, 혹시 여기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아빠와 아무개는 어떤 관계로 만나게 될까. 이런 발칙한 생각을 말이다. 너무나 쭈뼛쭈뼛하는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식사하러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수 많은 생각이 교차하다가 머리를 흔든 적이 있다. 꼭 소개팅 주선자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그런 생각을 말해본 적은 없다. 실례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정서상 아빠의 불륜을 상상했다는 얘기가 될테니 말이다. 그러나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 지 모른다. 왜 그런 엉뚱한 상상을 했는지, 왜 그런 사랑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답을 얻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옛 생각을 뒤로 하고 책을 들여다보며,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예상해보았다. 나라면 중년과 전기가 찌릿하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손해본다는 생각이 눈꼽만큼도 들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상대가 주인공(안성기)처럼 풋사랑을 앓는 사람이라면 가능하진 않을까. 결국 결혼식을 올리는 엔딩은 볼 수 없겠지, 라며 책을 펼쳤다.
문체와 이야기의 흐름을 보고 있자면, 정말 '중년의 정서'라는 게 느껴지면서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신 감독이 실제로 어린 부인과 연애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니 누구보다 화자를 잘 이해한 것이다.
그런데 소설속에선 왜? 라는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흔히들 어울리지 않는 상대와 연애하는 커플을 보면 어쩌다 사귀게 되었을지를 추정하곤 한다.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는데, 그냥 끌린다는 설정이었다. 어느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그런데 그게 더 자연스러웠다. 무엇 때문에 라는 이유가 있다면 만들어낸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이 소설의 흐름과 풋풋한 느낌상 그게 맞는 것 같다. 페어 러브는 다른 소설과는 다른 정서나 개성이 뭍어나는데, 화자가 옛 기억을 회상하며 남은이(여주인공)와 비교하며(상황이 겹치며 이어지는 구도) 현재의 사랑을 놓치지 않겠다는 화자의 결심을 과하다거나 도둑놈 심보라는 식으로 욕 먹지 않을 정도록 잘 집필한 것 같다. 화자가 처한 상황에서 연애감정이 싹 트기까지 세대차이 때문인지 백 퍼센트 공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솔직하면서도 착한 소시민 느낌이 많이 나는 편이었다. 페어 러브는 엔틱한 감독의 정서가 느껴지는 풋풋한 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