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덜과 맥먹 이야기 1 - 작은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행복 동화
브라이언 츠 지음, 앨리스 막 그림, 윤진 옮김 / 푸른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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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맥덜과 맥먹의 원작이란 말에 대단히 큰 뭔가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돼지 두 마리의 일상. 그 뿐이었다.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워서 사랑스럽긴 했지만, 사실 어떤 감동은 느낄 수가 없었다.

 

작은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행복 동화라고 소개하는데, 정말 소소했다. 다마고치 이야기는 살짝 여운이 있었지만. 그냥 유행에 상관없이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던 모습 그 정도뿐. 내가 너무 큰 기대감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많은 시리즈 중에 첫 번째 이야기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개에 따르면, 홍콩에서 큰 화재가 되어 팬시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나라로 뻗어나간 맥덜과 맥먹이야기란다. 글은 브라이언 츠, 그림은 앨리스 막 씨가 그린 것으로 둘은 부부였다.앨리스는 누구나 그 속에 모두 맥덜이 약간씩 있다고 생각했는데, 맥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부족한 모습을 조금 발견하게 되더라도 감싸 주고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사실 맥덜의 이야기 중 '새해 소망'은 너무 귀여웠다. 맥덜은 길거리에서 파는 따끈한 어묵 국물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내준 숙제, 새해 소망 써 오기에 그래도 적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어묵 먹기.'

맥덜은 엄마에게 핀잔을 들었다. "맥덜! 다른 친구들은 멋진 새해 소망을 적어 올 텐데, 넌 겨우 어묵 먹기니?"

다음 날 수업 시간, 친구들의 새해 소망 발표를 들은 맥덜은 고민한다. '책 많이 읽기', '환경 보호', '환율 안정' 등. 다들 그럴 싸한 소망을 적었기 때문이다. 결국 맥덜은 다음날 발표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제 새해 소망은 '세계 평화' 그리고 '경제 활성' 그리고 '환경 보호' 그리고 '길거리에서 파는 어묵 먹기' 예요. 

 

결과는 한바탕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어버렸다. 선생님은 맥덜에게 소망 한 가지만 써서 다음날 다시 발표하라고 설명했고, 집에 돌아와 맥덜은 고민한다. 정말 자신이 바라는 새해 소망은 길거리에서 파는 어묵 먹기였으니까. 

결국 다음 날 별 다섯 개를 받은 맥덜의 새해 소망은 세계 평화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귀엽고, 많은 사람들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긴 했다. 물론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별 다섯 개가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면 좋을 동화임은 틀림 없는 것 같다. 이미 마음까지 자라버린 어른들은 (물론 나도) 뭘 느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저 지나치기 쉬운 것에 대한 소중함이 교훈이 아닐까 짐작 해본다. 그래서 이 책의 예비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고 싶다. 눈높이를 살짝 낮추면 아름다운(?) 일상의 소소함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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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 지음, 유미성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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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즐거움을 연구하는 저자, 린다 피콘. 

 

그동안의 이력을 보니 온통 삶에 대한 저서들로 가득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계속 삶에 대한 성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된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노력의 산물이 <긍정의 한줄>이 될테지. 이 책을 삶에 대한 지침서로, 훗날 미래의 아이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더 없이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뿌듯해 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살짝 두툼하긴 하지만 크기가 작아서 장시간 이동할 때 보기도 좋고, 부담스럽지 않았다.

 

책의 제목을 눈여겨 보면 저자의 의지가 보인다. 저자는 많은 격언들을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다. 되도록 가까이에 두고 하루에 한 문장씩 읽어보기를 원했으니까. 하루면, 다 볼 수 있는 분량이었으니 분명 나처럼 책을 받자마자 다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생동감있게 읽는 방법은 전자였구나. 확신이 든다. 뭐, 손에 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잊을만 하면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선물용으로도 바람직하다. 앙증맞은 핸드북. 꼭 희망을 선물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단점이 곧 장점이 될 수 있는 책.

 

물론, 단점도 있었다. 이 미니북에 담긴 격언은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같은 주제를 두고, 어떤 이는 A를 주장하는데, 다른 이는 B를 주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독자에게 달렸다. 나는 선택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자신에게 맞는 타입을 고르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면, 좋지 아니한가. 그러는 편이 아무래도 바람직해 보였다. 명언이 독이 되지 않도록 왜곡해서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이 책에서 평소 내 신조와 가치관. 그리고 친구에 대한 명언들을 발견하며 되새겨 보았다. 특히나 친구에 대한 격언들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많았다. 그 중에서 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이니 문제될 건 없었다. 지금은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실천해 보자고 자신을 격려하고 있다.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말이다. 내겐,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말자!'는 평생의 숙제가 될 것이다. 오래 전부터 지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때때로 무너지곤 한다. 고의든 아니든간에 그런 실수를 거듭하지만, 죽는 날까지 노력하고 싶다.

 

다른 여타 책처럼 이 책 역시 장, 단점이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짤막한 짜임새를 좋아하는 이나 북 디자인을 고려해서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반길것 같단 생각이 든다.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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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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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13년,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으로 두 명의 고생물학자가 떠나는 시간여행.

  

이 소설을 요약하자면, 공룡 멸종의 원인을 찾아 백악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그만의 상상력으로 멸종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과정에 필요한 요소들로 말하는 공룡, 알고 보니 숙주인 공룡을 조정하는 파란 젤리 '해트'. 그리고 다섯 번째 소행성의 정체와 미래에서 온 탐사대인 그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다. 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일과 사랑에서 모두 맞딱드려야만 하는 두 남자의 대립구도도 빠질 수 없었다. 

 

다소 독특한 구성이 멸종의 개성을 돋보이게 해줬는데,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뉜다는 것이다. 하나는 일기를 통해 본 화자의 과거 백악기의 시간과 나머지는 현재 그의 시간으로. 의아하게도 그는 과거에 백악기에 있었던 기억이 없었다. 그저 일기를 통해 알게 될 뿐이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업적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는 사실을 알기 위해 타임머신을 발명한 칭-메이 황을 찾아간다. 현재의 그가 과거를 통해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고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원수를 죽이느냐 살리느냐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르지만...

 

하지만 처음 얼마동안 <멸종>은... 내겐 어려운 과학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주기적 멸종론, 양자역학, 평행우주론 등. 처음 들어보는 과학적인 이론을 들며 대화하는 것이 많았다. SF소설이라 내심 뭔가를 기대했던 나로선, 솔직히 생소한 용어와 딱딱한 스타일에 거부감이 많이 들었다. 당연히 이 정도쯤은 기본적인 지식인양 말하는 두 고생물학자 때문에 이질감은 더했었다.

 

멸종의 원인으로 꼽힌 알바레스 가설을 읽으면서도 집중이 잘 안되었고 말이다. (아래는 발췌한 글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제 2의 달의 붕괴가 촉발한 지구적 규모의 한랭화에 기인한다고 한다. 이 달의 잔해는 지구 주위를 돌다가 지구의 적도 위에서 일시적인 고리를 형성하면서 햇볕을 차단했고, 그 결과 지구 기온은 백만 년 가깝게 낮은 상태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클릭스를 포함한 다른 과학자들은 알바레스 가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지의 암흑성이 소행성대나 오르트 성운을 주기적으로 교란한 결과 일어난 운석 충돌에 의한 폭발이야말로 백악기-제2기 및 시신세-점신세 멸종을 포함한 정기적인 멸종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지만, 초반에 이 구절을 읽는 동안은 글이 눈으로 읽히는지 코로 읽히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아무튼 이 가설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화자인 브랜디였다. 그는 여러 학자들이나 클릭스의 주장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언쟁 끝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과연, 공룡의 멸종이 과연 무엇 때문일까? 학자들 대부분이 원인으로 꼽은 사례는 운석이었는데. 그들의 주장은 틀린 것일까?!

 


결국, 증명을 위해서 두 사람은 햄버거형 타임머신에 탑승하게 된다. 그런데 열악학 연구비용 때문이라고 하지만, 달랑 두 사람만 보내다니. 그건 마치 도박과 같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일명 '거대한 도마뱀'뿐일 텐데. 언제 어디서 죽을지도 모르는 모험인 것이다. 더군다나 한 여자를 두고서 벌이는, 삼각관계의 골이 깊은 두 사람이었다. 사랑은 현재진행형이었으니 타인의 눈을 피해 죽이고 싶은 욕망도 분명 들끓으리라... 다행히 서로를 적대시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그들은 본분에 충실한 프로들이었다. 여러 가지로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연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자존심 싸움이 될 백악기 탐험! 준비물은 타임머신 기기인 스턴버거, 쌍안경, 여분의 식량과 의약품, 디지털 카메라, 팜탑, 워키토키와 무전기 등이었다. 무려 6500만 년 전으로 돌아간 그들은 공룡들과 두 개의 달을 보며 백악기임을 확신한다. 첫 번째 달은 루나. 두 번째 달의 이름을 '트릭'이라 명명한다. 마치 두 달을 그들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은유적으로 그랬다. 다섯 번째 행성을 그녀의 이름, '테스'로 부르는 것처럼.

 

사실 브랜디는 모르는 척 할 뿐. 이혼 전에 부인의 간통 사실을 확인한 바 있었다. 그러니 클릭스를 마음 속 깊이 증오할 수밖에. 그래서일까? 파란 젤리와의 접촉으로 나왔던 단어, '흑인'. 클릭스에 대해 품고 있던 자신의 무의식이 링크되었을 때 나 역시 동화되었다. 브랜디가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했던 인종차별적인 사고에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을 때, 나 역시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클릭스는 유명한 학자이지만 어쩔 수 없는 흑인이었다. 자신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본능이 들키는 순간이었으리라. 무섭지만 공감하고 말았다. 그런 본능은 완전히 지우지 않은 채 언제든 살아나려 기다린단 그 문구가...

 

그런 브랜디가 클릭스를 죽일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생겼을 때. 습격당해 정신을 지배당한 클릭스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뭘까? 그만이 아내에게 부르던 애칭, 램찹(새끼 양구이)이 그의 입에서 나왔을 때, 무덤까지 간직할 비밀을 아내가 그에게 떠벌린 사실을 들었을 때. 충분히 살인충동이 들었으리라.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그를 조절할 수 있었던 건 한 때나마 친구였던 우정 때문일까, 윤리적인 자신을 지키고 싶었을까.

 

아무튼, 학살무기로 쓰이는 '트로오돈'도. 바이러스처럼 숙주에게 딱 달라붙어 기생하는 파란 젤리 '해트'도. 두뇌싸움으로 권력을 열망하는 '인간'도 지구를 둘러싼 아귀다툼에선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듯 보였다. 처음 이질감은 중반쯤부터 많이 희석되었지만 완전히 사라질 순 없었다. 그래도 근래 들어 본 소설책 중에선 가장 영미권 소설다운 책을 읽은 것 같다. 멸종 원인이 살짝 허무하긴 했지만. 허무맹랑한 상상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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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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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 있는 이정표가 모조리 사라졌다. 누가 가져갔을까? 도대체 왜?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꿈과 희망이 사라져가는, 돈에 눈 먼 도시에 화두를 던진 작가의 선전포고라고!

그 끝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쨋거나 시작은 작가가 끊었다.

끝으로 갈수록 독자의 몫이 늘어날 뿐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런 용기를 지닌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독자로서 나는 책을 통해서 작가를 만나는 것을 즐긴다. 때로 나의 생각과는 다른 세계관을 접하면 거부반응도 일으키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은 부정할 수 없었고, 나 역시 평범한 세계관을 갖았다고 보긴 힘들었으니까. 그렇게 이런 저런 책을 탐독하다가 '같은 생각'을 만나게 되면, 또 그만한 수확이 없었다. 마음이 통하는 글을 읽은 후에는 그 작가의 책은 더 관심이 가고 눈여겨 보게 되기 마련이다.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르다고. 더 늦기전에 독서의 기쁨을 맛보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책을 통해서 더 나은, 더 값진 삶을 살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이세벽 씨와 만나게 된 건 바로 이 책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이다. 표지를 보고 철수와 부장판사가 유령 같단 생각이 계속 들었다. 실제로 꿈과 희망 발전소를 찾아 떠나기까지 그들의 여행은 유령 같은 상태로 계속되었으니 잘 표현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외에 책 속에 등장하는 생물들은 인간이 아닌 것 같다. 황금쥐, 은색쥐, 붉은 고양이파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동물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황금쥐의 손자가 철수라니 아이러니한 얘기였다. 결국 나는 머리 아프게 고민하느니 그냥 끝까지 읽기로 마음 먹었다.  

 

시작은, 7년째 동대문운동장역에서 노숙을 하는 소년, 철수가 페이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가 왜 노숙을 하게 되었는지, 주위에 함께 지내는 인물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들로 말이다. 나는 철수의 등장을 보며, 어린 나이에 어쩌다 홈리스가 되었을까. 호기심 어린 치기로 궁금해하거나 동정의 눈길로 가련해하기 보다는 답답함이 앞섰다. 따뜻한 어머니의 손을 놓고 앞장 서 걷다가, 혈육을 잃어버린 채 7년을 지금의 차가운… 어른 노숙자들 사이에서 자라나다니 말이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어디선가 비슷한 아이들이 철수와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온갖 더러움과 추악함을 어린 나이에 보고 자라면서 소년은 대체 어떤 꿈과 희망을 간직할 수 있을까. 노숙자 소녀들은 풋돈에도 몸을 팔며 사내들을 유혹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고, 성인 남자들은 자신이 왕년에 한 가닥하던 거물이라며 허풍만 늘어놓는 지하철역 노숙자들의 공간에서. 살면서 절대 몸담고 싶지 않은 그런 공간에서. 그들 사이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울까. 보통은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그리다가 그리움이 분노로 바뀌진 않았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런 환경에 처한 소년이 답답하다 못해 갑갑하게 느껴졌다. 심지어는 내가 철수가 되어 그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기도 했다.

 

그런데 철수는 내가 염려한 것보단 강한 소년이었다. 적어도 그들 세계의 권력자, 송 이사에게 아부하는 어른노숙자들처럼 지하철역 안 개구리는 아니었다. 이정표가 사라진 지하철 안에서 갈피를 못 잡던 부장판사와의 만남. 그 이후로 떠나는 여행에선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의 태생을 알고서도 변함없이 순수함을 간직한 무공해 소년이었다. 

 

황금쥐의 다소 변태적인 식욕으로 인해 이정표는 모두 사라지고, 사라진 이정표로 인해 인적이 끊긴 지하철. 범인이 황금쥐란 것은 공공연한 비밀임에도 언론은 다른 소식을 부각시키고, 서울 메트로를 보기 좋게 구원해주는척 황금쥐를 포장하는데, 사람들은 언론의 말이라면 그런가보다 수긍해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 마치 현실 상황을 소설속에 은유적으로 나타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일일히 거론하면 숨가쁠 정도로 현실에서 많이 일어나는 언론 플레이가 아니던가. 윗선에서 마음에 안 들면 옷을 벗는건 당연시되고 있었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황금쥐가 있는한 사람들은 돈에 대한 욕망을 꿈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굳이 찝어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욕망의 노예가 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으니까. 좋은 집, 새 차, 연봉 몇억의 직장, 선진국의 언어를 공부하는 이유 등등. 멀리서 찾지 않아도 나의 일부분, 우리의 일부분이 소설 속에 노출되고 있었다.

 

그런 우리를 반영해준 것이 부장판사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철수와 손을 맞잡고 여행을 떠날 부장판사는 '피터팬 증후군'처럼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선하게 살고 싶어하지만 어른이 되버려 지난날 자신의 어린시절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들어내놓고 어린시절을 그리워하진 않아도 철수를 통해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는 것 같았다. 그는 한 순간 고민해야 했다. 황금쥐의 청탁(황금쥐의 뜻대로 판결해야 하는 스카웃 제의)을 거절하고 아내의 원망을 살 것인가, 수락하고 더 넓고 좋은 집에서 안락한 삶을 살 것인가. 도시 빈민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공부해서 판사로 자수성가한 그였기에, 누구보다 오판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고, 청렴결백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좋은 집에서 웃음꽃피는 가정을 택할 것인가, 선비처럼 강건하고 진실된 자신을 택할 것인가. 이런 고민은 한 번의 거절 이후에도 계속 된 듯하다. 철수의 출생의 비밀을 듣고 나서 돌변해버린 그를 보니 확신이 들었다. 뒤늦은 후회로 반성하는 모습에 용서가 되긴 했지만. 그는 참 인간적인 인물이었다. '후회'란 경험을 한 뒤에야 잘못을 뉘우치는,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은 모습 말이다.

 

반면, 돈에 관련된 허례허식을 당당히 비웃는 우체통의 등장은 반갑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했다. 직접 운명론자인 황금쥐에게 한 마디 꾸짖어주었으면 싶기도. 금광 때문에 혈육을 베는 잔인한 자에게 말이다. 거친 말투와 신랄한 비평이 깃든 우체통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참으로 소중했다. 촌철살인을 난자하는 재미도 있었고. 우체통 영감이 등장하면서부터 속도감 있게 읽히기도 했고. 처음엔 뭐든지 꿰뚫고 있고, 뭐든지 알고 있는 말하는 우체통이 마냥 신기했다. 우울한 기분을 반전시켜주는, 예순이 넘은 늙은 우체통은 존재감있게도 바깥세상과 또 다른 세상을 잇는 중심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마음 먹으면 안으로 들이고 밖으로 내쫓을 수 있는 것을 보며, 인간 스스로가 상대를 품느냐 내치느냐를 보는 것 같았다. 스스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절대 안으로 들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 아니던가. 여러가지로 은유적인 것이 많았다. 우체통의 소각 소식은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이런 비밀도 묻혔을 것이고 깨달음도 없었으리라. 이미 현실에서는 기업처럼 개인의 이익만을 따지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런 강직한 사람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혈육을 저버리고 부자가 된 거물, 황금쥐는 신기하게도 돈과 권력으로 숙적인 고양이 파를 주물럭 거린다. 현실에서라면 꿈에도 못 꿀 먹이사슬의 역행이었다. 그런데 반면 이 구조를 인간으로 대립시키면 수긍 못할 일도 아니었다. 원래 서로 손을 잡았다가 배신했다가를 밥 먹듯이 하면서 삼국이 통일하고, 나라끼리 전쟁을 일삼지 않았던가. 황금쥐와 은색쥐 일행, 그리고 철수와 부장판사의 대결구조는 참 많은 현실을 비유적으로 담고 있었다. 그리고 철수는 부장판사가 아니면, 부장판사는 철수가 아니면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상황 역시 비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안 된다. 너와 내가 함께 해야 꿈과 희망 발전소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함께여야 한다고 부르짓는 것 같았다. 꿈과 희망이라는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가 놀라웠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었다. 우체통이 부장판사에게 했던 것처럼 내 안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내뱉을 것인가는 각자에게 달린 일. 꿈과 희망 발전소는 절망의 골짜기에 당도하여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자에게만 보여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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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만난 즐거운 생물학 - 산책을 사랑한 생물학자의 일상과 과학을 넘나드는 유쾌한 기록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25
위르겐 브라터 지음, 안미라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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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갈 수 있는 생물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갖게 한 책?!

 

산책로에서 만난 즐거운 생물학. 처음엔 제목이 참 독특해서 자꾸 시선이 가고 손이 가는 책이었다.

 

책을 펼치면, 요란한 추천사가 눈에 들어온다.

추천한 교수의 말대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비밀이 궁금하다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듯 하다.

적어도 일상에서 궁금했던 과학에 관한 새로운 정보 습득으론 아주 유용했다.

 

저자의 눈에 닿는 모든 것들이 대상이었다.

애완견 '시나'를 끌고 산책로를 거닐며 만나는 동물이나 곤충, 식물들이 모두 다 관찰의 대상이 된다.

책을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느껴진다. 월별로 1년간의 모음이었다.

그 기간동안 자연은 물론이고, 사람에 대한 기록도 등장한다.

나는 자연은 그러려니 했는데, 사람? 의아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늦게나마 이해가 되었다.

산책로에서 만나는 생물은 사람도 포함되니까.

 

나는 책을 읽을수록 식물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었다.

녹색 식물들의 광합성으로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배부르게 먹고 신선한 공기로 숨을 쉬는지...

이렇게만 얘기하면, 무슨 말인가 의아할 것이다.

저자는 식물이 존재함으로 인해 생물들은 질식하지 않고 살수 있으며,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명에 따르면,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 없으면 우리는 질식하고 만다는 것이다.

식물은 햇빛을 받으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산소를 만들어 낸다.

이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며,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산소가 바닥난 공간에 식물을 투입하여 새로운 공기를 만드는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이 된 주장이었다.

 

그럼 굶어죽지 않는 이유는? 그건 바로, 포도당!

식물이 당 생산을 위하여 흡수하고 활용하는 태양에너지는 다시 세포호흡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는 초식동물과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양을 미친다.

왜냐하면, 식물을 먹음으로서 우리는 아데노신3인산(ATP)를 흡수하여 저장소 역할을 빌려오는 셈이다.

세상에 어떤 동물도 스스로 탄수화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며 이는 녹색식물이 갖고 있는 고유한 능력이니까.

식물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보호해야 할 대상이며,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인간에 대해서는 직접 보기를 권장한다. 분명, 이미 알고 있는 과학지식도 있을 것이고, 생소한 지식도 있을 것이다.

생물학자의 눈으로 본 자연은 색달랐다. 그 시선이 감상적이지 않고 다소 분석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을테지만.

개를 통해서 자연을 대하는 건 재미나 반가움 정도로 예상된다.

일 년간의 산책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와 생명체의 번식까지 고뇌하며 썼을 저자.

비록 책이 신이 나고 재미있진 않았지만, 많은 것을 들려주고자 했던 그 노고에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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