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차리다 - 한반도 음식 문화사 작은 역사 3
주영하 글, 서영아 그림 / 보림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그림책으로 만나는 우리의 역사, 한반도 음식 문화사

<밥상을 차리다>는 보림출판사의 작은 역사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

시간을 거슬러 음식에 담겨 있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함께 배워요. 사냥 중심의

구석기시대부터 이후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된 청동기시대를 거쳐 고구려, 고려, 조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식재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봐요.

먼저, 각 장의 제목만 보더라도 전체적으로 역사의 흐름을 따르지만

흔히 역사책에서 보던 뻔한 제목이 아니라 전혀 새롭고 감각적이네요. 

제 1장, '요리하는 동물'에서 직접 사냥하고 채집한 음식만을

요리해 먹던 구석기시대 사냥꾼들을 만나러 가봐요.

 

지금으로부터 50만 년 전, 이때는 사람들이 먹잇감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아가던 시기라 처음에는 뾰족한 돌 조각이나

나뭇가지를 주워다 도구를 썼지만 사람보다 힘센 동물을 상대하기에는 여의찮죠.

나중에는 날카로운 날을 세운 돌도끼나 돌촉을 단 창과 화살도 만들고 찍개 등의

사냥 도구를 쓰면서 사냥뿐 아니라 나무 열매를 따거나 식물의 뿌리를 캐는 일도

전보다는 수월해졌어요. 사냥한 고기는 날이 더운 여름에는 작은 동물을 사냥해서

바로 먹거나 추운 겨울에는 큰 동물을 잡아서 오래 저장해 두고 먹었데요. 

그리고 음식을 불에 익혀 먹으면서 요리법도 생겨났고요. 

그릇 대용으로 나무토막의 속을 파내거나 긴 나뭇잎을

둥글게 싸서 그릇을 삼았데요.

 
여전히 채집이나 고기잡이, 사냥으로 먹을거리를 얻던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달라진 점이라 하면 아무래도 

썩거나 타지 않는 토기를 사용하면서 음식물을 저장하거나 조리가 쉬워졌고요. 

도구도 돌을 갈아서 전보다 휠씬 정교하고 쓰임새도 다양해져

껍질이 단단한 도토리나 야생 곡물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를 내어 끓여 먹었다죠. 

그러다 청동기시대에 본격적인 농사를 지으면서 곡물이 주식이 되고

증기를 이용한 시루를 많이 썼고요. 철기시대에는 높은 열과 압력에 강한 

쇠솥으로 밥을 지었다죠. 그림설명을 덧붙여 각 시대마다 다른 조리 도구와

가공 기술에 대해서 궁금증이 풀려요. 거기에 장 담그는 기술이며 

삼국시대 김치에 대해서 자세히 다뤄요.

 

다음으로 고구려 고분 무용총에 그려진 

벽화 속 고구려 사람들의 식생활을 살펴 볼 차례. 

벽화에 사냥 장면이 많은 걸 봐서 고구려 사람들은 고기 요리를 즐겨 먹었고

그 중에서 양념한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운 맥적을 가장 즐겨 먹었다고 하네요.

또한 음식 풍속과 관련된 벽화에는 주인과 손님 앞에 각자 먹을 음식상이 따로 놓이고 

상의 높낮이도 차이를 보이네요. 생일이나 잔치때 떡이나 과자, 과일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고임 음식에는 축하의 뜻이 담겨 있고요. 이걸 두고 일본에서는

'고구려병'이라고 했다는데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날 잔치떡이 빠지지 않는 이유네요.

그 밖에도 시대마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그릇이나 수저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고요. 아이들 눈에 평범한 수저도 

예사롭지 않게 보일 거 같네요.

  

더욱이 불교가 국교인 고려 시대에는 

아이들이 이름도 잘 모르는 나물이 한가득.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오이, 가지, 우엉, 연근, 무 등을 고려 사람들도 즐겨 먹었다니 정말 놀랍네요. 

특히나 아욱, 미역, 토란 같은 채소로 국을 끓어 먹고 나물을 조리할 때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썼고요. 이때부터 밥과 국을 함께 먹는

우리나라 음식의 기본 구조가 완성되었다네요. 그리고 물에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서 만든 두부는 큰 인기. 당시 절에서 두부를 대량으로 만들어

백성들에게 팔기도 했다네요. 고려 말, 두부 맛에 반해서

시 다섯 편이나 지은, 문인 이색의 시에 물컹거리지만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의 두부의 식감이 그대로 전해져요.

 

반면에 유교 국가인 조선시대에서는

쌀밥과 국을 중심으로 반찬 가지수에 따라서 5첩, 7첩, 9첩 반상에

대해 알아보고요. 임금에게 올리는 진짓상도 반찬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소박한 밥상이네요.

밥상 가운데 가장 큰 그룻이 밥그룻과 국그릇이고 그 크기가 요즘 밥그릇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큼지막한 사발에 가깝고요. 밥을 일컫는 여러가지 재미난 말들도

참 많네요. 그리고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책이며,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이 쓴 요리책

《도문대작》은 조선 팔도 유명한 지역특산물과 별미가 무려 130종이 넘고요. 

기축년 창경궁에서 열린 순조 임금의 생일잔치는 또 얼마나 화려한지

책 접힌 날개 뷰뷴울 펼치면 참석자들 자리 배치나 산해진미 가득한 상차림, 

비단으로 수 놓은 꽃 장식, 춤과 악기 등 품위와 격식을 갖춘

궁중 잔치의 면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기축년의 궁중 잔치를 그린 병풍 '기축년 진찬도병'의 한 장면.

잔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머리에 꽃을 꽂은 세세함까지.. 이 궁중잔치에

관한 설명만 3페이지에 해당되는데 책 설명을 읽고 그림을 보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죠. 초등 저학년 교과서에서 다루는 일년 열 두달 우리 고유의

명절 음식에 관한 내용도 정리가 잘 되어 있고요. 분명 책은 그림책인데 

글밥은 엄청나서 사회, 역사책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은 듯 해요.

그 이유가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참고 문헌만도 금방 셀 수 없이 많고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책을 정성스럽게 만든 정성이 다 느껴질 정도예요.

끝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 라면, 햄버거, 콜라,

각종 가공식품 등장에 오늘날 우리 밥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도 안 할 수 없는데요.

 

저역시 책을 읽고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매일 차리고 치우고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쯤으로 이래저래 외식이 잦고

대충대충 한끼 떼우기 일쑤. 다시 한번 한솥밥을 먹는 식구의 의미,

집밥의 소중함을 깨달아요.  최근 신문기사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만 먹고

채소같은 싫어 하는 음식을 피하는 식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는 이유가 

식사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기사를 봤어요. 아무래도 온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하는 시간도 점점 줄고 그 시간마저 TV나, 스마트폰에  

빼앗긴다면 부모의 관심은 언제나 아이의 언저리에 머물겠죠. 그런 점에서

아이와 함께 장도 보고 요리도 해보면서 식사시간을 오래 가져봐요.

가족이 둘러 앉은 식사시간이 하루중 제일 기다려지고

행복이 넘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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