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의 생각을 읽자 - 만화로 읽는 21세기 인문학 교과서 인문학의 생각읽기 3
윤순식 지음, 박지훈 그림, 손영운 / 김영사on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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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21세기 인문학교과서 <인문학의 생각읽기>03. 20세기 최고의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의 뛰어난 작품세계를 통해 독일 근현대사의 혼란한 시대상황과 정치적 변화 등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그의 사상, 철학에 대해 알아봐요.1929년《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토마스 만은 80년의 생애 동안 여덟 작품의 장편소설 외에도 단편소설이나 희곡, 일기 등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남긴 대작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평가 게오르그 루카치가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소설가로 꼽을 정도. 그의 나이 19살 처녀작《타락》을 발표한 이후, 19세기 말 독일을 배경으로 한 시민 계급 가문의 몰락을 그린《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작품이 바로 리얼리즘 작품의 본보기란 사회주의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오랜 기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작품이죠. 실제 소설 속 묘사된 인물과 사건이 토마스 만의 실제 삶이 잘 녹아 있기때문에 더 그러하고요. 

 

 문학사 관점에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독일 북부의 성실하고 현실적인 시민 계급 정신과 남부의 보헤미안적인 예술가 정신의 차이를 극복한 작품이라니 그 내용이 궁금해져요. 이어《트리스탄》단편집에 수록된 《토니오 크뢰거》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전작《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의 속편인 셈. 주인공 토니오가 아버지의 기업과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 예술과 인생의 삶, 죽음과 현실의 양극적 모순 속에서 깊은 고뇌를 겪는 아이러니.

 

 또한 1912년 발표한 단편소설《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서도 탁월한 예술가가 예술가적인 냉정함을 잃고 베네치아에서 만난 미소년에게 인간적인 사랑에 빠지는 불안감도 마찬가지. 이건 어느 한쪽의 치우침이 없는 중립을 의미하며. 토마스 만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래요. 그리고 토마스 만 초기작품에선 쇼펜하우어, 바그너, 니체의 영향을 받아서 오로지 정치, 사회적 시각이 아닌 예술적 작품만을 쓰려고 했던 특징이 두드러져요. 

 

 특히 소설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하나같이 음악가라는 점. 그는 음악이야말로 독일 정신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그가 '나의 예술적 인식은 모두 바그너 덕분이다' 스스로 밝힐 정도로 바그너 음악에 심취했고요. 더 자세히《토니오 크뢰거》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주도 동기란 작곡기법을 어떤 식으로 소설에 적용시켰는지 알 수 있지요. 다음으로 그의 나이 49세, 장편소설《마의 산》을 발표하면서부터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설명해요. 

 

 여전히 전과 다름없는 시민성과 예술성, 생과 죽음, 문명과 야만 등의 양극적인 문제를 놓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나 현실 세계에 가까이 다가왔다는 거.《마의 산》마지막 부분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야기가 나올 만큼 그의 생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말 그대로《마의 산》을 전환점으로 토마스 만은 사회 및 정치 현실에 눈을 뜨게 되었으며 이전《한 비정치인의 고찰》작품에서보다 휠씬 더 정치적인 색깔을 가지게 되었다네요.

 

 그리고 1930년,《마리오와 마술사》라는 단편소설에서는 독일 나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작품에 담았으며 실제로도 나치를 반대하는 강연을 통해 더 더욱 민주주의를 수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때까지 활발한 정치 참여는 물론 꾸준한 작품 활동은 전과 변함이 없었다니 정말 대단하죠. 예전처럼 매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는 순수 창작 활동에 몰두. 엄격하게 작품활동과 사회 참여활동을 구분한 그의 삶 자체가 운명적으로 창조의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예술가의 모습란 생각이 드네요.

 

 책에서 토마스 만이 말한 예술가는 '생활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생활 바깥에 서서 그것을 작품으로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거기에 토마스 만의 작품 속에는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한 묘사가 별로 없지만 1943년 미국 망명생활 중 발표한 장편소설《요셉과 그 형제들》4부작에서는 당시 히틀러에 의해 박해를 받고 있던 유대 민족을 위로하기 위한 작품을 썼음에도 그만의 차원이 다른 방식이 독특. 독일 문학에서 유대인에 대한 죄의식을 주제로 다룬 작품들이 많은 가운데 토마스 만은 나치의 폭정이 너무 가혹해 직접 묘사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

 

 오히려 유대인의 고난과 영광을 교묘하게 성경과 신화적 세계로 대비시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생각이이 비난거리가 된 게 아쉬울 뿐이네요. 하지만 이 때문에라도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 들었던 1943년, 그의 나이 72살에 독일 망명 문학의 위대한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파우스트 박사》를 집필. 천재적인 음악가 레버퀸의 일대기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는 고백록에 주목하게 되네요.

 
 이는 앞 세대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는 독일 민족 고유의 민족성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비슷한 죄를 지은 일본의 경우와 사뭇 비교되는 부분이 가슴에 와 닿죠. 비록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시대의 요청에 대한 작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비정치적, 비사회적 작가란 오해도 스스로 승화. 결론적으로 그의 본심은 어떤 비난에도 식지않는 열정과 의지가 더 강하게 빛나고 있어요. 

 

 잠시 가슴 먹먹한 울림을 간직한 채, 섣불리 내일부터 토마스 만 작품을 읽겠노라 용기 나지 않는 이유도 위대한 그의 존재가 환히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네요. 게다가 토마스 만의 형, 하인리히 만을 비롯한 괴테, 헤르만 헤세 등 그와 함께 한 유명작가들을 보면서 할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 솔직히 이 책을 읽고 짧은 시간내 책에 대한 생각, 느낌을 정리한다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라 당분간 이 책 하나로 마음의 작은 위안을 삼고자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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