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철기방에 숨은 비밀 마법의 두루마리 14
햇살과나무꾼 지음, 이상규 그림, 김태식 감수 / 비룡소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학자인 아빠를 따라 경주로 이사한 호기심 많은 준호, 민호 형제는 새집 지하실에서 마법의 두루마리를 발견. 둘은 석기 시대, 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시대 등 시간을 넘나들며 우리 역사 속으로 짜릿한 모험을 떠나는데요. 이번 열 네번째 역사 여행지는 일찍부터 철의 원료인 철광석이 풍부하여 무기나 농기구를 만드는 철기 기술이 발달한 가야! 「삼국유사」에 따르면 금관가야의 왕이 된 김수로가 지금의 김해 구지봉에 다섯 형제와 함께 여섯 가야를 세우고 각자 자기 나라를 다스리는 연맹을 이끌었고요. 무려 500년 동안 고구려, 백제, 신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강력한 나라로 가야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아봐요.

 

 곳곳에 지푸라기와 뒤섞인 말 똥 무더기가 코를 찌르는 마구간에 비쩍 마른 늙은 말 한 마리만 덩그러니. 두루마리 왼쪽 지도에 중국 요동 부근과 한강 근처, 경상도 위쪽에 선이 그어져 있는 곳이 각각 고구려, 백제, 신라의 국경선인 듯.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있었던 작은 나라라면 이곳은 가야. 바로 금관가야의 중심지인 김해로 낙동강 하류 지역의 바닷가 주변에 철광석이 많은 산이 있어 철기산업이 발달하고 백제, 중국, 일본을 잇는 무역을 통해 크게 번성하였던 시대. 지금까지도 경남 김해 '생철리'(철이 나는 마을) 합천의 '아로현'(노에서 철광석을 녹이는 곳) '적화현'(붉은 쇳물), 경북 문경의 '창동'(철을 보관하는 창고) 등 유난히 철과 관련된 지명이 많은 걸 알 수 있어요.  

 

 

  어느새 허름한 삼베옷으로 바꿔입은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아는 척을 하는 수상한 사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아무래도 사내는 가야의 철기방에 몰래 잠입해 있는 서라벌 사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들을 서라벌 첩자로 오해하고 있어요. 그도 그럴것이 철을 만드는 곳인 철기방은 가야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하여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운 터. 어쩔 수 없이 들키지 않으려고 철없는 아이들을 보냈을 거라 생각해서죠. 그러나 아이들은 사내가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도 행여나 사내의 의심을 살까 궁금한 걸 물어볼 수가 없어요. 그저 고개를 빼고 멀리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마구간 주변을 살피길 흙으로 만든 둥그스름한 기구가 눈에 띄어요.

 

 얼핏봐서는 도자기 굽는 가마 같기도 한 노!  보통 1200도 이상 높은 온도도 견딜 수 있는 용광로나 다름없어요. 노 아래쪽 송풍관을 통해 숯을 태워 얻은 높은 열로 철광석을 녹여 쇠 찌꺼기를 걸러내고 순수한 철을 얻는 것. 온도가 높을수록 철광석의 철 성분과 불순물이 잘 분리되는데 철광석에서 순수한 철만 추출하여 납작하게 만든 쇳덩어리는 부와 권력을 상징할 만큼 화폐 대신 사용되기도 하고 백제와 일본 등에 수출되기도 하는 가야의 '덩이쇠'는 질이 좋기로 유명. 아이들도 처음 보는 노가 신기한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그 순간 일꾼들을 지휘하던 감독관이 못 보던 아이들을 수상하게 여겨 성난 목소리로 윽박지르니 하마터면 들통 날 뻔~ 아이들 등에서 식은땀이 주룩 흘러내려요.

 

  

 그러니 본의 아니게 서라벌의 첩자노릇을 하게 된 아이들은 서라벌 아저씨가 시키는 심부름을 해야 하는 처지. 일단 신라가 그토록 탐내는 가야의 일급비밀이 들어 있는 헝겊 꾸러미를 받아들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정신없이 산기슭을 오르는데 어디선가 요란하게 개짓는 소리에 그만 다리 힘이 풀린 준호가 칡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데요. 그 바람에 두 동강난 물건은 보고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그나마 숯이 철광석을 녹이는 연료이자 숯의 탄소 성분이 철광석의 산소성분과 결합하여 순수한 철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니 단순히 높은 열로 철광석을 녹이는 게 아니었어요. 거기에 깜짝 놀랄 또 다른 가야의 철 생산 비밀까지 준호의 역사노트에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설명으로 노의 구조가 어떤지, 가야 사람들이 어떻게 철기를 만들었는지 자세히 다뤄요.

 

 또한, 음식을 쩌 먹거나 끓여먹는 청동 솥같은 가야의 다양한 철기 유물은 중국 북방 유목민의 기마 관련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뛰어난 철기 기술을 자랑. 왜 주변 여러 나라에서 그 숨은 비밀을 알아내려고 애쓰는 이유를 알 거 같아요. 그렇다고 가야의 유물 중에는 철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국보 제 275호인 가야의 기마 인물형 토기는 무사의 갑옷과 방패, 말갑옷 등 상세하게 표현. 당시 무사의 옷차림과 무기 등을 알 수 있을뿐 아니라 가야 유물을 보면 비슷한 시기의 고구려, 백제, 신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어 의미가 크죠. 비록 1~6세기에 철기문화를 꽃피우며 번성했으나 신라에 멸망한 뒤 오랫동안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었어도 금관가야의 왕족이었던 김유신, 대가야의 음악가 우륵 등의 가야의 후예들을 통해 가야의 전통과 문화는 계속 이어져 온 셈이니 더 그러하네요.

 

 

그나저나 하얼빈에서 감감무소식인 할아버지를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신기한 마법의 두루마리, 다음 이야기도 무척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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