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문학 읽기 18 : 조웅전 한국 고전문학 읽기 18
방현희 글, 최현묵 그림, 작자미상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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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송나라에 문 황제가 즉위한 지 23년. 나라 안팎이 두루 평안하고 백성도 먹고살기가 넉넉한 태평성대. 황제가 충신 조정인을 그토록 그리워하는 까닭이 그가 얼마나 황제가 아끼던 충신임을 

잘 말해 주는데요. 나라가 오랑캐의 침략으로 위태로울 때 조정인이 장정들을 이끌어 모든 난을 평정하고도 큰 벼슬을 마다한 인물. 그러나 나라가 평온해지자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그를 모함하는 상소가 올라오니 스스로 황제에게 누가 되는 신하는 죄인이라 여기고 목숨을 끊는데요.

 

 조정인이 세상을 떠난 뒤, 부인 왕씨는 홀로 건강하고 활달한 사내아이를 낳고 키웠는데요. 마침 태자와 동갑인 조웅을 황궁으로 불러들이니 얼굴은 옥같이 맑고 빼어나며 몸가짐 하나에도 충신의 아들답게 의젓하고 충효가 깊어 황제가 크게 기뻐하지 않을 수 없네요. 한편 우승상 이두병의 아들, 이관은 황제가 조웅을 아끼는 것을 알고 나중에 조웅이 벼슬길에 오르면 제 아비 조정인의 원수를 갚으려 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조웅을 없앨 계획을 세우려 들지만 조웅이 아직 나이가 어린 데다 벼슬이 없어 큰 죄를 덮어씌울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새해가 지나고 황제는 신하들의 아침문안을 받으면서 문득 조웅이 생각나 태자를 위해 글동무로 삼아 곁에 두고 싶다는 말을 꺼내니 이미 이두병의 속셈을 알고 있는 신하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이두병이 나서서 벼슬도 없고 연고도 없는 아이를 황궁에 들이는 것은 극히 불가한 일이라 반대하였죠. 황제는 신하들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어요. 게다가 어전에서 물러나온 이두병은 다시는 황제에게 조웅을 추천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고 겁을 주는데요. 장차 어린 조웅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불안한 앞날이 걱정되네요.

 

 

 

 

 이윽고, 황제의 병이 깊어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라의 법과 권세는 이두병의 손안에 떨어졌고 스스로 평순 황제라 이르며 국법을 고치는데요. 아들 이관을 태자로 봉한 뒤, 송나라 태자를 멀리 태산부 계량도라는 외딴섬으로 내쫓으니 백성들은 하늘이 무너졌다고 비탄에 빠져 울거나 아예 깊은 산과 골짜기로 들어가 조용히 숨어 살수 밖에 없네요. 그러니 아들 조웅을 끌어안고 변을 당할까 봐 마음만 졸이던 왕부인도 이제 이들의 목숨이 새 황제의 손에 달렸다는 걸 잘 알기에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죠. 

 

 하지만 이제 겨우 여덟 살 난 조웅은 인생 한 번 죽는 것은 황제도 어쩔 수 없다며 어머니를 위로하는데요. "이두병은 우리의 원수지만 우리가 이두병의 원수가 아니오니 어찌 제가 이두병의 칼에 죽겠습는까? 조금도 염려하지 마소서." 새 황제에 대한 두려움따위는 찾아 볼 수가 없는데요. 오히려 마음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두병을 탓하는 글을 경화문에 크게 써놓으니 어찌 그가 새로운 영웅이 아니겠어요. 

 

"소인배 이두병은 최고의 벼슬을 차지하고도 무엇이 부족하여 역적이 되었는가. 아아 역적아, 부귀도 좋지만 너의 천명을 돌아보고 송나라의 대를 끊지 마라."  그러니 황제와 신하들은 모두 놀라고 분한 마음이 일어 당장 조웅 모자를 잡아 오라는 명령에 관원들이 조웅의 집을 에워싸고 들어 닥치고 지방에서도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얼굴을 확인하느라 난리법석을 떠네요. 이 일로 조웅과 그의 어머니는 깊은 산중으로 쫓기는 나그네 신세가 돼죠. 그러나 그 와중에도 황궁 소식이 막막하고 글공부도 게을리하기 쉽다며 오래 머물지 않는데요.

 

 결국에는 관원에게 잡힐 걸 걱정한 왕부인이 자신의 소중한 머리를 잘라 스님 행색을 하려 마음먹으니 눈물이 멈추지 않네요.  거기에 자른 머리를 내다 판 돈을 도적에게 모두 빼앗기지만 꿈에서라도 부인과 자식을 지켜주고픈 애끓는 아버지의 사랑이 대단하네요. 어느새 두 사람이 하염없이 절을 찾아 길을 헤매던 세월이 조웅의 나이가 열하나. 벌써 힘이 어른못지 않게 세서 강을 만나면

어머니를 업고 건너고 숲을 만나면 앞서 헤쳐 나갈 정도로 장성했네요.

 

 

 

 

 그러던 어느 날, 저 멀리 골짜기에서 한 승려가 지팡이를 짚고 내려오는데 천만다행으로 하늘이 도와 살아 생전 인연이 깊은 월경대사를 만나게 되니 스님을 따라 깊은 산속 천 개의 봉우리와 만 개의 골짜리가 마치 성처럼 둘러싼 절로 향하는데요. 이곳에서 조웅은 월경대사에게 글도 배우고 신통한 술법도 배우니 왕 부인은 그동안 쌓였던 근심이 말끔히 가시는 듯 평온하게 지냈더랬죠. 그러나 조웅은 여기가 아무리 신선이 사는 곳과 같다한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가슴에 품어 온 깊은 뜻을 펼칠 일이 아득하여 어머니를 설득끝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요. 

 

 누군가는 천금을 내어도 가질 수 없는 귀한 보검을 손에 얻고 천길만길 절벽으로 날아오르듯 내달리는 것이 호랑이 못지 않은 용마까지 하늘이 정해놓은 임자더니 그리하여 스승에게서 배운 글과 도술은 지혜롭게 머리를 쓰는 법과 장수로서 펼쳐야 할 전략을 모두 익혀 마침내 누구하나 감히 맞설 만한 이가 없을 만큼 헌헌대장부의 모습을 갖춰 드디어 전장에 나가 빛을 발하죠. 아니라 다를까 서로 한 달을 넘게 위국과 번국이 싸우는 동안 매번 번국이 승리하고 위국은 크게 패하여 점점 위태로운 형국. 이를 지켜보고 있던 조웅이 용마를 내달려 번국의 장군을 향해 삼척검을 휘두르니 번국의 군사가 겁에 질려 칼과 창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요. 

 

 멀리 위왕이 보기에도 그가 위국 장수가 아님에도 위국을 승리를 이끄니 이게 꿈인가 싶어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네요. 나중에서야 위왕이 돌아가신 조웅의 아버지의 오랜 죽마고우였으니 하늘이 먼저 간 벗을 만나도록 길을 놓아 준 것만 같아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는 위왕은 조웅의 손을 붙잡고 함께 통곡하는데요. 조웅이 그렇게 어려운 사정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게 제일 마음 아팠죠. 조옹역시 가슴이 벅차올라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네요. 위왕이 조웅을 대원수로 삼고 조웅과 함께 승리를 위한 전략을 짜는데요. 번국의 진지에서도 처음 보는 장수인 조웅에 맞설 묘책을 짜느라 분주하네요. 또 다시 치열한 싸움은 쉽게 승부가 나지 않는 듯하나 대원수 조웅은 단 한번의 기습공격으로 번왕과 장수들을 사로잡네요.

 

 

 

 

 "지금 대국은 이두병이 반역을 일으켜 천자가 되었습니다. 모든 백성이 분노하고 있사오니 소신을 살려 주시면 군사를 정돈하여 이두병을 멸하고 송나라를 다시 일으키는데 티끌만큼이라도 돕겠사옵니다." 번왕이 울며불며 애원을 하자 위왕과 조웅은 번왕을 너그러이 용서하고 돌려보내는데요.

위왕이 위험을 대비하여 조웅에게 수천 군사를 붙여 주니 조웅은 곧장 송나라 태자가 사는 귀양지로 떠나죠. 그런데 태산부 계량도로 가는 길에 번국 땅을 거치게 되면 어떠한 위험한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

 

 "그리 작은 일로 근심하다니 그러고도 어찌 장수라 하겠느냐? 번국을 거쳐 가게 되면 당연히 번왕이 나를 유인하려 할 것이다. 두려우면 따르지 마라." 이같이 서슬이 시퍼런 조웅의 기세에 오히려 조웅을 잡으려다 많은 재물과 천하절색 궁녀를 잃고 분을 이기지 못하는 쪽은 번왕. 다시 번왕이 무슨 잔꾀로 조웅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그나저나 조웅의 군사가 여러 날을 지나 태산부 인근에 다다랐을 때, 황제가 사약을 보내 태자를 죽이고 죽은 황제의 충신을 다 붙잡아 갔다는 소문이 무성. 벌써 황제의 명을 받든 사신이 약사발을 들고 나오고 모든 충신은 결박당한 채 꼼짝을 못하고 있으니 조웅이 나서 태자를 구하고 유배지를 떠나는데 어찌 조웅과 번왕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기대되지 않겠어요.

 

 번왕이 "전쟁 중에 있었던 일은 한때 지나간 일. 번국이 비록 가난하지만 군대의 힘만큼은 으뜸이라 할 수 있으니 우리가 합세하면 무슨 일이든 이룰 것이오." 번국의 군사력을 뽐내며 조웅에게 힘을 합쳐 일을 이루어 보자는 꾀를 내는데요. 그 어떤 번왕의 권모술수에도 넘어오긴 커녕 면전에 번왕의 욕심이 과하다 나무라니 극중 조웅과 번왕의 대결에 담긴 메시지가 여러 의미가 있었네요. 특히 역적 이두병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서 전쟁을 처음 겪는 신출내기 장수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부여한 의미가 크네요. 다시봐도 이토록 춘향전, 심청전과 함께 조선 후기에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 중 하나였다는 게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우리의 고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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