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요정 플로리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4
로라 에이미 슐리츠 지음, 안젤라 배럿 그림, 김민석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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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부터 요정이야기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평생 도서관 사서로 일한 로라 에이미 슐리츠는 학교 도서관에 찾아와 요정 이야기를 찾는 어린이들을 위해 서툴지만 거친 세상을 용기내 살아가는 도전적인 '요정에 관한' 삶을 그렸어요. 영국 아동 문학가인 로즈 파일만이 말한대로 '정원이란 세상에 요정들이 살고 있다면 어떨까?'와 '요정이 날개를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두가지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죠. 그래서 우리가 아는 뻔한 요정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흥미롭고 신기해요.

 

 밤의 요정, 플로리는 보름달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자정 직전에 태어나 마법의 힘 역시  평생 자신이 태어난 그 시간이 가장 세요. 그렇지만 태어나자마자 요정이 쓸 줄 아는 마법의 힘은 너무 약해서 온전하게 자신을 지키긴 어려워보여요. 산들바람에 몸을 맡긴 채 바람이 부는 대로 밤하늘을 헤엄치듯 떠다니던 그날 밤도, 작은 갈색 박쥐가 플로리한테 달려들어 와락 붙잡는 바람에 그녀의 날개가 파삭 바스러진 것. 그때 그녀의 나이가 조금 더 들었더라면 박쥐의 입을 찌르는 마법이나 날개가 즉시 다시 자라나도록 마법을 걸었을테지만 아직 어린 플로리는 어떤 마법 주문도 할 수 없었어요.

 

 

 

 

 그만 박쥐의 실수를 알아챘을땐 이미 날개를 잃은 뒤. 높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거인의 정원에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고통이라는 걸 느끼며 두려움에 떨었어요. 플로리는 등을 더듬어 남아있는 날개가 겨우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깃털 하나 정도란 걸 알고는 곧 자신이 전처럼 화려한 날개짓으로 날지 못하기때문에 박쥐나 올빼미, 뱀처럼 굶주린 동물들 주의를 끌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아요. 그리고 벚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작은 나무 상자를 자신의 은식처로 삼아서 이제는 더이상 밤의 요정이 아닌 낮의 요정으로 살아가기 위한 새 삶을 시작해요. 하지만 플로리는 낮의 요정을 본 적도 없고 누구에게 들은 적도 없기 때문에 낮의 요정이 어떻게 생활하는 지도 몰랐어요.

 

 무엇보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밤의 요정으로 태어나 그녀 자신이 낮동안 뜨겁고 건조한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하루종일 햇빛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도 짜증이 나고 어둠이 내릴 때쯤이면 온몸이 가려워 잠을 편하게 잘 수가 없어요. 본인 스스로도 요정이 짜증을 내는 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해도 나무의 꽃들과 어우러져 눈에 띄지 않도록 서투른 솜씨로 벚꽃을 엮어 드레스를 만들고 풀잎으로는 푸른 새싹을 담을 바구니를 만드는 등 조금씩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어요. 어느 날은 산사나무의 길고 뾰족한 가시를 보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주머니칼이나 훌륭한 호신술 칼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 계획이 마음에 들었어요. 거기에 새로운 찌르기 마법까지 부릴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기뻤죠. 

   

 

 본래 요정은 마음 속에 마법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나 아기의 잇몸에서 작고 하얀 치아가 자라나듯 요정이 자라며 마법도 강력해지는 거래요. 그만큼 플로리 키도 컸고 곱슬곱슬한 머리카락도 어깨까지 내려오고 재빠른 다람쥐처럼 대담하게 나뭇가지들 사이를 뛰어 다닐 정도로 성장했다는 얘기네요. 또한 매일 그물 침대와 풀잎을 엮어 만든 이불, 양귀비와 장미꽃잎으로 만든 드레스를 직접 만들어 입고 겨울을 대비해 해바라기 씨앗같은 식량도 모으고 새로운 마법을 익히는 등 요정의 생활이라고 마법으로 다 되는 건 아니에요. 분명 우리와 비슷한 모습이 있어요. 그중 플로리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건 따로 있어요.

 

 그건 자신이 잃어버린 날개를 대신할 새로운 날개를 찾는 거에요. 플로리가 거인의 정원에서 본 동물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매혹적인 벌새만큼 플로리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데려 갈 수 있는 멋진 날개는 없다고 생각해서죠. 플로리는 벌새를 볼때마다 벌새를 길들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에 차있어요. 그런 와중에 벌새가 끈끈한 거미줄에 걸려 그대로 두면 거미밥이 될 위기에 처하자 플로리역시 거미줄이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죠. 어떡하든 자신이 벌새를 구하고 그 대가로 자신만의 벌새가 되어 주길 간절히 원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벌새의 대답은 단호했어요. 그러나 그가 거미줄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면 쓸 수록 거미줄이 더 단단하게 조여오며 설령 자신이 바라던 그 어떤 대가도 받지 못하더라도 위험에 처한 엄마벌새와 아기 벌새를 외면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서운한 마음이 남아선지 도움을 주려는 플로리의 말투가 무척 사나워요. 그리고 용감하게 자신이 만든 칼과 찌르기 마법으로 사마귀 공격도 막아내고 거미를 끈질지게 설득하며 자신보다 몇 배는 큰 너구리를 상대로 엄마벌새를 구하기 위해 엄청 애를 써요, 그러면서 박쥐의 실수로 인해 몸과 마음의 상처가 됐던 여러 오해도 풀고 정원이라는 세상에서 그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아요. 플로리가 박쥐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귀에 거미줄로 틀어막은 게 박쥐가 자신에게 말하고픈 진심어린 사과였다는 걸 뒤늦게 안 거죠. 그리고 한가지 더, 머지않아 플로리의 날개가 요정 마법처럼 멋지게 돋아나 다시 날개를 활짝 펴고 힘차게 날아 오를 반가운 소식도 전해듣고요. 요정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전혀 다른 환상을 심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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