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 - 절망의 한복판에서 부르는 차동엽 신부의 생의 찬가
차동엽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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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리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 한 권의 책이 던진 묵직한 질문들이 참으로 무수히 쏟아지는구나.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들,,, 차동엽, 노르베르또 신부는 관악산 기슭 달동네 난곡에서 알콜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지게로 연탄 배달을 하며 어렵게 공고에 진학 공부했고, 서울대 공과대학 기계공학과에 들어갔지만, 기계를 발명해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것보다 세상의 진정한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어 사제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이유,, 즉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을 평생의 미션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사실,,, 종교적인 색채가 짙으면 어쩌나,, 싶어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었으나,,, 1987년 죽음을 앞두고 작성된 고 이병철 회장의 질문에 대한 답이라니,,, 호기심을 자극했음이다.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그가 절두산 성당 박희봉 신부에게 보낸 질문지라니 말이다. 생의 한 가운데 내 존재의 이유, 내 인생의 고달픔의 이유, 내 시련의 몫은 도대체 왜?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묻으려 해도 묻히지 않는, 잊혀진 질문들을 통해 사람은 어디에서 온 존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언제일지 모를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가? 죽음에 직면한 대기업 회장이 마지막 순간에 떠올린 질문들,, 그리고 답을 찾지 못한 이야기들,,, 얘기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했기에 선뜻, 누구도, 답을 제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차동엽 신부가 집어 들었다. 왜? 그가 살아가는 평생의 미션이 바라 사람들에게 살아갈 이유를 갖게 하는 것,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그게 바로 답의 시작이자, 답의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동엽 신부는 고 이병철 회장의 질문을 오랜 시간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물음을 Big Q와 동시대인의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물음을 Real Q로 나뉘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정답이나 해답일 순 없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던져진 질문을 통해 답을 구해보고, 변화할 순 있을 테니 말이다.

 

 

“왜 나에게만?” 누구나 이런 한탄을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왜 나에게만이 아닌,, 누구나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가 나에게도 닥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경험하는 혹독함이나 고통은, 성장하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에 있어서 괴로운 경험은 왜 이리 복잡한 것일까? 이 세계는 왜 나에게만 불공평할까? 하지만 고통, 출구 없는 암울한 현실, 두려움, 불안, 분노, 노여움이 다가올지,, 아니면 강력한 희망, 꿈, 긍정적인 마음, 균형 있는 안목이 다가올지는 ,,, 선택의 권리는 나에게 있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이 가져오는 변화나 더 좋은 시기를 기다리기만 한다면 결국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이 바로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들이고, 우리 자신이 바로 우리가 찾는 변화일 테니 말이다. 물론,,, 이것을 깨닫기까지 삶의 전부가 필요할른지도 모르겠지만,,,

 

“청춘이든 노년이든, 누구에게나 오늘이 있습니다. 오늘은 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새로운 시작의 기회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불만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 직장, 집, 가족, 친구 중 못내 아쉬움을 남기는 일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오늘’이 다시 주어졌습니다. 이 오늘은 매일 주어지는 ‘덤’입니다. ‘오늘’이야말로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모험을 감행하고, 주어진 것을 만끽할 무제한의 가능성인 것입니다. 오늘은 오늘의 오늘이 있고, 내일은 내일의 오늘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오늘이 매일 주어질 터이니, 더는 꿈을 이룰 기회가 없다고 누가 단정할 수 있겠습니까.” - 356쪽

 

 

어디서 들은 듯한, 어디서 읽은 듯한, 어디서 경험한 듯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가슴을 칩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분명히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자신이 가진 견해와 사상을 통해 흔들림 없는 태도로 변하지 않는 신념을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신념을 갖고 피력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그는 분명 신념을 갖고 우리에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정치, 종교, 문화, 사회를 떠나 자신만의 신념으로 가슴 뛰게 할 잊혀진 질문에 희망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그것 하나만으로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인생을 건 절대적인 신념이자 깨달음인 잊혀진 질문의 답,,, 희망이 주는 세상의 울림을,,, 우린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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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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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된 작품 화차!

음,,, 작년에 친구가 책장 정리 한다며 보내준 책이었는데,,, 미미여사의 책 중 정말 최강이라며 강추했던 책이었는데,,, 영화 개봉한다는 소식 듣고 부랴부랴 들어본다. 그 명성답게 “오호~ 스고이~”스러운 작품이었달까? 90년대 초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어쩜 이렇게 우리 시대 인간 본능적인 욕망과 사회 경제 시스템의 부조리를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과 욕망을 통해 이렇게 신랄하게 꼬집어 놨을까,,,란 생각이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신용불량자는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지만 활황이었던 1980년대부터 거품 붕괴로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진 90년대 일본의 심각한 사회 문제였던 신용불량자를 소재로 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는 버블 경제 붕괴에 따른 중산층의 몰락, 대물림되는 빚, 개인파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세키네 쇼코(신조 교코)라는 인물을 통해 스릴러와 사회 문제를 적절히 접목 시켜 자본주의 사회의 허를 찌르고 있다.

 

“혼마씨는 지금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 아닙니까? 세키네 쇼코는 개인파산을 한 여자다. 게다가 술집에서 일하고 있었다니까 돈 낭비가 심했던 건 물론이고 사생활도 엉망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인간관계를 더듬어 가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안 그렇습니까?...... 그게 오해라는 겁니다. 현대사회에서 카드나 은행 대출 때문에 파산에 이르는 사람들 중에는 부지런하면서도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아요. 그런 점을 이해하려면 우선 이 업계의 구조부터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 신용 규모의 성장은 경이로울 정돕니다. 10년도 지나지 않아 세 배 가량 늘었으니까요.... 금융시장이란 건 원래 실체가 없는 환상이죠. 현실 사회에서 그림자와 같은 환상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는 한계란 것이 있어요.... 카드란 게 확실히 편리하긴 하죠....... 하지만 저처럼 신용 파산을 전문으로 다루거나 피해자들의 구제활동을 하다 보면, 순간순간 카드 같은 건 다 없애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물론 그런 일이야 있을 수 없겠죠.” - 미야베 미유키 [화차] 중 (130쪽-134쪽)

 

수사 도중 총에 맞아 잠시 휴직을 신청한 형사 혼마에게 어느 날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죽은 부인의 조카가 찾아오고, 그는 자신의 약혼녀 세키네 쇼코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수사를 의뢰한다. 그녀는 왜? 어디로 사라졌을까? 조사 도중 혼마는 두 사람이 결혼 혼수를 준비하다가 은행원인 혼마의 조카가 쇼코에게 신용카드를 만들라 권유 받고 카드를 만들려다가 스스로 개인파산 상태였음을 알지 못했던 쇼코가 충격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의문은 시작된다. 본인의 개인파산 상태를 본인도 몰랐던 쇼코, 탐문 수사 도중 쇼코의 사진을 보고 쇼코가 아니라 고개를 젓는 사람들,,, 계속해서 그녀의 거짓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연 세이코 쇼코를 사칭한 그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진짜 세이코 쇼코는 살아있을까요?

 

“돌고 도는 불수레. 그것은 운명의 수레인지도 모른다. 세키네 쇼코는 거기서 내리려고 했다. 그리고 한 번은 내렸었다. 그러나 그녀가 되려고 했던 여인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또 그 불수레에 올라타 버렸다.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둠 속 저 끝을 향해 혼마는 물었다. 그녀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대체 누구란 말인가?” - (128쪽)

 

계속된 수사 속에서 행복을 위해 화차에 올라탄 한 여인 신조 교코가 상처를 지우고 남이 돼 살아가려 한 이유를 지켜보며 그녀를 그곳, 막다른 골목으로까지 내몰아간 사회를 비정함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세키네 쇼코, 신조 교코,, 그녀 모두 돌도 도는 불수레 같은 화차의 희생양일 테니 말이다.

 

변영주 감독과 김민희, 이선균, 조성하씨가 어떻게 이 배역들을 해석해 놨을지도 궁금함이고,,, 소설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약혼자 이선균의 역할이 커졌고, 김민희가 어떻게 신조 교코의 서늘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모습을 살렸을지도 궁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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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 슈퍼 영웅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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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실패한 것들이에요. 내가 말한다. 모든 사실적 이야기는 이상적인 이야기가 되려다가 실패한 이야기들이에요.” - 찰스 유의 3등급 슈퍼영웅 ‘사실주의’ 중에서 (174쪽)

 

3등급 슈퍼영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떠오른 단어는 “잉여”였다.

인터넷에서는 말 그대로 '남아도는' 혹은 '쓸모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최근엔 주로 미취업이나 실업 상태인 사람들을 비웃거나, 잉여스러운 사람들이 스스로 자조 섞인 뉘앙스로 표현할 때 쓰이기도 하고, 보다 더해진 의미로 일을 제대로 못해 내거나 시간이 남아돌아 쓸데없는 짓으로 시간을 죽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잉여란 단어는 시간이나 생산물 등 사물에 쓰였던 단어였는데,, 19세기 러시아의 “잉여인간의 일기”와 1958년 손창섭의 “잉여인간”이란 소설의 소재로 활용됐던 것이 사람과 결합해 쓰이기 시작했다. 투르게네프의 잉여인간에서는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사회에서의 지식인들을 표현했고, 손창섭의 잉여인간은 쓸데없고 쓸모없는 사회악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음,,, 3등급 슈퍼영웅에서의 인간들은 후자에 속하다 하겠다.

 

과연 그들을 잉여스럽다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내 얘기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의 작가 찰스 유의 11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 주인공들에겐 이 우리가, 아니 스스로가 자신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그리고 고독과 외로움, 쓸쓸함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주인공들이 수식과 부등식으로 우리에게 철학적 얘기를 건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얘기는 쓸쓸함과 고독, 외로움이 아닌 스스로를 인정받고 싶고, 스스로 나도 행복 하고 싶다는 비명과도 같은 절규임을 나는 느꼈다.

 

“이제, 당신은 안타깝다고 말하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당신은 그 사실을 알고, 당신은 당신이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을 알고, 당신은 당신이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해 무한히 많은 수의 것들을 알게 되고, 이 무한한 희귀는 소멸점까지 계속 쌓여나간다. 성명서들의 계층 구조는 점점 더 길어지고 점점 더 추상적이 되면서 저 멀리로 자꾸만 후퇴하고 세상에서 계속해 멀어지며,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고, 모두가 진실이다.” - 찰스 유의 <3등급 슈퍼영웅> 중 ‘증오와 명예가 달린 2인용 무한 연관 동시 반협력 게임’ 중에서 (153쪽)

 

소통 불가능한 인간관계, 개인의 자괴감과 고독, 외로움을, 그리고 한없이 삐딱한 시선을 통해 세상사는 생각처럼 녹록치 않지만, 괴짜 같은 유쾌하다 못해 이해 불가능할지도 모를 주인공들은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꿈을 버리지 못하며, 스스로에 대한 끈을 버리지 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로 '세상을 바꾸기 전에 너 자신을 바꿔라', '긍정의 심리학' 같은 공자 촛대뼈 까는 소리(? 음,,, 고리타분한 얘길 할 때면 꼭 나에게 이런 무지막지한 발언을 하셨던 사수가 있었던지라... ^^;;;)는 집어치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을 포기하는 듯 포기하지 못하는 그들을 통해 우리가 마지막까지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쩜, 희망이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을 읽어 내려가며 얻게 된 가장 소중한 행복이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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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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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단 둘이 세상 가장 밝은 낙원으로 가는 아침, 산책길 이게 만약 꿈이라도 괜찮아.

오늘도 난 뒤를 따라 걷는다. 몇 걸음 뒤에서 조금이라도 급하게 서두르면 안돼.

새하얀 어깨위로 내려앉은 햇살이 뒤를 돌아보며 웃을 때까지

아침이 정말 좋아 그댈 볼 수 있어 좋아. 누가 뭐라 해도 난 뒤따라 걸어간다....

가로수 풀밭 좁은 길을 돌아 멈춰 다시 물 한 모금 줍게 눈인사라도 할 수만 있다면

마냥 좋아서 노랠 부를 거야.....” - 이지형 Music "산책”

 

왠지 이 노래가 떠올랐다. <런던 디자인 산책> 제목에 너무 부합되는, 직설적인 모드인가? 직설적이면 어떠하랴... 이지형의 발랄한 음색과 나의 마음을 이렇게 붕 달뜨게 만드는 노래와 딱 어울리는 책을 만났는데 말이다.

 

영국하면 패션이나 디자인 적인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임과 동시에 유구한 전통 왕실을 유지하는 나라답게 빈티지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한 나라일 것이다. 옛 것과 새 것의 공존, 전통과 아방가르드의 조화,, 하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하면서 전통을 지켜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도시 런던은 그런 의미에서 역동적이고 생기 넘침과 동시에 우아한 고전의 틀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도시임에 분명하다!!! 라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것의 가치(Oldies But Goodies)와 아주 오랜 친구(Durable Friendship)의 중요함을 잊지 않고, 단순히 쓰고 버리는 것 이상의 가치를 덧입혀가며 마법과도 같은 추억을 잃지 않고 있단 사실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것은 바로 최첨단 도시에 살면서도 오래된 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런더너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15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우산 브랜드 스미스 앤 선즈, 스코틀랜드 공장에서 수공예로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는 도나 윌슨의 뜨게 인형, 에드워드 7세 때부터 꼬박 100년을 한결같은 곳에 서 있는 빨간 우체통, 유럽에서도 가장 큰 장난감 가게 햄리스 최신형 게임기나 플라스틱 인형에 자리를 뺏길 법도 하건만 변함없이 1층을 지키고 있는 폭신폭신한 봉제 곰인형,,, 삶을 위한 여분의 공간인 영국의 정원,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작은 사치 티타임의 상쾌한 울림, 재창조된 낡은 공간 테이트 모던 등 전통 속에서 혁신을 꿈꾸고 혁신 속에서 전통을 보는 박물관들, 아직도 갱지에 인쇄 출판하는 펭귄 북스, 사람과 공간을 잇는 런던의 교통,,,, 세월이 지나도 사랑 받는 감성이 우리에겐 여전히 존재함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왜 그리 고맙던지. 새로운 것이 나오면 내가 쓰던 것에 대한 소중함보다는 좀 더 트랜드 해지기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바꿔버리는 우리네 소비 풍조를 생각하며 저절로 새 나오는 한숨은 어이 할 수 없었다.

 

<런던 디자인 산책>은 런던의 디자인 문화를 소개하며 디자이너들에게 살아있는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잿빛 도시의 일상을 컬러풀하게 만드는 런던 디자인을 산책하듯 살펴보고 있노라면, 고전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 그 속에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주며, 삶이 고단한 우리가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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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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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한 군주의 능력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미실은 신선하고 충격적인 인물이었다. 악녀지만 악녀에 그치지 않고, 권력을 쥐고 휘둘렀지만 신라를 사랑했고, 여자였기에 왕을 꿈꾸지도 못했지만 신라를 지탱해왔던 실질적 리더, 그래서 덕만 즉 선덕여왕의 정적이자 가장 강력한 멘토였던 미실,,, 드라마에서 각인된 고현정의 미실은 이러하였다. “하늘의 뜻이 조금 필요합니다.” 라며 엄지와 검지를 이용한 모션으로 쳐다보는 간드러진 눈빛 제압은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최고의 캐릭터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녀 미실이 2012년 다시 돌아왔다.

 

김별아 작가를 탄생시킨 제1회 세계문학상 본래 원고를 되살리고 오류를 수정한 무삭제 개정판으로 다시 탄생됐다. ‘무삭제 개정판’은 초판 출간 때 분량 문제로 덜어냈던 원고지 150장 분량의 원고와 120여 개의 각주를 되살린 정본 ‘미실’이라 할 수 있는데,,, 모계로 이어지는 색공지신의 혈통으로 태어난 미실의 운명, 진골 정통과의 경쟁구도가 초판보다 명확히 드러났고, 미실의 남편 세종전군의 쓸쓸한 죽음과 정치가로서의 미실의 면모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2005년에 비해 보다 입체적으로 미실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나 할까. 김별아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문체와 도발적 캐릭터로, 사랑을 가졌으나 사랑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을 탐하나 권력에 매몰되지 않는 매혹적이면서 위험한 여인 미실의 존재가 강렬히 자리잡을 것이다. 물론,,, 음,, 야사이기 때문에 좀 적나라한 표현들과 근친상간이란 위험한 소재가 자리 잡고 있지만,,, 당시 신라의 골품제는 혈통계산법 아래 근친혼으로 왕권을 유지하려 했던 신분제도였기 때문에 근친상간도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소설 속에서도 질투라는 감정이 존재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닥 큰 문제로 부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음,,, 조금 눈살이 찌푸려지는 감이 없진 않고나,,, 이 시대를 사는 우리로썬,, - -;;; 하하.

 

실제로 미실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찾아보면

1989년에 출현한 필사본 《화랑세기(花郞世紀)》에 전하는 신라시대 여인으로 왕실과 화랑제도의 원화들을 두루 휘하에 두고 임금 이상으로 신라의 권력을 장악하였던 인물로 묘사돼 있다. 그 내용 진위에 대해서는 역사학계에 이견이 있고 위서(僞書)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미실은 출중한 미모와 학식을 소유하였고 아름다움의 정기를 한 몸에 모은 진골 귀족 여인이라고 한다. 미실의 외할머니는 1대 풍월주(風月主) 위화랑(魏花郞)의 장녀 옥진궁주(玉珍宮主)라는 여인으로 법흥왕의 사랑을 받았으며 영실과 사이에서 미실의 어머니 묘도(妙道)를 낳았다. 묘도는 2대 풍월주 미진부(未珍夫)와 사이에서 미실을 낳았다. 미실은 혈통의 전통에 따라 가무와 성숙한 여인으로 비법을 전수받았다. 진흥왕의 이복동생 세종에게 간택되었다가 궁에서 쫓겨난 후 5대 풍월주 사다함을 만나 사랑했지만 다시 세종과 결합했고 이 때문에 사다함이 사망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미실은 진흥왕의 후궁이 돼 권력을 장악했고 진흥왕 사후, 진지왕이 즉위했으나 폐위시키고, 진평왕 즉위와 함께 그와 관계를 맺어 조정의 업무를 장악하다가 606년(진평왕 28) 병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화랑세기>는 신라시대 귀족 김대문이 저술한 책으로, 당대 화랑들을 대표하는 풍월주 32명의 삶을 기록한 일종의 전기다. 고려시대까지 남아 있었다가 조선시대 이후 ‘화랑세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오랫동안 사라진 책으로 분류돼 있던 책으로, 1989년 ‘화랑세기’ 발췌본이 나타나면서 필사본의 존재가 알려졌다. 하지만 필사본에는 근친혼, 통정 , 사통 등 오늘날의 상식과 윤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섹스 스캔들이 궁궐과 화랑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졌음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신라를 폄하하기 위해 만들어낸 위작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미실의 행적은 드라마나 소설보다 훨씬 충격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 미실을 부정한 여인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신라인에게 색공은 널리 행해졌다고 한다. 색공은 골품과 지위가 낮은 사람이 아내의 색(성)을 골품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바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단순한 에로티시즘이 아닌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봐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실의 색공은 신라 왕위 계승의 실상, 성골과 진골의 골품제, 풍월주를 중심으로 한 화랑도, 상속과 혼인, 처첩 관계, 사통관계 등 여러 가지 사회적 관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의 창구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무튼,,, 미실의 무삭제판은 그간 접했던 미실이란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색공지신 미실에 대한 모든 것을 엿보고 싶다면,,, 책을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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