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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산책 ㅣ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그녀와 단 둘이 세상 가장 밝은 낙원으로 가는 아침, 산책길 이게 만약 꿈이라도 괜찮아.
오늘도 난 뒤를 따라 걷는다. 몇 걸음 뒤에서 조금이라도 급하게 서두르면 안돼.
새하얀 어깨위로 내려앉은 햇살이 뒤를 돌아보며 웃을 때까지
아침이 정말 좋아 그댈 볼 수 있어 좋아. 누가 뭐라 해도 난 뒤따라 걸어간다....
가로수 풀밭 좁은 길을 돌아 멈춰 다시 물 한 모금 줍게 눈인사라도 할 수만 있다면
마냥 좋아서 노랠 부를 거야.....” - 이지형 Music "산책”
왠지 이 노래가 떠올랐다. <런던 디자인 산책> 제목에 너무 부합되는, 직설적인 모드인가? 직설적이면 어떠하랴... 이지형의 발랄한 음색과 나의 마음을 이렇게 붕 달뜨게 만드는 노래와 딱 어울리는 책을 만났는데 말이다.
영국하면 패션이나 디자인 적인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임과 동시에 유구한 전통 왕실을 유지하는 나라답게 빈티지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한 나라일 것이다. 옛 것과 새 것의 공존, 전통과 아방가르드의 조화,, 하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하면서 전통을 지켜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도시 런던은 그런 의미에서 역동적이고 생기 넘침과 동시에 우아한 고전의 틀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도시임에 분명하다!!! 라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것의 가치(Oldies But Goodies)와 아주 오랜 친구(Durable Friendship)의 중요함을 잊지 않고, 단순히 쓰고 버리는 것 이상의 가치를 덧입혀가며 마법과도 같은 추억을 잃지 않고 있단 사실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것은 바로 최첨단 도시에 살면서도 오래된 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런더너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15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우산 브랜드 스미스 앤 선즈, 스코틀랜드 공장에서 수공예로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는 도나 윌슨의 뜨게 인형, 에드워드 7세 때부터 꼬박 100년을 한결같은 곳에 서 있는 빨간 우체통, 유럽에서도 가장 큰 장난감 가게 햄리스 최신형 게임기나 플라스틱 인형에 자리를 뺏길 법도 하건만 변함없이 1층을 지키고 있는 폭신폭신한 봉제 곰인형,,, 삶을 위한 여분의 공간인 영국의 정원,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작은 사치 티타임의 상쾌한 울림, 재창조된 낡은 공간 테이트 모던 등 전통 속에서 혁신을 꿈꾸고 혁신 속에서 전통을 보는 박물관들, 아직도 갱지에 인쇄 출판하는 펭귄 북스, 사람과 공간을 잇는 런던의 교통,,,, 세월이 지나도 사랑 받는 감성이 우리에겐 여전히 존재함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왜 그리 고맙던지. 새로운 것이 나오면 내가 쓰던 것에 대한 소중함보다는 좀 더 트랜드 해지기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바꿔버리는 우리네 소비 풍조를 생각하며 저절로 새 나오는 한숨은 어이 할 수 없었다.
<런던 디자인 산책>은 런던의 디자인 문화를 소개하며 디자이너들에게 살아있는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잿빛 도시의 일상을 컬러풀하게 만드는 런던 디자인을 산책하듯 살펴보고 있노라면, 고전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 그 속에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주며, 삶이 고단한 우리가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