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은 205마크입니다 사계절 1318 문고 148
조은오 지음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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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은 205마크입니다"

"실례합니다, 제 이름은 안재이라고 하는데요, 여기는 사람 안뽑나요?"

지구인이 단돈 205마크에 거래되는 여기는 목성.

사냥꾼에게 잡힌 신세 주제에 구직을 요구하는 지구인이 있다. 분류소에서 일하는 안나와 동갑인 재이는 기지를 발휘하여 낯선 곳으로 팔려가는 대신 분류소에서 시키지도 않은 청소까지 해가며 버티기로 한다.

이곳은 지구가 인간들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되어버리자 대안으로 선택하게 된 목성. 목성에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지구인의 자발적 이동과 사냥꾼들의 비자발적인 이동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해왕성 도시 개발 사업까지 진행중이라 돈을 적게 받으며 일할 노동자는 계속 필요하다. 어른은 해왕성으로 바로 가서 노동을 하게 되지만 미성년은 목성에서 거주하며 관리되는 일종의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 목성인과 지구인은 팔찌로 철저하게 구분되어 관리되는데 목성 지하 세계에는 지구인들이 모여사는 정착마을이 숨겨져 있다.

재이는 분류소에 일하게 된지 얼마되지 않아 현상수배범으로 쫓기게 되고 안나는 이를 숨겨주면서 두 사람의 모험은 시작된다. 목성인과 지구인의 차별을 막아보려는 시도는 팔찌의 개조 시도로 시작된다. 하지만 목성 정부에서 일하는 '임서인'이란 사람에게 쫓기게 되면서 이러한 계획도 수포로 돌아간다.분류소에서 가니메데 복지원으로 옮겨진 아이들은 새로운 보호자를 만날 기회라도 얻을 수 있기에 안나는 복지원을 남몰래 후원하며 지구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해오고 있던 차였다. 안나와 재이는 방위군에 쫓기게 되고 복지원에 가서 또 다른 진실을 알게 된다.

진실은 스포가 될 듯하여 글로 적지 못하겠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과 너무 닮은 듯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불공평해. 인정해. 외모, 경제적 여유, 환경, 인종 등 태어날 때 부터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선택한 적도 없는 것들로 인한 차별을 견뎌내고 인정하라고 하는 수많은 세상의 조언을 무시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소설 속 안나와 재이는 이러한 상황에서 작게 나마 발버둥치며 상황을 개선해보려는 의지를 보인다. 목성인이 지구인을 지켜준다는 것은 또다른 지구인들의 계략일 뿐. 해왕성 노역장에서 일하는 지구인들은 감옥에 갇힌 죄수나 다름 없는 신세였다. 목성에 페니키아라는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사냥꾼의 표적이 될 위기에 처하자 안나와 재이는 낡은 우주선을 수선하여 아이들을 구하러 가게 되고 방위군의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고 우주전쟁을 불사한다.

안나는 지구인들을 도왔고, 지구인들은 안나를 도왔다. 이제는 안나가 재이를 도와야 했다.

183쪽

영화 속 인물들은 간신히 위기에서 살아남고도 동료를 구하러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곤한다. 안나 역시 재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총구를 들이민다. 목성의 지배자와의 대결 끝에 안나, 재이 , 해산은 멋지게 승리를 만끽하게 되고 그들은 새로운 계획을 수립한다.

다행히도 이야기는 해피엔딩. 지구인이 사냥꾼에 의해 거래되는 미래 세계의 이야기가 어쩌면 과거에 노예로 사람을 사고팔던 때가 있었으니 허무맹랑하기만 한 것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가 지구를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오겠지만 우리에게는 지구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은데. 은하계에 인간만큼 진화한 생명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어딘가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열심히 인간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진화 중이라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이 생명의 진화의 리즈시절이라면 지금을 온전히 누려야겠다. 어딘가에 거래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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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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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의 김소영작가님의 신작 '어떤 어른'이 출간되었다는 광고를 보고 궁금증이 폭발하려던 찰나에 만나게 된 소중한 책. 작가님의 따수함은 전기장판깔고 드러누운 거 마냥 녹아내리게 만든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면서 작가님이 만난 다양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린다. 어린이들은 밝고 명랑하지만 시끄럽고 사고뭉치에 공공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인식되어 버린 현실을 조롱하듯 우리 나라는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아이들이 귀하기도 하다.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게 하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말수가 적은 어린이는 '말하기'가 아닌 '듣기'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어떤 어른, 38쪽


오랜만에 아니 1년 만에 담임을 하게 되니 학기초 상담부터가 참, 애를 먹게 만든다. 대체로 학기 초에 자신을 잘 알리고자 자세히 자기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들이 많지만 목소리 듣기가 어려운 학생들도 있다. 뭘 물어도 고개만 끄덕이거나 도리도리가 전부인 학생들. 와.. 진짜 답답하다. 그런데 이 글을 읽어보니 끄덕이고 도리도리하는 것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거구나.. 그들의 대화법일 뿐이지 우린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또 이렇게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한없이 넓어진다. 언제쯤 이 이해가 끝이나려나.

나는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지만 어린이에 대한 묘사가 우리 학생들과도 제법 맞아 떨어진다.


나는 평소에 어린이를 미래의 희망, 꿈나무로 부르는 데 반대한다. 어린이의 오늘을 지우고 미래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다.

어떤 어른, 122-123


현재 고삼이들과 생활 중이라 그런지.. 그들의 현재는 미래의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만 같다. 이미 진로를 정해서 그와 관련된 스펙을 화려하게 쌓아 압도적인 내신으로 준비된 인재들에게 주어진 미래만을 이야기해야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로를 정하지 못한 자들은 뭔가 패배의식 속에 살아야하는 분위기이다. 지금의 고민과 실패도 미래를 위해서는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선생님같은 말만 늘어놓게 되고만다. 인생은 돈벌이가 전부도 아니고, 좋은 학교를 다니는게 전부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려면 어른이 되어야한다. 왜냐하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포기하지않고 버티다 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날도 있더라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정의가 기억에 남는다.


사랑의 진짜 기쁨은 사랑을 주는데 있다는 걸. 그 기쁨은 사랑을 받을 기회가 없던 사람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어떤 어른, 199쪽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도서와 다큐 <어른 김장하>를 보고 딱 이 구절이 떠올랐다. 준만큼 돌려받길 바라는 기대가 나를 힘들게 하고 상처받게 하는구나. 주는 것 자체가 누릴 수 있는 행복도 존재한다는 걸.

나 자신은 어떤 어른일까. 존경까지는 아니어도 저 정도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정도만 되어도 괜찮을 듯한데. 아직도 멀었다. 오늘도 일희일비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가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에 싸그리 지워버리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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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아 - 제8, 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42
채은랑 외 지음 / 사계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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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 "사라지지 않아"는 우리나라 최초로 과학소설을 썼던 한낙원 작가님을 기리며 세상에 선보이는 과학소설집이다. 요즘 학교에서 가장 핫한 주제인 인공지능, 미래 세상, 로봇이 소재로 쓰인 소설은 낯선 주제가 아니다. 수업시간에도 자주 읽혀지고 아이들에게 호응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먼 미래의 손에 잡히지 않는 세상의 일이 아니라 나의 주변에 누군가가 경험하고 있을 법한 현실의 문제가 된 것이다.

수상작인 "사라지지 않아"는 채은랑 작가의 작품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출발한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부서진 우주선 사이로 여자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우주선이 터질 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 있는 힘을 다해 아이를 끌어내자 머리 위에는 작은 별이 반짝인다. 닉네임 이상아. 여기까지 어떻게 온 것인지 궁금하던 순간 현지는 상아와 아주 작은 별에 함께 지내게 된다. 이곳은 게임 세계. 현재 현지는 휴면 계정상태. 상아의 우주선을 고쳐줄 수 있는 각종 아이템은 다행히도 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현지의 바람에 따라 상아의 우주선을 고쳐주고도 남을 정도이다. 3년 전 우주선을 만들어 더 먼 우주로 가려고 했지만 우주선은 잿더미가 되고 말았고 현지도 언제가 사라지고 만다. 더 이상 접속하지 않을 경우 영구 삭제 된다는 메일이 쌓이고 있었고 이제 영구 삭제까지는 2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 상아는 현지의 이야기를 듣고 현지를 찾는데 열심이었지만 플레이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저 별이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

<사라지지않아>21쪽

상아의 물음은 오래 전 게임을 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 어느 날 이런 캐릭터가 있었지하고 기억은 하지만 다시 접속하지는 않을 수많은 게이머들을 떠오르게 한다.

현지의 플레이어가 현지를 기억해내길 기대하지만 이제 남은 시간은 단, 2주. 상아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청소년 우주 탐사단 30기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예지를 찾기 위해서이다. 우주탐사단 교육프로그램을 서로가 도와가며 힘겹게 마무리 하려던 차에 시스템의 파손으로 인한 우주선의 위기상황에서 구조선의 자리를 상아에게 예지는 양보하고 행방불명된다. 상아는 이 일 이후 우주 어딘가로 사라진 예지를 찾기 위해 예지가 생전에 하던 게임을 찾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게임이나 해 볼 생각이었어. 그런데 잊힌 자들의 은하를 찾게 된거야. 여기에 예지의 캐릭터가 남아있다면, 예지도 어딘가 살아있다는 거잖아.

<사라지지않아>26쪽

상아의 접속이 뜸해지며 어느새 영구계정 삭제가 이틀앞으로 다가온 어느날 상아가 접속한다. 예지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한 상아는 현지와 동일한 코드명을 가진 미지의 행성을 찾아낸다.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세계. 항구라는 이름을 가진 "마리나 은하의 M-3270K".

영구삭제가 임박한 순간 현지의 행성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현지가 상아의 우주선을 고치게 된 순간 상아는 현지에게 우주선 열쇠를 쥐어준다.

알잖아, 우리는 가야 할 곳이 있어.

<사라지지 않아> 35쪽

상아는 우주 탐사단에 지원하여, 현지는 게임 세상에서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행성으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의 만남의 공간부터 이별의 순간까지. 휴면 계정 상태의 게임 캐릭터가 미지의 행성으로 사라진 존재를 찾아간다는 설정이 인공지능 세상에서 너무나 많은 잊혀진 것들이 떠올랐다. 이메일이란 것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신기함. 고등학교 시절 정보 시간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야후"라는 검색툴도 너무 신기했고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해본 활동이 내이름을 이집트문자로 바꿔보기였다. 그렇게 바꾼 이집트 문자를 소중하게 집에 가져가서 좋아하는 책 커버에 넣어둔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지금은 1인 1테블릿은 물론 접속이 쉬워진 세상이라 이렇게 소중하지도 애틋하지도 않은데 얼마나 많은 것들이 휴면되어갈까..

작가는 사라져야만 하는 아이가 사라지지 않을 미래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우리모두 언젠가는 사라져가겠지만 사라지지 않을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세상을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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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욜로욜로 시리즈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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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있는 '이해의 선물'이란 소설이 있다. 어린 남매가 사탕가게에서 버찌씨앗으로 사탕값을 지불했는데 주인이 오히려 거스름을 내주었다는 훈훈한 이야기. 새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그것도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어 바짝 긴장하고 있을 즈음에 읽게 되면 굉장히 위로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요즠 교과서는 이런 글이 실려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번에 읽게 된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도 이해의선물같은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우선 시작부터 온갖 낯설디 낯선 나무이름에서부터 행주치마라 불리던 마을의 암소의 출산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소가 새끼를 낳는것은 텔레비전 다큐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라 상상력을 있는대로 짜내어 읽어야만 했다.
미국 버몬트에서 1920년대에 태어나 십대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쓴 로버트 뉴턴 팩 작가의 이력을 보며 1940년대 미국은 너무도 멀고 낯선 곳이기에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뭐든 좀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이해하고 감정을 느끼는 S로서는 최대한도로 나의 경험치를 쥐어짜내야만 했다.아침에 일어나면 솔로몬이란 소의 젖을 짜내고 먹이를 주고 닭장에서 방금 낳은 달걀을 꺼내오는 일이란 티비 속 예능과도 같은 삶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로버트는 위의 서술대로 아침에 눈을 떠 자기 전까지 쉼없이 움직이며 온갖 동물을 돌보고 자연과 한 몸이되어살아가는 10대 소년이다, 행주치마의 쌍둥이 송아지출산을 자신의 팔 한쪽에 큰 부상을 입어가며 도운 덕택에 마을에서 제일 뛰어난 농부인 테너 씨에게 핑키란 새끼 돼지를 선물받는다. 애지중지 핑키를 돌보며 로버트는 인근의 큰 도시인 러틀랜드로 가서 쌍둥이 송아지를 박람회에 출품하게 되고 함께 데려간 핑키도 블루리본의 영광스러운 수상을 하게 된다. 로버트에게 핑키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작품을 읽으며 나의 자연친화적 삶에 대해 돌아보았다. 꽤나 도시녀인가 싶겠지만, 도심지에서 가난한 노동자 자식으로 살아왔기에 전원생활같은 것은 경험해본 적도 없다. 그저 신규발령 때 주변에 논밭이 가득한 읍에서 지낸 2년정도의 생활이 다랄까. 그조차도 직장인으로 살았으니 삽질을 해보거나 가축을 길러본 적은 없다. 그저 축사 근처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 지, 봄에 밭에뿌리는 비료 향기가 축사냄새보다 더 지독하다는 걸 아는 정도?
이 작품의 제목은 이미 스포일러이다. 로버트의 아버지는 돼지를 잡는 도축업자이다. 지금은 공장같은 곳에서 기계화된 시스템속에서 우리가 즐기는 고기가 생산되지만 작품 속 시대는 사람의 힘으로 온갖 궂은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야 고기를 얻을 수 있었을테니. 도축과정은 농사가 잘안되어 핑키가 사라지게 되는 날의 장면이 너무 생생해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되어서야 비로소 돼지는 한 마리도 죽지 않게된다. 아버지의 노동이 지닌 가치를 다행히도 로버트 가족은 잘 알고 있기에 아버지도 긍지를 가지고 일하지않았을까싶다.
작품을 읽다가 알게된 여러 정보도 쏠쏠한 즐거움이 되어주기에 충분했다.소와말에게 물을 줄 때는 말에게 먼저 줘야한다. 예민한 식성의 말은 누가 마셨던 물은 입에도 안댄다고.
흙보다 아스팔트가 익숙한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로버트의 경험이 가슴을 울리기는 쉽지않겠지만 그럼에도 가족의 사랑은 불변의 진리이므로 추천하는 바이다.
#사뿐사뿐서평단#돼지가한마리도죽지않던날#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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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복제하기 사계절 1318 문고 143
캐럴 마타스 지음, 김다봄 옮김 / 사계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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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부터 이미 작품의 주요 소재가 무엇일지 느낌이 왔다. 요즘 수업 시간에 가장 인기 있는 읽을 거리는 SF소설이다. 미래 세계가 상상의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의 발전과 변화가 삶에서 느낄 수 있을 만큼 빠르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 미래가 핑크빛의 유토피아일 수도 있고 어두운 잿빛의 디스토피아일 수도 있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선택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뜻인 것도 같다.

 주인공 미란다는 공부도, 발레도,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알파걸 그 자체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재능도 갖추고 있는 실력자로서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소녀이다. 발레 발표회를 앞둔 리허설의 날 미란다는 눈 앞이 어두워지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병원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시신경 안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으며 시력을 잃는 것은 물론 전이 가능성까지 예측이 되며 치명적인 질환에 걸렸다는 결과를 듣게 된다. 미란다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부모님의 반응은 미란다의 상태와는 달리 담담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부모님의 빈틈없는 준비 덕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역겨운 짓이에요. 우리 가족이 신이나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었네요. 두 분이 신이잖아요." 137쪽, 미란다 복제하기


미란다가 울분을 쏟아내며 했던 이 말 한마디를 통해 미란다의 질병을 대비한 복제 인간의 존재는 어쩌면 이미 다가온 현재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나의 대체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납득하고 준비한 미란다의 어머니, 아버지가 신으로 불리는 것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란다는 부모님의 선택과는 다른 선택지를 찾아 나선다. 선의로 했던 비행이니 이해를 구하는 부모님과 늘 순종적이었던 미란다로서는 자신을 위한다는 행위를 그저 받아들이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자신의 복제인간에게 아리엘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한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로 한다. 나의 백업용 복제인간이 나의 여동생이되는 일은 의외로 쉽게 풀리지만 아리엘의 창조자인 멀린 박사는 또 다른 계획으로 미란다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멀린 박사의 계획과 꿈은 생각보다 더 창대했으며 이미 윤리나 법률의 제한을 벗어난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건 어른들이 아닌 미란다와 엠마, 아리엘의 용기 뿐이었다. 여기서 인간의 복제는 기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허용할 수 있는 영역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윤리적 허용 범위 안에서의 인간의 생존을 위한 복제는 허용. 이런 모범 답안을 내놓겠지만 윤리의 잣대라는 것은 너무나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기에 신의 영역으로 남겨둬야하는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사랑과 우정 뭐 이런 것..이란 약간은 뻔한 결말이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여느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인물의 성장 과정은 의미가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모습은 막연한 불안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무엇이든 다 준비해주고 해결해주는 어른들의 행동은 아이들을 더 불안 속으로 밀어 넣거나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모범생 미란다와 달리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엠마의 모습이 사실은 모두가 원하는 성장기의 전형일 것이다. 

 

 "마당 한 가운데 있는 커다란 선인장은 당연하게도 열기에 끄덕없이 버티고 있었다. 나도 선인장이 되고 싶다. 커다랗고, 위풍당당하고, 강인한 선인장, "183쪽, '미란다 복제하기


미란다는 뜨거운 태양열에도 굳건한 선인장이 되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갈 것이다. 


#미란다복제하기#사계절출판사$사뿐사뿐교사서평단#인간복제#SF소설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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