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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가파도에 가다 - 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 철학 소설 사계절 지식소설 18
김경윤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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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바다 너머로"

제주는 서울에 사는 나와 같은 도시인에게는 일상의 탈출이자 해방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다. 김경윤 작가의 <노자, 가파도에 가다>는 제주의 작은 섬 가파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평안을 꿈꿀 수 있는 책이다. '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라는 부제까지 너무 좋을 것만 같다. 표지는 또 어떤가? 자전거를 탄 노인의 표정도 잔잔한 미소로 가득하고 낮은 돌담 뒤에 보이는 유채꽃으로 짐작되는 노란색의 꽃들과 그 너머 파란 바다가 잔잔하게 윤슬을 뽐내고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제주와 윤리 시간에 배웠지만 자세히 떠오르지는 않아도 뭔가 좋은 말씀을 했을 것 같은 노자라니.. 안 읽을 수가 없잖아? 소설의 시작은 오래 전 이름도 자세히 떠오르지 않는 대학 동창의 연락이다. 다짜고짜 가파도로 놀러오라는 명랑한 목소리의 미경이란 동창의 연락이라니. 주인공 백양은 정년을 한 사서로 이제 좀 한가롭게 은퇴의 삶을 시작해보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제주 방문 요청에 의아하면서도 궁금증이 일어난다. 별다른 일이 없을 백양의 상황에서 제주로의 이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제주에서도 더 배를 타고 가파도라는 섬에 이르게 된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산다는 가파도. 제주도도 멋진 섬이지만 모슬포항에서 배로 20분 정도 가면 가파도와 마라도를 갈 수 있다고 한다. 가파도에 가보니 고양이를 돌보며 미경이란 친구가 자신의 암투병사실을 전하고 대신 이 집에서 지내달라는 부탁을 하고 백양은 무엇엔가 이끌리듯 수락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섬생활에 적응해가며 배 매표소에서 일하는 알바까지 구하고 고양이들과 섬을 즐기게 된다.

아낀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함께 움직여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다.

<노자, 가파도에 가다>, 87쪽

백양은 고양이에게 먹자, 비비자, 놀자, 달리자, 싸우자, 숨자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가족과 함께 해야할 순간에는 다른 일에 몰두하느라 마음이 다른 곳에 있었고 함께하고 싶은 순간에 아이들은 이미 커버렸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그러한데. 돈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며, 나에게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던 어린시절의 철없음이 떠올랐다. 어른이 되어보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백양은 가파도에 유일한 도서관 만들기에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힘을 모아 고양이 도서관을 만든다. 섬에 관광오는 사람들에게 작은 휴식을 선사할 도서관이라니.. 생각만해도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진다.

무한히 생산하고, 무한히 소비하고, 무한히 버리는 방향으로 인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144쪽

백양은 가파도에서 살면서 그동안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상점에 수없이 많은 물건들, 창고형 매장이 많아지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있는 물건들 속에서 카트가 미어져라 물건을 담고 결국에 쓰레기 봉지속으로 사라진 물건들이 떠올랐다. 며칠전 어머니와도 비슷한 이유로 언쟁을 했던 지라 이 부분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쌀을 몇포대가 되도록 쌓아놓고 밥맛이 이상한 게 상한 것같으니 버리라는 어머니께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사서 먹자라고 말씀드리며 쟁여놓는게 부자의 삶이 아니라고. 큰소리쳤던 일이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쌀과 김치가 없으면 그렇게 불안하다고 하시는데 요즘처럼 밤에 주문하고 아침에 배송받는 시대에 쌓아두고 쟁여두는게 맞나 싶다.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작년에야 김치냉장고를 구매했다. 그걸 사면서도 어찌나 싫던지... 이제 쟁임보다는 간결하고 간소하게 지내고 싶다. 이런 삶의 지향이 어쩌면 백양이 가파도에서 깨달은 바와 비슷한 것 같은데 우리가 미래에 살아야 할 삶의 바람직한 모습인 것 같다.

        백양은 가파도에서 만난 젊은이가 티벳에 도서관을 세우러 간다는 소식에 새로         운 떨림을 느낀다. 그리고 지체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가파도의 삶을 정            리 한다. 즐거워서 하는 일은 힘들어도 할만하다. 아니, 그 힘듦이 오히려 기쁨          이 되고 의욕을 불어넣기도 한다. 온갖 도파민들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나마            도서관이라는 탈출구가 있음에 늘 감사한다. 제주도의 바람과 하늘, 바다를 떠         올리며 힐링하는 시간을 느껴보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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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갖춘마디 사계절 1318 문고 150
채기성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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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멋져, 이건 하나의 유행 혹은 TV쇼"

라는 가사가 흥얼흥얼... 읖조려지는 소설을 읽었다.

채기성 작가의 <못갖춘마디>는 아이돌을 꿈꾸던 연습생 소이가 친구 우제와 나누는 우정의 이야기이다. 소이는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음악을 천직으로 여기며 나름의 노력을 다했지만 데뷔에 실패한다. 진지라고 부르는 친구와 시쓰기 문화센터를 다니며 문학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세상에 전하려고 노력한다. 단 둘뿐인 수강생 덕에 수업은 결국 사라지게 되지만 선생님과의 진심을 나누며 소이가 가진 상처를 서서히 극복해가는 모습이 건강한 회복이라고 느껴졌다.

소이의 가족은 어린 시절 유주라는 친구의 가족과 친하게 지내며 유대를 가져온다. 여름 휴가로 함께 떠난 바닷가에서 유주가 파도에 휩쓸리게 되고 유주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아빠들 중에 한 사람은 바다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때 생긴 상처는 두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리게 되고 유주와 소이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던 관계를 내려놓게 된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 게 될 줄 알았지만 마치 데스티네이션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운명의 장난일까.

소이의 아버지는 또다시 화재사고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세상이 의인이라 불리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소이는 내면의 상처를 음악으로 극복하려고 발버둥 친다. 마음에 담아 둔 상처는 그대로 노랫말이 되어 시가 되어 나오게 되고 시쓰기반 선생님은 그러한 소이를 격려해준다.

소이는 아이돌이 아닌 힙합씬의 유명한 선배로부터 힙합오디션에 출연제의를 받게 된다. 함께 음악 작업을 하던 우제라는 친구에게 받은 비트로 소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내면서 우제가 안고 있던 삶의 무게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내 눈에 그 애는 마치 스스로를 벌주고 있는 것 같았다.

"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은 없어."

우제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못갖춘마디, 채기성, 180쪽 중에서

사실 우제는 화재 사고의 피해자로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음악으로 구원받고자했던 아이였다. 이 두사람의 상처는 그대로 힙합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각자가 지닌 상처를 치유하고자 애를 쓴다. 이러한 진정성이 대중에게도 통하게 되고 오디션 무대는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힙합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힙합에서 내뱉는 가사들의 진정성에 대해 가끔 공감하고는 한다. 그중에 위에서 언급한 "불협화음"이란 음악에서 언급된 가사들이 현실을 대변하는 사이다같다는 느낌을 받은 건 확실한 듯하다.

우리는 똑같이 쓸모없고, 세상은 뭣같이 아름답지.

딱 청소년 시기에 할 법한 고민들과 무게로 휘청이는 모습이 매우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시쓰기 수업의 선생님처럼 누군가에게 조금 더 살아낸 사람으로서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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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려는 말은 독고독락
낸시 풀다 지음, 백초윤 그림, 정소연 옮김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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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길'이란 사람 키 정도되는 길이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깊이를 알 수 없을 것 같은 물속은 어찌어찌 끝을 알 수 있지만 그보다 짧은 사람의 마음은 끝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옛 속담이 요즘같은 소통의 부재와 곤란의 시대에 더 와닿는다.

미국의 SF작가인 낸시 풀다의 '내가 하려는 말은' 소설집은 '시간적 자폐'를 앓는 한나의 이야기 '움직임'과 치매를 앓는 엘리엇의 이야기 '다시, 기억' 두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한 권의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요즘, 누구나 앉은 자리에서 완독할 만한 아주 짧은 길이의 단편이니 도전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용도 흥미로워서 한번 잡으면 그 자리에서 뚝딱 해치울 수 있으니 말이다. 두 편의 소설 모두 순식간에 상황에 몰입하도록 만들어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첫번째 작품 '움직임'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주인공 한나는 '시간적 자폐'라는 병명을 앓고 있으며 시냅스 이식이라는 신 기술로 치료를 할까말까의 기로에 놓여있다. 기술을 신봉하는 아버지는 당장이라도 시도하여 아이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어머니는 기술에 대한 불신으로 아직 시험단계인 시술에 대해 염려가 더 크기에 기존의 치료를 계속 하기를 원하고 있다. 당사자인 한나의 생각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입밖으로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한나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 서술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치료나 시술이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커진다.

유리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 아래 분자 수준에서는 유리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 그 속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일어날 변화이다...... 그것들이 현미경 없이도 알아볼 만큼 변하기 전에 나도, 내 친척들도, 그들의 후손도 모두 죽을 것 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14-15쪽

한나의 시간은 엄마, 아빠의 시간과는 다른 것일 뿐,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나가 자유로운 순간은 익숙한 발레 슈즈를 신고 자신만의 발화를 몸으로 표현하는 순간인 것 같다.

지인의 아들이 중3이 되면서 등교거부문제가 발생하여 무척 애를 먹었던 순간이 있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학원이든 공부든 곧잘 따라가던 아들이었기에 이런 변화가 엄마에게는 너무 큰 상처가 되었다. 지인은 아들을 상담센터에도 데리고 가고 여행도 보내고 주말마다 이벤트를 마련하여 현장체험학습까지 모조리 써가며 졸업으로 이끌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상담선생님은 아이의 기질이 야스퍼거 증후군과 유사하다고 하셨고 찾아보니 그동안 아이가 유별나서 그렇다고 넘겼던 행동의 패턴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이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엄마도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려놓을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이 정한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모습이 존재하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장애와 비장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약자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정한 사회적 기준이 보호망이 되기도 하고 넘기 힘든 허들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보니 알게되었다. 남의 자식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것은 내 자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 속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옛 사람도 알고 계셨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경험하는 중이다. 겉보기에는 말짱해보여도 속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각자가 품고있는 고민과 걱정의 크기를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한나가 마지막에 내뱉은 "새 신발은 갖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 속에서 아이가 가진 내면의 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세상과 맞서고 있는 아이에게 치료라는 이름으로 덧댄 시간들이 어른의 욕심이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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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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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란, 민트초코가 아니라 백성의 생명력을 풀에 비유한 표현이다. 김수영 시인의 '풀'이란 작품을 아시는가. 바림이 불어도 비가 와도 풀은 누워서 그 모든 고난을 이겨낸다. 이처럼 민초들은 삶의 고난과 역경을 회피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온몸으로 그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어 존재해왔다.

감히 최애 작가라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으나 무척 존경하고 (우리집에 은근 작가님 책이 여러권 있으니 최애는 확실하다) 사랑하는 이금이 작가님의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의 디아스포라 세 번째 이야기인 '슬픔의 틈새'는 역시 감탄을 불러오는 작품이었다. 비교를 한다는 것이 가당치 않은 일이나 이민진 작가님의 '파친코'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비슷한 시기를 낯선 땅에서 타의에 의해 살아내야만 했던 우리 민족의 모습이 여실하게 나타나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시작은 화태로 이동하는 덕춘의 가족이다. 덕춘은 생활력 강한 여성으로 광부로 일하는 만석의 아내이다. 남편을 찾아 멀고도 먼 일본과 소련의 접경지인 사할린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덕춘은 고향 공주 다래울을 떠나 딸 단옥과 아들 성복, 영복이를 데리고 화태로 향했다. 성복은 화태로 오는 도중에 돈을 벌겠다고 가족과 떨어지게 되고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숙소에 도달했지만 기대와는 다른 힘든 환경에 덕춘과 단옥은 실망하게 된다. 단옥은 단오에 태어나 기가 세다고 엄마에게 타박받는 딸이지만 누구보다 명랑하고 생명력이 강하고 적극적인 여성으로 성장한다.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정만아저씨네 가족과 친분을 나누며 탄광촌의 힘겨운 생활을 근근히 이어가며 단옥은 성장한다. 정만 아저씨는 고국에 가족이 있지만 탄광촌에서 남편을 여읜 치요라는 일본 여성과 재혼한다. 치요에게는 유키에라는 전남편 사이의 딸이 있었고 유키에는 단옥과 뗄 수없는 자매로 함께 성정하게 된다. 단옥은 똑똑하고 영리한 여성이었지만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새로 이주한 곳에서 진수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노력으로 진수와의 혼사를 이루게 된다. 그렇게 덕춘은 손자손녀를 둔 할머니가 되고 징용당한 덕춘의 남편은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어 남은 가족은 덕춘과 단옥, 해옥, 영복, 광복이뿐이다.

긴 세월 동안 일제강점기에서 광복, 전쟁, 휴전에 이르기까지 조국의 역사는 복잡한 시간의 소용돌이에 접어든다. 고국에서 머나먼 사할린 땅까지 소식을 전달받기에는 너무 물리적 거리가 멀었나보다. 강제로 떠돌게된 이들은 조국에도, 일본에도, 소련에도 속하지 못한 채 계속 불편함을 감수하며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런 순간에도 생명은 계속 태어나고 대를 이어가며 우리 말과 문화 역시 잊지 않고 지켜내며 이들은 삶을 살아 낸다.

기억을 금고처럼 보관하고 있던 엄마가 사라지자 고향도 함께 사라진 느낌이었다.

단옥은 나날이 더 희미해지는 기억들이 아예 사라질까봐 겁내며 틈날 때마다 고향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슬픔의 틈새, 313쪽

덕춘이 환갑도 되기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단옥은 남은 가족들과 생을 이어간다. 단옥은 주단옥, 다마코, 올가라는 세 나라의 언어로 된 이름을 가지고 생을 마감한다. 일본을 떠나지 못한 채 차별과 맞서 살아낸 우리민족의 이야기는 여러 미디어를 통해 알려져있지만 사할린에도 우리의 동포가 남아있을 거라는 것은 잘 몰랐다. 열 두 살에 고국을 떠난 단옥이 77년의 세월을 낯선 땅에서 살아내며 그곳을 새로운 고향으로 여기고 삶을 마무리하는 결말을 통해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과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 '알로하 나의 엄마' 두 작품 다 하루, 이틀 만에 빠져들어 읽었는데 '슬픔의 틈새' 역시 기대에 부흥하는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OTT보다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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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 - 문화인류학으로 청소년 삶 읽기 사계절 1318 교양문고
함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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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이란, 인간과 문화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으로 의,식,주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 문화요소부터 사회,종교 등 인간 집단의 사회,문화를 조사하고 비교,연구하여 본질적인이해를 도모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학문적 바탕으로 청소년에대해 깊이있는 접근을통해 삶을 이해한 연구를 한 함세정 선생님의 "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은 뜨거운 여름 방학에 아주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수능이 100일 남은8월의 어느날. 고요한 우리반 단톡방에 어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 수능공부를하는 친구나 공부가 아닌 다른 진로를 준비 중인친구들에게도 부담없이 다가갈까 고민이 생겼다. (물론, 이런 고민과 전혀 상관없이 나의 메세지는 단 두 개의 반응으로 끝났지만..) 다이소에서 얼마 전에 구입한 춘식이 캐릭터가 그려진 해결카드가 눈에 띄었다. 무엇이든 고민을 말하고 "춘식아 춘식아 내 고민을 해결해줘"하면 답을 준다는 믿거나말거나 신비한 카드였다.

"춘식아, 우리반 대학에 갈수 있을까?" 그 답은

"아마도?"

역시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춘식이다운 답이다.

1년만에담임을 하는데도 괴리감이 어마어마하다. 마치 교장선생님과 신규교사마냥 거리감이 당최 줄지를 않는다.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시급하던 차에 만난 이 책은 목마름을 해갈해줄 단비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지나온 시간이자 인생의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는 여러 편견과 낙인으로 뭉뚱그려 이해되어왔다. 책의 저자는 이러한 편견을 깨는 시선으로청소년을 바라보고 대변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현대 사회에서의 위치,사회적 관계,,가족, 계급, 그리고 민감하기 짝이없는 젠더, 교실 안의 서열, 외로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기준으로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려준다.여러 챕터 중 능력주의에 대한 부분은 늘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과 소통의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는 주제라흥미가 더욱 생겼다. 노력의 가치에 대해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강조할 수 밖에 없는 덕목이다. 대부분의 학새들은 능력주의가 옳으며 능력에 따른 차별대우는 받아들여야한다는 입장이었다. 책에도 등장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님의 "공정하다는 착각" 속 에피소드나 출발선 이야기를 해도 아이들의 의식은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신앙과 같은 영역이되어버린걸까.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9등급이 만들어 낸 괴물이자, 믿음이랄까. 고등학생이라는 상황이 대입이 인생의 결과이자 '능력'이라고 갈음하는 어른들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등급은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 중 아주 일부에 불과하며, 여러분은 점수보다 훨씬 풍부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 153쪽

직업교육, 진로교육을 들여다봐도 환경미화원, 돌봄종사자와 같은 필수 노동자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물론 이런 일을 하겠다고 진로 희망란에 적는 아이도 없다.(만약, 청소일을 하겠다는 아이가 있다면 당장에 부모가 민원 전화를 할 지도모르겠다.) 농부가 꿈이라고만 해도 비웃는 현실이니..

이런 생각을 하는 지금의 나 역시도 청소년에 대한 어설픈 지식으로 그들에 대해 아는 척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말하기를 개인주의에 찌들어있을 것같은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하는 엠지들이 또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굿즈도 자발적으로 만들어 나눌 줄 아는 인류라고했으니 말이다.

아직도 이해로 가기엔 아주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점점 더 엠지들과 거리감은 더 멀어질테지만 절대 어설프게 아는 척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은 얻었으니 이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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