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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소행성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53
오영민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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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과학의 달,

예전의 학교는 과학의 달 행사로 시끌시끌 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교내대회같은 것이 사라지면서 과학의 달인지도 모르게 지나가버릴 때가 많다. 중간고사의 달이랄까.. 문제 출제하고 시험보면 홀랑 지나가있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제12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을 만나게 되어 의미있는 4월을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SF소설이란 장르를 그렇게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서 지인의 추천이나 베스트셀러 정도의 위력이 있지 않은 이상 쉽게 손이 가는 편은 아니었다. 물론 앞으로도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지만,

작품집에는 대상부터 우수상을 받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중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대상인 "사라질 소행성"과 우수상 "아이엠 그라운드"였다.

오영민 작가님의 "사라질 소행성"은 지구 밖 어딘가에 존재하는 로봇들이 등장한다. 로봇들은 지구에서 버려졌음직한 우주쓰레기를 모으고 치우는 일을 하는 우주의 환경미화원같은 존재이다. 이 모든 미션은 물론 지구에서 전달받는 것으로 지미라는 인물에 의해 관리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쓰레기의 집합지인 소행성 AE-1,2를 지키는 아스터11은 루키라는 다른 로봇과 함께 자신의 업무를 수행 후 지구의 관리자인 지미에게 보고한다.

그러던 어느날 루키와 아스터는 애완견 노릇을 하는 로봇 링을 발견하고 링과 셋이 지내게 된다.

와, 리튬 이온 배터리다.

저번에 발견한 것보다 더 작고 가볍다. 여전히 지구는 멈추지 않고 발전하고 있다는 걸 이렇게 확인한다.

사라질 소행성AE-1,2 중23쪽

지구에 가 본적도 없는 로봇들이 지구인의 번영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링은 루키와 아스터가 가져온 물건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에너지원이 될 만한 것이 없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꽃병을 발견하는데 꽃이 있을리 없는 우주공간에서 꽃병의 필요성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링은 지구에서 할머니와 살던 시절을 떠올리며 꽃병의 가치를 설명해주려고 애쓴다.

지구와 가까워지던 순간 지구의 지미는 더이상 소행성AE-1,2가 필요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지구의 위협이 될 존재로 커져버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소행성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였던 로봇들은 이제 거처를 찾아야할 상황이 되었다.

우린 정해진 임무를 따르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속도로 새로운 행성을 찾는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사라질 소행성 AE-1,2 중 38쪽

아스터, 루키, 링은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들 속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 새롭게 단장 후 보금자리를 찾기 위한 여정에 돌입한다. AI가 인간과 다른 것은 인간만이 가진 감정을 학습으로 배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늘상 이야기해왔는데 이들은 마치 인간처럼 헤어짐의 아쉬움을 표현하고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를 표현할 줄 안다.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도 어느새 아르테미스2호가 찍은 지구의 두 번째 사진을 보며 다가올 미래라는 느낌이 든다. 또 내년 4월에는 얼마나 진화된 SF 이야기들이 과학에 대한 흥미를 안겨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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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열네 살 사계절 1318 문고 151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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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시작도 어김없이 책이다. 이미 3월이 한참 지났지만 학교는 3월2일부터 시작이니 나에겐 지금이 출발선과 같은 지점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출발선을 가지고 있다. 그주에서도 가장 특별한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새학교에서 3월을 맞이하는 일 아닐까. 내신과 수행평가,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되지않는 고등학교에 비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가도 되지만 초등학교와 달리 교복이라는 다른 옷을 입고 십대의 한복판을 걸어야하는 14살의 순간도 잊지못할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긴 초등학교 6년을 마치고 제법 청소년의 폼을 잡으며 입학하는 나이. 김혜정 작가의 말에 따르면 30 여권의 청소년 소설을 쓰면서 14 살 이야기를 빼놓아 쓰게 되었다는 《이 망할 열 네살》은 마치 잘 찍은 브이로그마냥 중딩의 일상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하민이는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 출신의 mbti가 모두 대문자 E로 표현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핵인싸 친구다. 부모님의 사정으로 새로운 동네로 이사가게 되었고 정든 초등학교 친구들이 하나도 없는 낯선 동네에서 중학교 입학을 하게 된다. 사회성 하나는 끝내주었던 인싸의 삶이 무색하게 친구사귀기도 대실패, 반장선거도 대실패, 새학교에서의 3월은 잔인하기만 하다.

설상가상 하민이네 반의 여왕벌 격의 주은빈에게 찍힌 하민은 아버지를 닮아 작은 키 때문에 놀람을 받게되고 성장주사를 맞게 해달라고 짜증을 부리다 가족과 갈등을 겪게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자존감을 높이는게 중요하다는 아버지의 위로가 오히려 분노를 더 키우게 되고 하민이는 소리를 버럭지르며 원망의 말을 쏟아붓는다.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어떻게 남들 신경을 안써? 세상 나 혼자 살아? 남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잖아!

이 망할 열 네살 91쪽 중

어른들의 무책임한 위로가 통하지 않는 순간이 온 것이다. 우리의 삶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매 순간 비교하고 당하며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일부러 모른 척 하며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걸 어른의 입으로 말해버리면 세상의 추함을 앞장서 알려주는 것 같아서 감추는 걸까? 어른들은 너무 쉽게 남들과 비교허지말라고 한다.

하민이의 쉽지않은 중학생 적응기에 드디어 한 줄기 햇살같은 존재가 찾아온다. 매일 두꺼운 기차도감을 읽고 있는 선우진. 우진이가 이름인 줄 알았던 하민이에게 자신의 이름이 진이라고 알려주며 손을 내밀어준다. 둘은 선택 수업도 험께 들으며 점점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고 서로의 속마음을 수줍게 내놓기도 하며 거리를 좁혀간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여왕벌 주은빈의 몰락이다. 꼬인 가정사로 인해 한 순간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 되어버린 은빈은 급식도 혼자 먹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환경과 재활용에 대한 주제선택 수업에서 만난 세 친구는 같은 반이라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된다.주말 오후에 세 친구는 공원에 쓰레기를 줍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각자 모은 쓰레기의 종류를 분석하고 어느 위치에 특히 쓰레기가 많은 지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늘 더러운 곳은 계속 더러운 채 빙치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쓰레기를 버릴 휴지통이 부족함을 원인으로 찾아내고 해결방법을 논의한다. 그 과정에서 은빈은 "깨진 유리창"이론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미 더럽혀진 곳을 더럽히는 것에 사람들은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문득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긴다.

이망할 열 네살 143쪽 중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존재 중 제일 중요한 존재는 바로 자신이라는 당연한 진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엄마로 딸로 살아가면서 나보다 다른 가족이나 사람들을 우선 순위에 두고 속으로만 울음을 삼켰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민이의 열 네살은 이제 괜찮아졌다.여전히 급식은 진이랑 둘이 먹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처음엔 낯설던 공간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듯이 우리 삶은 또 금방 익숙해지니 말이다.

새학기 출발의 불안이 나를 엄습한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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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가파도에 가다 - 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 철학 소설 사계절 지식소설 18
김경윤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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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바다 너머로"

제주는 서울에 사는 나와 같은 도시인에게는 일상의 탈출이자 해방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다. 김경윤 작가의 <노자, 가파도에 가다>는 제주의 작은 섬 가파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평안을 꿈꿀 수 있는 책이다. '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라는 부제까지 너무 좋을 것만 같다. 표지는 또 어떤가? 자전거를 탄 노인의 표정도 잔잔한 미소로 가득하고 낮은 돌담 뒤에 보이는 유채꽃으로 짐작되는 노란색의 꽃들과 그 너머 파란 바다가 잔잔하게 윤슬을 뽐내고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제주와 윤리 시간에 배웠지만 자세히 떠오르지는 않아도 뭔가 좋은 말씀을 했을 것 같은 노자라니.. 안 읽을 수가 없잖아? 소설의 시작은 오래 전 이름도 자세히 떠오르지 않는 대학 동창의 연락이다. 다짜고짜 가파도로 놀러오라는 명랑한 목소리의 미경이란 동창의 연락이라니. 주인공 백양은 정년을 한 사서로 이제 좀 한가롭게 은퇴의 삶을 시작해보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제주 방문 요청에 의아하면서도 궁금증이 일어난다. 별다른 일이 없을 백양의 상황에서 제주로의 이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제주에서도 더 배를 타고 가파도라는 섬에 이르게 된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산다는 가파도. 제주도도 멋진 섬이지만 모슬포항에서 배로 20분 정도 가면 가파도와 마라도를 갈 수 있다고 한다. 가파도에 가보니 고양이를 돌보며 미경이란 친구가 자신의 암투병사실을 전하고 대신 이 집에서 지내달라는 부탁을 하고 백양은 무엇엔가 이끌리듯 수락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섬생활에 적응해가며 배 매표소에서 일하는 알바까지 구하고 고양이들과 섬을 즐기게 된다.

아낀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함께 움직여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다.

<노자, 가파도에 가다>, 87쪽

백양은 고양이에게 먹자, 비비자, 놀자, 달리자, 싸우자, 숨자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가족과 함께 해야할 순간에는 다른 일에 몰두하느라 마음이 다른 곳에 있었고 함께하고 싶은 순간에 아이들은 이미 커버렸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그러한데. 돈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며, 나에게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던 어린시절의 철없음이 떠올랐다. 어른이 되어보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백양은 가파도에 유일한 도서관 만들기에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힘을 모아 고양이 도서관을 만든다. 섬에 관광오는 사람들에게 작은 휴식을 선사할 도서관이라니.. 생각만해도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진다.

무한히 생산하고, 무한히 소비하고, 무한히 버리는 방향으로 인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144쪽

백양은 가파도에서 살면서 그동안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상점에 수없이 많은 물건들, 창고형 매장이 많아지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있는 물건들 속에서 카트가 미어져라 물건을 담고 결국에 쓰레기 봉지속으로 사라진 물건들이 떠올랐다. 며칠전 어머니와도 비슷한 이유로 언쟁을 했던 지라 이 부분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쌀을 몇포대가 되도록 쌓아놓고 밥맛이 이상한 게 상한 것같으니 버리라는 어머니께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사서 먹자라고 말씀드리며 쟁여놓는게 부자의 삶이 아니라고. 큰소리쳤던 일이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쌀과 김치가 없으면 그렇게 불안하다고 하시는데 요즘처럼 밤에 주문하고 아침에 배송받는 시대에 쌓아두고 쟁여두는게 맞나 싶다.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작년에야 김치냉장고를 구매했다. 그걸 사면서도 어찌나 싫던지... 이제 쟁임보다는 간결하고 간소하게 지내고 싶다. 이런 삶의 지향이 어쩌면 백양이 가파도에서 깨달은 바와 비슷한 것 같은데 우리가 미래에 살아야 할 삶의 바람직한 모습인 것 같다.

        백양은 가파도에서 만난 젊은이가 티벳에 도서관을 세우러 간다는 소식에 새로         운 떨림을 느낀다. 그리고 지체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가파도의 삶을 정            리 한다. 즐거워서 하는 일은 힘들어도 할만하다. 아니, 그 힘듦이 오히려 기쁨          이 되고 의욕을 불어넣기도 한다. 온갖 도파민들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나마            도서관이라는 탈출구가 있음에 늘 감사한다. 제주도의 바람과 하늘, 바다를 떠         올리며 힐링하는 시간을 느껴보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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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갖춘마디 사계절 1318 문고 150
채기성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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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멋져, 이건 하나의 유행 혹은 TV쇼"

라는 가사가 흥얼흥얼... 읖조려지는 소설을 읽었다.

채기성 작가의 <못갖춘마디>는 아이돌을 꿈꾸던 연습생 소이가 친구 우제와 나누는 우정의 이야기이다. 소이는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음악을 천직으로 여기며 나름의 노력을 다했지만 데뷔에 실패한다. 진지라고 부르는 친구와 시쓰기 문화센터를 다니며 문학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세상에 전하려고 노력한다. 단 둘뿐인 수강생 덕에 수업은 결국 사라지게 되지만 선생님과의 진심을 나누며 소이가 가진 상처를 서서히 극복해가는 모습이 건강한 회복이라고 느껴졌다.

소이의 가족은 어린 시절 유주라는 친구의 가족과 친하게 지내며 유대를 가져온다. 여름 휴가로 함께 떠난 바닷가에서 유주가 파도에 휩쓸리게 되고 유주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아빠들 중에 한 사람은 바다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때 생긴 상처는 두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리게 되고 유주와 소이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던 관계를 내려놓게 된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 게 될 줄 알았지만 마치 데스티네이션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운명의 장난일까.

소이의 아버지는 또다시 화재사고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세상이 의인이라 불리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소이는 내면의 상처를 음악으로 극복하려고 발버둥 친다. 마음에 담아 둔 상처는 그대로 노랫말이 되어 시가 되어 나오게 되고 시쓰기반 선생님은 그러한 소이를 격려해준다.

소이는 아이돌이 아닌 힙합씬의 유명한 선배로부터 힙합오디션에 출연제의를 받게 된다. 함께 음악 작업을 하던 우제라는 친구에게 받은 비트로 소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내면서 우제가 안고 있던 삶의 무게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내 눈에 그 애는 마치 스스로를 벌주고 있는 것 같았다.

"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은 없어."

우제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못갖춘마디, 채기성, 180쪽 중에서

사실 우제는 화재 사고의 피해자로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음악으로 구원받고자했던 아이였다. 이 두사람의 상처는 그대로 힙합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각자가 지닌 상처를 치유하고자 애를 쓴다. 이러한 진정성이 대중에게도 통하게 되고 오디션 무대는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힙합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힙합에서 내뱉는 가사들의 진정성에 대해 가끔 공감하고는 한다. 그중에 위에서 언급한 "불협화음"이란 음악에서 언급된 가사들이 현실을 대변하는 사이다같다는 느낌을 받은 건 확실한 듯하다.

우리는 똑같이 쓸모없고, 세상은 뭣같이 아름답지.

딱 청소년 시기에 할 법한 고민들과 무게로 휘청이는 모습이 매우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시쓰기 수업의 선생님처럼 누군가에게 조금 더 살아낸 사람으로서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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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려는 말은 독고독락
낸시 풀다 지음, 백초윤 그림, 정소연 옮김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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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길'이란 사람 키 정도되는 길이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깊이를 알 수 없을 것 같은 물속은 어찌어찌 끝을 알 수 있지만 그보다 짧은 사람의 마음은 끝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옛 속담이 요즘같은 소통의 부재와 곤란의 시대에 더 와닿는다.

미국의 SF작가인 낸시 풀다의 '내가 하려는 말은' 소설집은 '시간적 자폐'를 앓는 한나의 이야기 '움직임'과 치매를 앓는 엘리엇의 이야기 '다시, 기억' 두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한 권의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요즘, 누구나 앉은 자리에서 완독할 만한 아주 짧은 길이의 단편이니 도전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용도 흥미로워서 한번 잡으면 그 자리에서 뚝딱 해치울 수 있으니 말이다. 두 편의 소설 모두 순식간에 상황에 몰입하도록 만들어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첫번째 작품 '움직임'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주인공 한나는 '시간적 자폐'라는 병명을 앓고 있으며 시냅스 이식이라는 신 기술로 치료를 할까말까의 기로에 놓여있다. 기술을 신봉하는 아버지는 당장이라도 시도하여 아이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어머니는 기술에 대한 불신으로 아직 시험단계인 시술에 대해 염려가 더 크기에 기존의 치료를 계속 하기를 원하고 있다. 당사자인 한나의 생각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입밖으로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한나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 서술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치료나 시술이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커진다.

유리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 아래 분자 수준에서는 유리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 그 속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일어날 변화이다...... 그것들이 현미경 없이도 알아볼 만큼 변하기 전에 나도, 내 친척들도, 그들의 후손도 모두 죽을 것 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14-15쪽

한나의 시간은 엄마, 아빠의 시간과는 다른 것일 뿐,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나가 자유로운 순간은 익숙한 발레 슈즈를 신고 자신만의 발화를 몸으로 표현하는 순간인 것 같다.

지인의 아들이 중3이 되면서 등교거부문제가 발생하여 무척 애를 먹었던 순간이 있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학원이든 공부든 곧잘 따라가던 아들이었기에 이런 변화가 엄마에게는 너무 큰 상처가 되었다. 지인은 아들을 상담센터에도 데리고 가고 여행도 보내고 주말마다 이벤트를 마련하여 현장체험학습까지 모조리 써가며 졸업으로 이끌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상담선생님은 아이의 기질이 야스퍼거 증후군과 유사하다고 하셨고 찾아보니 그동안 아이가 유별나서 그렇다고 넘겼던 행동의 패턴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이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엄마도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려놓을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이 정한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모습이 존재하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장애와 비장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약자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정한 사회적 기준이 보호망이 되기도 하고 넘기 힘든 허들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보니 알게되었다. 남의 자식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것은 내 자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 속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옛 사람도 알고 계셨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경험하는 중이다. 겉보기에는 말짱해보여도 속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각자가 품고있는 고민과 걱정의 크기를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한나가 마지막에 내뱉은 "새 신발은 갖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 속에서 아이가 가진 내면의 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세상과 맞서고 있는 아이에게 치료라는 이름으로 덧댄 시간들이 어른의 욕심이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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