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복제하기 사계절 1318 문고 143
캐럴 마타스 지음, 김다봄 옮김 / 사계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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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부터 이미 작품의 주요 소재가 무엇일지 느낌이 왔다. 요즘 수업 시간에 가장 인기 있는 읽을 거리는 SF소설이다. 미래 세계가 상상의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의 발전과 변화가 삶에서 느낄 수 있을 만큼 빠르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 미래가 핑크빛의 유토피아일 수도 있고 어두운 잿빛의 디스토피아일 수도 있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선택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뜻인 것도 같다.

 주인공 미란다는 공부도, 발레도,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알파걸 그 자체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재능도 갖추고 있는 실력자로서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소녀이다. 발레 발표회를 앞둔 리허설의 날 미란다는 눈 앞이 어두워지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병원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시신경 안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으며 시력을 잃는 것은 물론 전이 가능성까지 예측이 되며 치명적인 질환에 걸렸다는 결과를 듣게 된다. 미란다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부모님의 반응은 미란다의 상태와는 달리 담담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부모님의 빈틈없는 준비 덕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역겨운 짓이에요. 우리 가족이 신이나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었네요. 두 분이 신이잖아요." 137쪽, 미란다 복제하기


미란다가 울분을 쏟아내며 했던 이 말 한마디를 통해 미란다의 질병을 대비한 복제 인간의 존재는 어쩌면 이미 다가온 현재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나의 대체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납득하고 준비한 미란다의 어머니, 아버지가 신으로 불리는 것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란다는 부모님의 선택과는 다른 선택지를 찾아 나선다. 선의로 했던 비행이니 이해를 구하는 부모님과 늘 순종적이었던 미란다로서는 자신을 위한다는 행위를 그저 받아들이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자신의 복제인간에게 아리엘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한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로 한다. 나의 백업용 복제인간이 나의 여동생이되는 일은 의외로 쉽게 풀리지만 아리엘의 창조자인 멀린 박사는 또 다른 계획으로 미란다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멀린 박사의 계획과 꿈은 생각보다 더 창대했으며 이미 윤리나 법률의 제한을 벗어난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건 어른들이 아닌 미란다와 엠마, 아리엘의 용기 뿐이었다. 여기서 인간의 복제는 기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허용할 수 있는 영역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윤리적 허용 범위 안에서의 인간의 생존을 위한 복제는 허용. 이런 모범 답안을 내놓겠지만 윤리의 잣대라는 것은 너무나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기에 신의 영역으로 남겨둬야하는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사랑과 우정 뭐 이런 것..이란 약간은 뻔한 결말이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여느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인물의 성장 과정은 의미가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모습은 막연한 불안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무엇이든 다 준비해주고 해결해주는 어른들의 행동은 아이들을 더 불안 속으로 밀어 넣거나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모범생 미란다와 달리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엠마의 모습이 사실은 모두가 원하는 성장기의 전형일 것이다. 

 

 "마당 한 가운데 있는 커다란 선인장은 당연하게도 열기에 끄덕없이 버티고 있었다. 나도 선인장이 되고 싶다. 커다랗고, 위풍당당하고, 강인한 선인장, "183쪽, '미란다 복제하기


미란다는 뜨거운 태양열에도 굳건한 선인장이 되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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