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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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의 김소영작가님의 신작 '어떤 어른'이 출간되었다는 광고를 보고 궁금증이 폭발하려던 찰나에 만나게 된 소중한 책. 작가님의 따수함은 전기장판깔고 드러누운 거 마냥 녹아내리게 만든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면서 작가님이 만난 다양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린다. 어린이들은 밝고 명랑하지만 시끄럽고 사고뭉치에 공공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인식되어 버린 현실을 조롱하듯 우리 나라는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아이들이 귀하기도 하다.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게 하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말수가 적은 어린이는 '말하기'가 아닌 '듣기'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어떤 어른, 38쪽


오랜만에 아니 1년 만에 담임을 하게 되니 학기초 상담부터가 참, 애를 먹게 만든다. 대체로 학기 초에 자신을 잘 알리고자 자세히 자기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들이 많지만 목소리 듣기가 어려운 학생들도 있다. 뭘 물어도 고개만 끄덕이거나 도리도리가 전부인 학생들. 와.. 진짜 답답하다. 그런데 이 글을 읽어보니 끄덕이고 도리도리하는 것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거구나.. 그들의 대화법일 뿐이지 우린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또 이렇게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한없이 넓어진다. 언제쯤 이 이해가 끝이나려나.

나는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지만 어린이에 대한 묘사가 우리 학생들과도 제법 맞아 떨어진다.


나는 평소에 어린이를 미래의 희망, 꿈나무로 부르는 데 반대한다. 어린이의 오늘을 지우고 미래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다.

어떤 어른, 122-123


현재 고삼이들과 생활 중이라 그런지.. 그들의 현재는 미래의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만 같다. 이미 진로를 정해서 그와 관련된 스펙을 화려하게 쌓아 압도적인 내신으로 준비된 인재들에게 주어진 미래만을 이야기해야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로를 정하지 못한 자들은 뭔가 패배의식 속에 살아야하는 분위기이다. 지금의 고민과 실패도 미래를 위해서는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선생님같은 말만 늘어놓게 되고만다. 인생은 돈벌이가 전부도 아니고, 좋은 학교를 다니는게 전부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려면 어른이 되어야한다. 왜냐하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포기하지않고 버티다 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날도 있더라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정의가 기억에 남는다.


사랑의 진짜 기쁨은 사랑을 주는데 있다는 걸. 그 기쁨은 사랑을 받을 기회가 없던 사람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어떤 어른, 199쪽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도서와 다큐 <어른 김장하>를 보고 딱 이 구절이 떠올랐다. 준만큼 돌려받길 바라는 기대가 나를 힘들게 하고 상처받게 하는구나. 주는 것 자체가 누릴 수 있는 행복도 존재한다는 걸.

나 자신은 어떤 어른일까. 존경까지는 아니어도 저 정도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정도만 되어도 괜찮을 듯한데. 아직도 멀었다. 오늘도 일희일비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가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에 싸그리 지워버리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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