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갖춘마디 사계절 1318 문고 150
채기성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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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멋져, 이건 하나의 유행 혹은 TV쇼"

라는 가사가 흥얼흥얼... 읖조려지는 소설을 읽었다.

채기성 작가의 <못갖춘마디>는 아이돌을 꿈꾸던 연습생 소이가 친구 우제와 나누는 우정의 이야기이다. 소이는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음악을 천직으로 여기며 나름의 노력을 다했지만 데뷔에 실패한다. 진지라고 부르는 친구와 시쓰기 문화센터를 다니며 문학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세상에 전하려고 노력한다. 단 둘뿐인 수강생 덕에 수업은 결국 사라지게 되지만 선생님과의 진심을 나누며 소이가 가진 상처를 서서히 극복해가는 모습이 건강한 회복이라고 느껴졌다.

소이의 가족은 어린 시절 유주라는 친구의 가족과 친하게 지내며 유대를 가져온다. 여름 휴가로 함께 떠난 바닷가에서 유주가 파도에 휩쓸리게 되고 유주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아빠들 중에 한 사람은 바다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때 생긴 상처는 두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리게 되고 유주와 소이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던 관계를 내려놓게 된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 게 될 줄 알았지만 마치 데스티네이션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운명의 장난일까.

소이의 아버지는 또다시 화재사고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세상이 의인이라 불리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소이는 내면의 상처를 음악으로 극복하려고 발버둥 친다. 마음에 담아 둔 상처는 그대로 노랫말이 되어 시가 되어 나오게 되고 시쓰기반 선생님은 그러한 소이를 격려해준다.

소이는 아이돌이 아닌 힙합씬의 유명한 선배로부터 힙합오디션에 출연제의를 받게 된다. 함께 음악 작업을 하던 우제라는 친구에게 받은 비트로 소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내면서 우제가 안고 있던 삶의 무게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내 눈에 그 애는 마치 스스로를 벌주고 있는 것 같았다.

"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은 없어."

우제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못갖춘마디, 채기성, 180쪽 중에서

사실 우제는 화재 사고의 피해자로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음악으로 구원받고자했던 아이였다. 이 두사람의 상처는 그대로 힙합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각자가 지닌 상처를 치유하고자 애를 쓴다. 이러한 진정성이 대중에게도 통하게 되고 오디션 무대는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힙합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힙합에서 내뱉는 가사들의 진정성에 대해 가끔 공감하고는 한다. 그중에 위에서 언급한 "불협화음"이란 음악에서 언급된 가사들이 현실을 대변하는 사이다같다는 느낌을 받은 건 확실한 듯하다.

우리는 똑같이 쓸모없고, 세상은 뭣같이 아름답지.

딱 청소년 시기에 할 법한 고민들과 무게로 휘청이는 모습이 매우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시쓰기 수업의 선생님처럼 누군가에게 조금 더 살아낸 사람으로서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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