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빛의 과학 - 한 권으로 읽는 우주 발견의 역사
지웅배 지음, 최준석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한 권으로 읽는 우주 발견의 역사 '별, 빛의 과학'은 제목을 구성하는 별, 빛, 과학 세 단어가 주는 어감이 낯설고 생소하다. 하지만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저 멀리 어디선가 유난히 반짝이는 별들을 본 적이 있었다면 한 번쯤 이 책을 뒤적이고 싶을 것이다.

책의 저자 지웅배는 우주와 고양이를 사랑한다. 그는 한성과학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원 은하진화연구센터에서 은하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애니메이션 은하 기차 999호의 상냥한 차장님처럼 사람들에게 우주의 아름다움을 안내하는 우주 가이드가 되고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쯤에서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우주를 쉽게 소개하려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어렵다면 그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둬야할 것이다.

책장을 넘기니 책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한 편의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는 듯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무리와 그것을 관측하기 위해 천체망원경을 설치한 사람이 보인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의 실체에 가까이 갈 수 있으리라.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우주를 알고 싶다면 일단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라고 한다. 그렇다. 우주로 나아가는 관문이 우리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이다. 옛속담에도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라는 말이 있다. 최소한 이 책을 펼쳐든 독자라면 지금부터 하늘을 자주 올려다봐야 하지 않을까?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대로 살펴볼까?
1장 <천문학, 관측의 과학>
천문학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시작은 2011년 10월 스웨덴 왕립 과학원의 노벨 물리학상 수여다. 영광의 주인공은 세 명의 천문학자, 브라이언 슈미트, 애덤 리스, 그리고 사울 펄무터였다. 그들은 '원거리 초신성 관찰을 통한 우주의 팽창 가속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서 수상했다.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과학자'라고 하면 관찰과 실험을 통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자연과 우주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열정으로 가득한 진취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존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란 아주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우주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관찰과 사색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천문학은 한계가 존재한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하고 진행할 수 없다. 또한 연구자가 연구 대상인 우주에 갇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중심을 두고 지구 중심 모델과 태양 중심 모델 간에 신경전을 벌였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에서 비롯되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에 이어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달과 목성을 관찰함으로써 태양 중심 모델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현재 과학계는 가속 팽창 우주 모델과 암흑 에너지라는 빅뱅 이론을 현대 과학의 정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바라보는 우주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우주를 볼 수 있게 되면 지금의 패러다임이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2장 <망원경, 어두운 우주를 밝히다>
천체망원경의 발명이 지구 너머 머나먼 우주를 볼 수 있게 했다. 특히 허블 우주 망원경은 천문학자들이 지상에서 관측할 수 없는 우주의 다양한 빛들을 직접 관측하게끔 궤도에 올렸다.

3장 <빛, 우주를 채우고 있는 회색분자>
천체 관측은 우주에서 쏟아지는 빛을 통해 이루어졌다. 17세기 아이작 뉴턴이 빛에 관한 중요한 물리적 실험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많은 과학자들이 빛의 성질에 관해서 정의하고 있다. 빛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물질이 입자와 파동이 공존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여전히 학계의 논쟁거리로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4장 <중력파,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
16세기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밀물과 썰물의 주기를 관찰하고 달이 지구의 바닷물을 잡아당기면서 지구 주변을 맴돌기 때문이라고 중력의 개념을 상상했다. 그리고 뉴턴에 의해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기는 힘, 만유인력이 나왔다. 뉴턴의 이론은 태양계 행성들의 운행을 설명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상대적인 가속도의 효과라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는 과제로 중력파를 검출해 낸 세 명의 물리학자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시, 킵 손이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5장 <별과 행성, 탄생에서 죽음까지>
우주의 기원은 지구와 태양의 기원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라플라스는 밤하늘에 관측되는 희뿌연 가스 구름, 즉 성운이 태양과 같은 별들의 고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성운을 이루고 있는 작은 입자들이 서로의 중력에 의해 모이고 반죽되면서 별들이 만들어지고, 남은 찌꺼기들이 나중에 별 주변을 맴도는 행성이 된다고 했다. 이 가설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까지 천문학자들이 발표한 지구의 나이는 지구 곁에서 우주를 부유하고 있는 운석을 방사성 광물의 반감기로 측정해서 45억 6천만 살이다.

얼핏 보기에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모두 하얀 점의 비슷한 색으로 빛나는 것 같다. 하지만 육안이 아닌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잘 살펴보면 별들간에 미미한 색깔 차이가 있다. 빛의 색은 파장이 짧을수록 푸른 쪽으로, 파장이 길수록 노랗고 붉은 쪽으로 치우친다. 

6장 <우주 탐사, 또 다른 지구를 찾아서>
인류는 태생적으로 새로운 곳을 탐험하거나 개척하려는 본능이 있다. 거기다 현재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 자연재해 등의 현실적인 상황이 지구 밖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태양계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거주 가능 지역에 있는 행성은 지구와 화성, 두 곳뿐이다. 과거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들을 발견하고 있다. 영화 '마션'처럼 지구 생명체가 화성에 이주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밖에 목성의 위성, 토성의 얼음 위성들에서도 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7장 <천문학의 미래, 인공지능이 천문학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
천문학자에게는 컴퓨터가 따라잡기에는 한참 먼 영역이 있다. 이미지의 특징을 잡고 구분하는 능력이다. 천문학 연구는 밤하늘을 관측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수천 년 하늘을 보며 이어온 인간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의 힘을 지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구 너머 태양계 나아가 태양계 너머 우주를 관측한다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인류는 그것을 이루어내고 있다. '별, 빛의 과학'을 읽는 내내 인류의 호기심과 상상력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다. 어두운 밤하늘 저 멀리 빛나는 별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천문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책에서 학창시절 배웠던 과학적 지식이 책의 곳곳에 포함되어 있어서 반갑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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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입문자를 위한 5분 교양 미술 어쨌든 미술
박혜성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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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를 받아들자마자 책의 제목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미술이 재미없다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을 텐데 세대를 초월해서 지금껏 우리에게 미술 작품이 사랑받아 온 배경엔 '미술이 재미있다'란 평범한 진리가 내포되어 있어서가 아닐까?

책의 저자 박혜성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00여 회의 국내외 전시를 한 화가이며 미술 에세이를 쓰는 작가이다. 여기서 그친다면 그다지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없이 평범하다. 그런데 그녀는 일 년에 한 달은 해외에 살면서 미술관 탐방을 하고 있다. 그런 작가의 발품이 녹아든 미술책이다.

책의 제목에 덧붙여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입문자를 위한 5분 교양 미술'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재밌다'와 '입문자' 두 단어가 조합되니 첫인상이 썩 괜찮다. 

책의 들어가며를 살펴보니 작가가 직접 미술관에 다니며 발로 뛰며 느낀 경험과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이 어우러진 글이다. 독자들은 작가의 수고로움으로 인해 편안하게 책상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면서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진정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이루어진다.

차례는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마다 공통점이 있다. 하나씩 살펴볼까?
Chapter-01 <볼수록 매력 있어 - 그림의 발견>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미완성 작품 '모나리자'에서 출발한다. 모나리자는 누구일까? 아직도 '모나리자'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다빈치는 메모지를 들고 다니면서 시시콜콜한 일까지 기록으로 남겼는데 정작 자신이 그린 그림의 주인공을 밝히지 않았다. 이 또한 아이러니다. 

Chapter-02 <보석을 알아보는 눈 - 화가의 발견 >에서는 스페인의 상징, 가우디와 피카소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가우디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건축가로 종교에 심취해서 확고한 가톨릭 보수주의자가 되었다. 당시 바르셀로나에서는 가톨릭 보수 세력과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 심한 충돌이 일어났다. 가우디 반대편 젊은 예술가들 중에 피카소가 있었다. 첫 번째 누드화 금지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피카소가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가버렸다. 스페인으로선 피카소를 파리로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안타깝다. 

Chapter-03 <남들보다 늘 먼저 - 최초의 그림>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 활약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보여준다. 그 그림 속에는 자그마치 54명의 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그림 속 위인들이 취하고 있는 자세에서 자신이 이룩한 업적이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중앙에 서 있는 두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사제지간이다. 스승 플라톤은 이데아를 설명하듯 손가락이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주의자로 손바닥이 땅을 향하고 있다. 동, 서양을 아우르는 위인들을 담은 새로운 '아테네 학당'이 제작된다면 그 위인들의 명단에 누가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Chapter-04 <기묘하고 낯선 이 느낌 - 특별한 그림>에서는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으로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을 꼽고 있다.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4세가 궁정화가 벨라스케스를 가까이에 두고 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그때 공주와 어릿광대가 와서 재롱을 부린다. 화가는 그순간 머릿속에 재미난 그림을 떠올린다. 왕과 왕비를 작은 거울 속에 숨기고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녀들, 난쟁이들을 그렸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비밀이 많다. 그래서 그림의 신비감을 더한다. '시녀들'이 국왕의 명령에 따라서 제작해서 철저히 재현에 충실했다 해도 화가의 상상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해석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hapter-05 <미술사를 바꾸다 - 결정적 그림>에서는 물감을 뿌렸을 뿐인데 피카소만큼 유명한 잭슨 폴록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 현대미술관 4층에 가면 잭슨 폴록의 작품 'One, 31번'이 있다. 그의 그림은 몸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뜻에서 액션 페인팅이라고 한다. 작가는 폴록의 작품을 본 순간 폴록의 원초적 에너지와 극적인 움직임에 그만 스탕달 신드롬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폴록은 '예술은 제작과정이 중요하다.'라는 단서를 주면서 개념 미술, 행위 예술, 신체 예술의 동기가 되었다. 화가가 아닌 어린아이가 물감을 흩뿌린다 해도 비슷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과의 차이가 무엇일지에 관한 답을 할 수 있다면 예술이라고 하겠다. 

Chapter-06 <아는 만큼 보인다 - 사연 있는 그림>에서는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소개하고 있다. 정선의 나이 76세 때 죽마고우였던 친구 시조 시인 이병연이 위중하단 소식을 듣는다. 그는 죽음을 앞둔 친구룬 위해 인왕제색도를 그렸다. 그림에서 친구 이병연의 집은 위에서 아래로 본 시점이고 인왕산은 아래에서 위로 본 시점이다. 정선은 우리나라 고유의 화풍인 진경산수화를 고안했다. 

Chapter-07 <5분이면 충분해요 - 초간단 미술사>에서는 고전주의 그리스로마에서 중세 미술, 르네상스, 정물화, 야수주의, 동시대 미술에 이르기까지의 미술의 역사를 간략하게 알려준다. 물론 대표적인 미술 작품과 함께.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가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작가가 미술 작품에 얽힌 사연 많은 뒷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야말로 미술 작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여타의 미술 관련 책들과의 차별화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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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이야기
니시 카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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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주희입니다.

'밥 이야기'의 밥이라는 단어에 무장해제되면서 무조건적인 호감이 생긴다. 책의 겉표지 앞면에 하얀 쌀밥이 가득 담긴 밥그릇을 형상화한 이미지가 있다. 밥이어서 반갑다. '밥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다시 풀어 쓴다면 작가의 말처럼 '위는 추억으로 만들어졌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독자들은 책을 펼쳐들기 전에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밥 이야기'는 2015년 나오키상 수상 작가 니시 가나코가 쓴 에세이집이다. 니시 가나코는 일본 출신의 작가지만, 특이하게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이집트 카이로와 일본 오사카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그녀는 어린시절을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서 유독 어릴 적부터 음식에 관한 추억이 많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조국 일본에서 먹는 음식관 재료부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음식과 관련된 떠오르는 단상을 짤막하게 적고 있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대하면서 드는 음식에 관한 인상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가 보다. 그녀가 건네는 일상의 음식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새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발견한다.

작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4년 동안 이집트에서 살았다. 그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일본식으로 식탁을 차렸다. 하지만 일본에서 구하는 식재료완 달랐다. 생으로 먹을 수 없는 채소, 손질하지 않은 생선, 꼬리 달린 소고기, 대가리째 파는 닭, 돌과 죽은 벌레가 섞여 있는 쌀 등 위생적이지 않은 식재료였다. 

나중에 일본에 돌아와서 가장 기뻤던 것이 식사라고 하니 끼니 때마다 그녀의 가족이 식탁에서 느꼈을 고충이 헤아려진다. 그런 작가가 귀국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카이로에서 먹었던 달걀밥이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 일본에 사는 그녀에게는 없는 카이로 생활에서의 결핍에서 비롯된 부자유가 달걀밥을 그리워하게 한다.

작가는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커피를 끓인다. 의식과도 같은 커피 끓이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정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녀는 커피의 두 배로 우유를 데워 섞어 마신다. 카페오레라기 보다 커피우유라고 하겠다. 하루에 서너 잔의 커피를 마시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없다. 오죽하면 카페인 중독이란 말이 서슴지 않고 튀어나올까?

작가는 일상적으로 먹는 나쁜 음식으로 '다 퍼져서 국물이 없어진 면류'를 꼽았다. 집에서 국수나 라면을 끓여서 먹어본 독자라면 한두 번 경험했을 것이다. 국물을 머금고 푹 퍼져서 씹히는 것 없는 흐느적거리는 면은 고민스럽다. 버리기 아깝고 먹기 싫은 상태의 면을 뇌수라고 하면서 먹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녀의 말대로 요괴 같다. 작가처럼 독자도 나쁜 음식을 꼽아 보는 건 어떨까?

최근 혼밥이나 혼술이 흔하다. 일본이라고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나 홀로 레스토랑', '나 홀로 카페'를 뛰어넘은 상급 코스로 '나 홀로 초밥'을 거론하고 있다. 카운터 자리에 앉아서 요리사에게 초밥을 하나씩 종류별로 주문한다. 처음에 민망했던 마음관 달리 요리사와 대화도 주고받으며 혼밥의 즐거움에 빠져든다.

작가는 외국 여행을 가면 현지 음식을 찾는다. 그곳에밖에 없는 요리, 본 적 없는 음식, 며칠 지나면 물론 질리지만, 그곳에서 일본식을 먹는 것은 몹시 아까운 느낌이 든다. 귀국하면 다시 일본이다. 초밥이, 우동이, 오코노미야키가 기다리고 있다. 그걸 알고 있어서 그녀는 현지 음식을 진심으로 음미할 수 있다. 

이렇듯 작가의 음식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은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음식에 얽힌 갖가지 추억이 있어서다. '밥 이야기'를 읽으면서 모처럼 작가의 유쾌한 추억에 동승했다. 음식 하나라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 작가의 손 끝에서 술술 나오는 음식 이야기는 식탁에 앉아서 그 음식을 먹는 것처럼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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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 다시 읽기 - 르네상스에서 상징주의까지
정숙희 지음 / 두리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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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껏 각 출판사에서 펴낸 서양미술사에 관한 책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서양미술사 관련한 책들의 홍수 속에서 또 한 권의 책이 나왔다. 그 이름하여 '서양미술 다시 읽기'다.

르네상스에서 상징주의까지 '서양미술 다시 읽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서양미술사의 시대별 작품들을 지금까지 감상했던 그대로가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 다시 읽기 위한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미술 작품을 본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술 작품을 읽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서양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작품 속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작품의 내용과 특징을 시각적인 요소를 통해서 접근하고 있다.

저자 정숙희 교수는 미술을 전공하고 현재 동국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미술 전문가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 조형 예술학을 공부하면서 저자의 관심은 '잘 그렸는가'에서 '어떻게 표현했는가'로 바뀌었다. 독자들은 저자의 시각으로 읽어낸 미술 작품들을 책으로 요리조리 살피면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차례를 살펴봐도 시대별로 추구하려는 서양미술사의 특징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작품에 관한 표현기법을 구구절절 인용하진 않겠다. 그것은 이 책을 펼쳐들 독자들의 호기심 차원에서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련다.

1장 <인간 중심의 시대 르네상스 미술>은 14세기 후반에서 16세기까지에 이른다. 중세의 회화 언어에서 해방되어 원근법의 전조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성스러운 주제에서 세속적인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거론된다. 그들은 동시대를 살았던 거장들이다. 이 밖에 베네치아파, 매너리즘 화가들이 있었다.

2장 <다양성과 새로움의 시대 바로크 미술>은 1600년경 로마에서 시작해서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극적인 효과를 내는 복잡한 구성을 선호하고 빛과 그림자에 의한 색채 표현의 시도가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포조와 카라바조, 프랑스의 푸생과 로랭, 플랑드르의 루벤스, 스페인의 벨라스케스,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베르메르, 스텐, 헤다 등 각 나라별로 여러 화가들이 등장했다.

3장 <고전주의에서의 해방 로코코 미술>은 장식적이고 감각적인 귀족 미술로 변모해간다. 화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에 추구하기보다 주문자의 요구에 치중한 비개성적인 그림을 제작하고 회화의 서술적인 특징에 집중한다. 부셰와 프라고나르, 장 바티스트 샤르댕이 있다.

4장 <이성에 대한 믿음 신고전주의>는 그리스로마 문명에 근거를 두고 이성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예술가는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고 자기에게 맞는 형태로 개인적인 시각을 표현한다. 자크 루이 다비드를 들 수 있다.

5장 <감정과 느낌의 중요성 낭만주의>는 인간의 상상력과 느낌이 강조된다. 화가는 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제리코, 들라크루아, 컨스터블, 터너, 프리드리히, 프란시스코 데 고야가 활약한다.

6장 <현실의 연구 리얼리즘>은 19세기 후반 프랑스 화가들에게서 자연을 충실하게 묘사하려는 움직임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도시를 떠나서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다. 밀레, 쿠르베가 있다.

7장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인상주의>는 현대적인 삶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모든 주제가 예술로 들어왔다. 날씨나 빛의 반사 작용같이 사물의 표면에 미치는 요소들에 의해 대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고 빛의 순간적인 성질을 표현했다. 모네, 마네, 르누아르가 대표적이다. 

8장 <삶의 근본적인 질문 후기 인상주의>는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의 가치를 우선시한다. 따라서 형태와 색은 개인적인 형식으로 표현되고 과장된다. 세잔, 고흐, 고갱이 있다.

9장 <존재의 가장 깊은 곳으로 상징주의>는 뭉크, 르동, 클림트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듯 상상의 세계나 비물질적, 무형의 세계에 집중한다. 그들은 비유나 상징에서 도움을 받아 눈에 보이는 현실과는 다른 이미지를 만든다. 이는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입체주의로 나아간다. 

'서양미술 다시 읽기'는 독자들이 익히 알고 있을 법한 예술가와 그의 대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동안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면서 눈에 친숙해진 작품들을 저자의 시각에서 어떻게 풀어서 얘기하고 있을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서양미술사나 서양미술 작품들이 생소하다면 시대별 작품들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저자를 믿고 도전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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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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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이용한 작가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의 공동 집필한 책이다. 이용한 작가는 지난 10년간 고양이 작가로 살면서 고양이에 관한 여러 편의 에세이나 동화책을 출간했다. 

책은 '길고양이 안내서'인데, '공존을 위한'이란 수식어구가 있어서 독자들에게 인간과 고양이간의 공존을 알려준다. 지구상에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하필이면 고양이일까? 그것도 길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선정했을까? 

공동 집필 작가는 머리말에서 그 이유를 밝혀두고 있다. 이용한 작가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 도심 생태계의 일원으로 자리잡은 고양이를 인정하고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는 길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길 위에서 분투하는 캣맘과 캣대디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실적인 안내서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책의 차례는 길고양이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과 길고양이, 이것이 궁금하다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길고양이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에는 36개의 소제목으로 구분되어서 말 그대로 길고양이에 관한 모든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첫 문장이 '인류 이전에 고양이가 있었다.' 로 시작한다.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고양잇과 동물은 이미 지구를 주름잡고 있었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 시대의 기록에 고양이가 등장한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에 고양이가 들어왔을 거라고 추정한다. 그만큼 고양이는 인간과 오랜 세월 함께해 왔다. 

길고양이란 말이 사용되기 전 도둑고양이란 말이 통용되었다. '주인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고양이'란 뜻이었다. 그런데 2017년 말 현재 '사람이 기르거나 돌보지 않는 고양이'로 뜻이 바뀌었다. 그동안 길고양이 입장에선 도둑고양이란 소리를 들었으니 꽤나 억울했으리라.

골목길을 걷다가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를 목격할 때가 많다. 고양이 입장에서도 행인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일단 자신에게 해꼬지하는지 긴장하고 탐색하는 듯한 표정과 몸짓이다. 그런 길고양이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길고양이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책을 읽는 내내 손짓으로 길고양이를 쫓아서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하려고 했던 그간의 행적이 부끄러웠다.

캣맘이나 캣대디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길고양이가 불쌍한 마음에서 시작하지만, TNR과 주변 환경을 생각하게 되면서 진화해 간다. 길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고급 사료가 아니라 마음이 담긴 한 끼이며, 매일같이 자기를 찾아오는 캣맘의 발자국 소리와 따뜻한 눈맞춤이다. 따라서 캣맘은 길고양이들과 동행할 수 있는 용기와 이성, 책임감이 필요하다. 

TNR이란 무엇일까? TNR은 Trap(포획)-Neuter(중성화:불임수술)-Return(방사)를 뜻하는 국제공용어다. 한 때 길고양이 포획 및 살처분을 실시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쥐들이 왕성하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문제가 있었다. 중세 유럽에서 고양이를 마녀의 동물로 몰아서 화형과 살처분한 결과 흑사병이 전 유럽을 휩쓸었다. 그래서 중성화를 택한 것이다.

길고양이를 입양할 때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데려온다면 고양이도 인간도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여러가지 고려사항들을 따져봐야 한다. 

PART 2 <길고양이, 이것이 궁금하다!>에는 46개의 소제목으로 구분되어 있다. 길고양이에 관한 궁금증을 인덱스로 검색하듯 찾아볼 수 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이나 캣대디가 참고할 수 있다. 또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집사도 한 권쯤 비치해서 수시로 펼쳐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부록으로 고양이에 관한 명언들을 실었다. 고양이와 동고동락한 인류의 역사를 반영하듯 위인들이 남긴 수많은 명언들이 있다. 

'인간은 개를 길들이고 고양이는 인간을 길들인다.' 라는 글이 '개는 우리를 올려다보지만 고양이는 우리를 내려다본다.' 라는 글과 인과관계가 성립되길래 인용했다. 대표적인 반려동물 개와 고양이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비교했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그런데 인간은 왜 고양이를 집안에 모시고 있는 걸까? 그 대답은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로 가능하지 않을까? 

평소 고양이를 멀리 했던 사람들도 한 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고양이의 생태와 속성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고양이를 향한 호감이 생기리라.

https://m.blog.naver.com/geowins1/22119034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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