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입문자를 위한 5분 교양 미술 어쨌든 미술
박혜성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를 받아들자마자 책의 제목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미술이 재미없다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을 텐데 세대를 초월해서 지금껏 우리에게 미술 작품이 사랑받아 온 배경엔 '미술이 재미있다'란 평범한 진리가 내포되어 있어서가 아닐까?

책의 저자 박혜성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00여 회의 국내외 전시를 한 화가이며 미술 에세이를 쓰는 작가이다. 여기서 그친다면 그다지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없이 평범하다. 그런데 그녀는 일 년에 한 달은 해외에 살면서 미술관 탐방을 하고 있다. 그런 작가의 발품이 녹아든 미술책이다.

책의 제목에 덧붙여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입문자를 위한 5분 교양 미술'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재밌다'와 '입문자' 두 단어가 조합되니 첫인상이 썩 괜찮다. 

책의 들어가며를 살펴보니 작가가 직접 미술관에 다니며 발로 뛰며 느낀 경험과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이 어우러진 글이다. 독자들은 작가의 수고로움으로 인해 편안하게 책상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면서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진정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이루어진다.

차례는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마다 공통점이 있다. 하나씩 살펴볼까?
Chapter-01 <볼수록 매력 있어 - 그림의 발견>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미완성 작품 '모나리자'에서 출발한다. 모나리자는 누구일까? 아직도 '모나리자'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다빈치는 메모지를 들고 다니면서 시시콜콜한 일까지 기록으로 남겼는데 정작 자신이 그린 그림의 주인공을 밝히지 않았다. 이 또한 아이러니다. 

Chapter-02 <보석을 알아보는 눈 - 화가의 발견 >에서는 스페인의 상징, 가우디와 피카소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가우디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건축가로 종교에 심취해서 확고한 가톨릭 보수주의자가 되었다. 당시 바르셀로나에서는 가톨릭 보수 세력과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 심한 충돌이 일어났다. 가우디 반대편 젊은 예술가들 중에 피카소가 있었다. 첫 번째 누드화 금지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피카소가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가버렸다. 스페인으로선 피카소를 파리로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안타깝다. 

Chapter-03 <남들보다 늘 먼저 - 최초의 그림>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 활약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보여준다. 그 그림 속에는 자그마치 54명의 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그림 속 위인들이 취하고 있는 자세에서 자신이 이룩한 업적이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중앙에 서 있는 두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사제지간이다. 스승 플라톤은 이데아를 설명하듯 손가락이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주의자로 손바닥이 땅을 향하고 있다. 동, 서양을 아우르는 위인들을 담은 새로운 '아테네 학당'이 제작된다면 그 위인들의 명단에 누가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Chapter-04 <기묘하고 낯선 이 느낌 - 특별한 그림>에서는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으로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을 꼽고 있다.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4세가 궁정화가 벨라스케스를 가까이에 두고 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그때 공주와 어릿광대가 와서 재롱을 부린다. 화가는 그순간 머릿속에 재미난 그림을 떠올린다. 왕과 왕비를 작은 거울 속에 숨기고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녀들, 난쟁이들을 그렸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비밀이 많다. 그래서 그림의 신비감을 더한다. '시녀들'이 국왕의 명령에 따라서 제작해서 철저히 재현에 충실했다 해도 화가의 상상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해석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hapter-05 <미술사를 바꾸다 - 결정적 그림>에서는 물감을 뿌렸을 뿐인데 피카소만큼 유명한 잭슨 폴록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 현대미술관 4층에 가면 잭슨 폴록의 작품 'One, 31번'이 있다. 그의 그림은 몸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뜻에서 액션 페인팅이라고 한다. 작가는 폴록의 작품을 본 순간 폴록의 원초적 에너지와 극적인 움직임에 그만 스탕달 신드롬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폴록은 '예술은 제작과정이 중요하다.'라는 단서를 주면서 개념 미술, 행위 예술, 신체 예술의 동기가 되었다. 화가가 아닌 어린아이가 물감을 흩뿌린다 해도 비슷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과의 차이가 무엇일지에 관한 답을 할 수 있다면 예술이라고 하겠다. 

Chapter-06 <아는 만큼 보인다 - 사연 있는 그림>에서는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소개하고 있다. 정선의 나이 76세 때 죽마고우였던 친구 시조 시인 이병연이 위중하단 소식을 듣는다. 그는 죽음을 앞둔 친구룬 위해 인왕제색도를 그렸다. 그림에서 친구 이병연의 집은 위에서 아래로 본 시점이고 인왕산은 아래에서 위로 본 시점이다. 정선은 우리나라 고유의 화풍인 진경산수화를 고안했다. 

Chapter-07 <5분이면 충분해요 - 초간단 미술사>에서는 고전주의 그리스로마에서 중세 미술, 르네상스, 정물화, 야수주의, 동시대 미술에 이르기까지의 미술의 역사를 간략하게 알려준다. 물론 대표적인 미술 작품과 함께.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가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작가가 미술 작품에 얽힌 사연 많은 뒷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야말로 미술 작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여타의 미술 관련 책들과의 차별화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https://m.blog.naver.com/geowins1/221195475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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