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종교이야기 -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모두를 위하여 ㅣ My Little Library 3
김환영 지음 / 한길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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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주희입니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천주교 등등 독자들이 알고 있는 특정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따뜻한 종교이야기'는 모든 종교를 망라한 종교에 관한 이야기다. 게다가 그 종교이야기가 따뜻하다. 그래서일까? 제목을 대하면서 왠지 마음이 따스해진다.

책의 앞표지에서 제목 '따뜻한 종교이야기' 아래에 '유신론자와 무신론자를 위하여' 라는 부연 설명이 있다. 종교이야기라고 하면 신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혹은 신을 믿는다는 전제 하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어떨까?

이 책은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실은 무신론자까지 포용하는 열린 자세가 진정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바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서둘러 합격점을 주고 싶다. 

책의 앞표지 제목 아래 진한 노란 색의 정사각형이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일지 생각하면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점점 몰입이 되면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채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독자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련다.

책의 뒷표지는 의외로 조용하다. 책에 관한 주제를 한 문장으로 드러내거나 혹은 유명인사들의 추천사가 담겨 있는 여느 책들관 다르다. 왼쪽에 '문명의 산실, 종교를 탐험하다'란 짧은 글이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숭배 대상을 향해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아래 책의 차례가 나온다.

책의 저자 김환영은 중앙일보 지식전문기자로 칼럼, 서평, 인터뷰기사 등을 쓰고 있다. 그의 약력을 보면 종교에 관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종교이야기를 쓰다니? 그래서 더욱 종교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책의 차례로 들어가기 전 무함마드 알리의 글이 인용되어 있다. 

"강, 연못, 호수, 개울. 
이름은 달라도 모두 물을 담고 있다.
각 종교도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진리를 포함하고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모든 종교가 진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런데 세계사를 살펴보면 어떠했는가? 각자의 종교를 명분으로 내걸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면서 싸웠다. 종교의 본질을 외면한 채 유감스럽게도 종교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책 머리에 붙이는 말에서 저자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종교학 개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이 책을 썼다. 종교는 세속주의, 휴머니즘, 과학의 등장으로 점점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모든 문명의 뿌리는 종교다. 종교를 모르면 동서양 고전을 이해할 수 없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종교가 있는 것이 종교가 없는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이 자신의 종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종교에 관한 지적 욕구를 자극하길 기대한다.

저자의 서문으로 미루어 보건데 '따뜻한 종교이야기'는 동서양의 종교를 넘나드는 저자의 박학다식한 해석으로 꽤나 흥미진진하리란 생각이다. 독자는 자신이 믿는 종교를 떠나서 문명의 근원으로 종교를 바라본다면 편견이 줄어들 것이다.

책의 차례를 살펴보면 총 16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종교의 웃음'에서부터 '세계 최고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까지 짤막한 제목에서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1. 종교와 웃음
종교 간 갈등 때문에 웃음은 부담스러운 주제가 되었지만, 한 번쯤 웃음과 종교와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각 종교의 경전을 보면 유머가 포함되어 있다. 종교는 경건하고 엄숙해야 한다는 것은 형식을 갖춘 종교의 의식인거지 종교의 경전 내용이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2. 지혜문학서 욥기
그리스도교 구약성경에 '욥기'가 있다. '욥기'는 세계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데 '잠언', '전도서', '지혜서'와 더불어 구약성경의 지혜문학서를 구성한다. '욥기'에서는 부귀영화와 선악 사이에 완벽한 인과관계가 없다.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못살고 고통받는 것이 자업자득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욥기'의 말에 살짝 위안이 된다. 우리는 옛부터 내려오는 권선징악으로 인해 나 자신의 과오를 애써 떠올리면서 얼마나 자책하며 살아오고 있는가!

3. 어려울 때 찾는 관세음보살
불경에 나오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에게 의지하자는 뜻이다. 보살은 위로는 불교의 지혜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 존재다. 관세음은 세상의 고통에서 나오는 울부짖음을 듣는 존재다. 간절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은 도움과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는 믿음이다.

4. 삶과 죽음을 너머
사후세계에 대해 침묵하는 종교는 없다. 사후세계는 거의 독자적인 영역이며 종교를 종교답게 하는 핵심이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는 천국과 지옥을, 힌두교, 불교에서는 윤회와 해탈을 중시한다. 죽음이 멀리 있을 때부터 좋은 삶을 사는 사람이 많아질 때 세상이 더 밝아질 것이다. 

5. 기도 그 힘에 대하여
종교가 사라진다고 해도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과 기도만은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무신론자도 기도를 한다. 기도는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있다. 그런데 행동이 기도를 뒷바침해야 한다.

기도와 기도를 뒷바침하는 행동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한다고 기도의 효과가 있다면 이 세상에는 게으른 사람들이 점점 넘쳐날 것이다.

7. 샤머니즘에서 찾은 모든 종교의 원형
샤머니즘은 종교의 발달 과정에서, 국민적 또는 세계적 종교에 이르기 이전에 생겨난 자연 발생의 원시적 종교의 하나다. 샤먼은 환각이나 의식을 통해 거듭남을 체험한다. 샤먼은 마을 공동체에서 상당히 존경받는 존재였다.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 샤먼이 존재한다. 신과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그들은 자신의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10. 종교에도 지켜야 할 근본이 있다
전통사회의 근간이었던 종교가 근대성의 반작용으로 근본주의를 낳았다. 종교의 근본주의는 정치적 현상이자 역사적 산물이다. 투표에서 테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영향을 주는 정치세력이다.

종교의 근본주의로 인해 폭력화되니 안타깝다. 국가는 폭력화하지 않고 민주주의적 법적 질서의 테두리 안에 머문다면 근본주의를 탄압할 이유가 없다.

15. 서양인을 사로잡은 티베트의 부처 밀라레파
책의 뒷표지 사진에 관한 설명이 책의 194쪽에 나온다. 티베트 라마교에서 행하는 오체투지 예법이다. 오체투지는 양 무릅과 팔꿈치, 이마 등 몸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게 함으로써 자신을 낮추는 고행이다. 

'따뜻한 종교이야기'는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종교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다양한 문헌이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어서 터무니없는 속설이 아니다. 

무함마드 알리의 말처럼 이름을 달리한 수많은 종교들이 있지만 종교가 추구하는 바는 동일하다. 인간은 죽음 앞에 나약한 존재다. 따라서 사후세계에 관한 생각과 현실에서 처한 온갖 고통들을 이겨내기 위해서 기도의 대상이 필요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종교의 본질을 인지하고, 종교의 관용과 미덕을 베풀기를 바란다. 물론 솔선수범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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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몰입 - 눈앞의 성취부터 붙잡는 힘
로버트 트위거 지음, 정미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책의 앞표지를 보자마자 표지 디자인이 밝은 노란색으로 눈에 확 들어온다. 노란색이 주는 밝은 이미지에 끌려서 자꾸만 눈길이 간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스한 봄을 맞이하는 3월에 어울리는 색감의 책이다.

책의 원제목은 'micromastery'로 '작은 단위의 숙달된 지식이나 기술'을 말한다. 이것은 저자가 만들어낸 합성어다. 그런데 우리말로 제목을 정하면서 '작은 몰입'으로 바뀌었다. '숙달'과 '몰입'은 엄연히 뜻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왜 '숙달'이 아니라 '몰입'이 되었을까? 책을 읽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몰입'은 '무언가에 흠뻑 빠져 심취해 있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뜻한다. 일상에서 '작은 몰입'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작은 성취도 늘어날 것이다. '작은 몰입'은 눈앞에 보이는 작은 성취를 붙잡는 힘이다.

책의 뒷표지에 저자의 분명한 메시지가 드러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늘 시간에 쫓기는 그들, 타임 푸어에게 필요한 한 가지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작은 몰입'이다. 책의 제목 '작은 몰입'은 우리에게 던지는 저자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작지만 강력한 메시지다.

"손에 잡히는 소소한 것부터 시작하라. 일과 삶이 놀랍도록 편해진다."

저자가 공언한 대로 독자들은 책을 읽고 각자의 일상에서 손에 잡히는 소소한 것부터 하나씩 작은 몰입을 실천해 간다면 어떨까? 먼저 저자의 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는 것부터 시작해 본다.

책의 저자 로버트 트위거는 자칭 '마이크로마스터'다. 그는 앞으로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가보다 다방면의 넓고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대세가 될 거라고 주장한다. 그는 짧게 몰입해서 쉽게 배우는 요령을 체계화하여 일상의 작은 기술들을 마스터했고, 그 사례들을 책에 담아냈다.

책의 차례를 살펴보면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은 '작은 몰입이 나를 바꾼다', 파트 2는 '바로 써먹는 일상의 작은 기술들', 파트 3은 '일과 삶, 성공의 룰이 바뀐다'로 저자의 체험이 담긴 실천지침서에 맞게 순차적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작은 몰입을 일상에서 실천하다보면 일과 삶이 바뀐다로 귀결된다.

파트 1. '작은 몰입이 나를 바꾼다'
'모든 것은 작고 보잘것없는 달걀에서 시작됐다.' 라는 첫 문장이 의외다. TV 프로그램 <달걀 대경주>를 시청하던 저자는 달걀로 오믈렛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간단한 오믈렛이다.

지금까지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효했다. 뭐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마스터는 작은 몰입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최소 단위의 과제다. 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걸 끝까지 완전하게 해내는 과정과 결과가 중요한데, 이를 통해 그보다 더 큰 능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마이크로마스터리의 6가지 체계가 있다.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6가지 체계를 알고 활용한다면 학습 속도가 빨라지고 끈기도 생겨난다.
1. 입문 묘책
2. 쓰담쓰담-토닥토닥 장애
3. 환경의 도움
4. 보상
5. 반복 가능성
6. 실험 가능성

마이크로마스터리의 지향점은 작은 몰입을 통해 기술과 지식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데 있다. 여기에 저자가 정한 규칙들이 있다. 
규칙 하나는 재미를 찾아라
규칙 둘은 꼬리를 봤다면 개의 전체 모습을 상상하라
규칙 셋은 다차원, 다감각을 익혀라
규칙 넷은 전문가와 이야기하라

마이크로마스터리에 익숙해지면 나 자신이 달라진다. 세상을 방어적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것에 과감하게 흥미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게 된다. 

파트 2. '바로 써먹는 일상의 작은 기술들'
저자는 자신이 체득한 일상의 작은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그마치 39가지나 된다. 앞서 마이크로마스터리의 6가지 체계에 맞춰서 어떻게 실행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가 했던 그대로 따라서 해도 충분하다. 물론 독자들 각자의 지식과 기술의 축적에 따라서 쉽게 혹은 어렵게 숙달할 수 있다.

첫 번째, 그럴싸해 보이는 스케치부터 마지막 와이셔츠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제목만 죽 훑어보면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숙달할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지레 포기해선 안된다. 하나씩 저자가 일러주는 대로 따라하다보면 막연히 도전하기 어려운 과제는 아니다.

저자는 마이크로마스터리 6가지 체계에 맞춰서 순차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글로 풀어쓰기 힘들 경우 이미지 컷으로도 보여준다. 저자가 첫 번째 그럴싸해 보이는 스케치로 익힌 작은 기술로 직접 그린 삽화를 보여주는 셈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일상의 작은 기술들을 숙달하다보면 어느 순간 생활의 달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독자들은 파트 2의 목록에서 취사선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에스키모 롤, 통나무 베기, 장작더미 높게 쌓기 등은 우리나라의 자연적인 조건과 맞지 않는 기술이다. 그런 것은 고민하지 말고 과감히 건너뛰면 된다. 대신 그 자리를 독자들 각자의 마이크로마스터리로 채우면 어떨까?

파트 3. '일과 삶, 성공의 룰이 바뀐다'
소소한 것부터 흥미를 갖고 시작한다. 어떤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를 알려면 자신의 일과와 활동을 찬찬히 관찰해 본다. 마이크로마스터리를 배워서 다재다능해지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닌 놀라운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주변에서 사소해 보여서 지나쳤던 수많은 일들이 있다. 그것을 하나씩 숙달하다보면 어느 새 전문가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 

'작은 몰입'을 읽고난 뒤 지금까지 그랬듯이 결심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유용하지 않다. 저자가 제안한 대로 일상의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 보자.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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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놀음
박우근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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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의 앞표지를 보면 왼쪽에 '구렁이놀음'이라는 제목이 있다. '구렁이놀음'이란 무엇일까? 여기서의 '놀음'은 놀이와 같은 말로 '굿, 풍물, 인형극 따위의 우리나라 전통적인 연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도대체 구렁이를 갖고 어떤 놀이를 한단 말인가? 

제목 위에 '신화역사소설'이라는 수식어구가 있다. 그렇다면 제목에 등장하는 구렁이는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물이 아니다. 그것을 알려주는 이야기 일부가 실려 있다.

'조선시대, 제주도 김녕사굴에는 천구아구대맹이라는 거대한 구렁이가 살았다. 사람들은 구렁이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며 살아 있는 신으로 섬겼다....'

오른쪽에 세로로 길게 옛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이 흐릿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주도에서 전해져 오는 천구아구대맹이라는 구렁이 이야기를 형상화한 듯하다. 가운데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가 있고 무리가 둥글게 모여 있다. 그 아래에 지켜보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면서 살아 있는 신으로 모시는 거대한 구렁이는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이야기 소재다. 이렇듯 신화역사소설은 우리의 오랜 신화나 전설이 별개의 이야기로 존재하지 않고, 우리의 역사와 융합되어서 그럴 듯하게 꾸며져 있다.

책의 뒷표지를 보면 '신으로 군림하는 3천 년 묵은 구렁이와 타협을 모르는 19살 소년 판관의 대결!'에서 '구렁이놀음'의 전개를 짐작할 수 있다. 구렁이와 판관의 대결은 신과 인간의 대결이다. 거기서 누가 승리했을까? 책을 읽기 전 독자 스스로 자문자답해 보자.

책의 저자 박우근 작가는 전업작가가 아니다. 현재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첫 소설로 '구렁이놀음'을 썼다. 매일 법조문과 씨름하는 변호사가 작정하고 쓴 소설은 어떨까? 왠지 여느 소설과 달리 내용이며 형식이 꽤 신선하리란 기대감이 생긴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총 18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시작은 '천구아구대맹이의 내력'이다. 앞서 책의 앞표지에 수록된 제주도 구렁이의 이야기를 태고적부터 서술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의 내력은 천지왕과 두 아들 대별왕과 소별왕 형제로부터 시작한다. 태초에 혼돈이 있었으니, 빛도 어둠도 하늘도 땅도 구분이 없던 시절이었다. 혼돈의 한가운데서 천지왕이 태어났다.'

이것은 제주도에서 내려오는 신화다. 신화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여서 이게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하지만 연이어서 선문대할망이 탐라도와 삼백육십 개의 오름들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탐라도 북쪽 바다에서 전복을 따는 잠녀 일곱 명의 이야기 등이 나온다. 탐라도, 오름, 잠녀는 허구가 아니다.

신화는 현실과 결부되어서 우리의 오랜 역사를 당시 사람들의 시각에서 구성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제주도의 옛 명칭이었던 탐라도가 화산 폭발에 의해 생겨난 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지질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었던 옛날 사람들은 선문대할망이 섬을 만들었을거라고 상상했다.

'천구아구대맹이는 천 년을 넘게 살면서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진 데다 신통력도 부릴 수 있었기에 섬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섬 이름이 탐라에서 제주로 바뀌고 조선 8도 중 전라도에 속하게 된 뒤에도 유일하게 살아 있는 신으로 군림해 왔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다면 극적인 재미가 없다.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가던 서련이 혼자 힘으로 호랑이를 잡는다. 그는 뛰어난 무예 실력으로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하고 제주도 판관 벼슬을 받는다. 서련은 제주도에 부임한 뒤 김녕마을에서 구렁이 천구아구대맹이를 신으로 모시고 매년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악습을 중단시키려고 병사들을 소집해서 훈련을 시킨다.

'구렁이놀음'은 조선시대 중종 임금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책은 목차에서 보듯 신화와 역사가 교차되면서 판타지를 보듯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어디까지가 신화이고 어디부터가 역사인지를 구분할 필요 없다. 왜냐구? 이 책은 신화와 역사적인 요소들을 뒤섞어서 다루고 있다해도 명백한 소설이다.

'구렁이놀음'은 신화와 역사가 융합된 이야기로, 신과 인간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신은 전지전능하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약한 인간이 전지전능한 신에게 도전해서 이길 수 없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면 신에게 도전한 인간은 누구든지 신에게 가혹한 벌을 받았다. 그런데 제주 판관 서련은 감히 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말은 책을 완독하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련다.

그동안 숱한 옛날 이야기를 신화 따로, 역사 따로 접했다. '구렁이놀음'은 작가가 제주도 김녕마을에서 전해오는 신화를 역사와 접목시켜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그래서 파격적이면서도 신선하다. 오랜만에 옛 이야기에 흥미진진하게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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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책의 앞표지에서 제목 '한정희와 나'만 보면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지는 신간들 중의 하나이려니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왼쪽에 세로로 쓰여진 '제 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보면 책을 향한 호감이 생긴다. 상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도 상이 주는 믿음이란 게 있다. 독자들은 그것을 외면할 수 없다.

책에 수록된 10편의 소설들을 대표하는 제목 '한정희와 나'는 제 17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충실했던 독자라면 단편소설 '소나기'를 쓴 작가 황순원을 알 것이다. 황순원문학상 수상이라니 나름 소설을 긁적이는 작가로선 꽤나 욕심낼 만한 명예로운 성과이다.

책의 뒷표지 맨 위의 두 문장에 그만 마음이 꽂힌다. 
"너 정말 나쁜 아이구나. 
어린 게 염치도 없이......"
앞뒤가 논리적으로 모순된 문장이다.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그런데 아이에게 염치를 바랄 수 있을까?

위 두 문장에 이어 '한정희와 나'의 일부가 나온다. 마치 화자의 뒤늦은 후회가 담긴 고백이다. 마지막 '세상에 예상 가능한 아이란 없는 법이니까......'라는 말에서 앞에서 아이에게 내뱉은 말을 후회하면서 자책하고 있다. 그렇다면 화자와 아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수상작답게 '한정희와 나'에 관한 심사평의 일부가 나온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이면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한정희에 대한 이해의 실패, 그런 실패를 소설로 쓸 수 없는 문학적 실패를 이중으로 경험하는 소설가 나의 속절없음은 윤리적 곤궁을 드러낸다.' 라는 글에서 작품이 담아내고자 했던 스토리가 엿보인다. 실패에서 비롯된 자책감이다. 그렇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수상작가 이기호는 1999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서 등단한 작가다. 경력이 20여 년 된 기성작가다. 오랜 세월 작가로서의 내공이 녹아들었을 수상작에 관한 섣부른 기대감이 생긴다.

책의 차례는 수상작가 이기호의 수상작, 자선작, 수상 소감이 나오고, 수상후보작 8편의 작품들이 나온다. 마지막에 심사평까지 있다. 

수상작 '한정희와 나'부터 한 작품씩 찬찬히 살펴볼까?

'한정희와 나'는 화자인 나의 아내와의 인연으로 한정희가 우리집에 거주했을 때 일어났던 일을 다루고 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서 반성할 줄 모르는 정희에게 나는 끝내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한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은 화자인 내가 세들어 살던 아파트에서 겪었던 일을 다루고 있다. 사채를 이중으로 갚아야했던 권순찬이 사채업자를 향해 시위를 벌인다. 딱한 사정을 안 아파트 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주지만 받지 않는다.

수상 소감에서 이기호 작가는 황순원문학상을 한 번밖에 받을 수 없으니 자랑거리가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리고 수상 이후에도 여전히 소설을 쓸 것이라고 한다.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맞나 싶을 만큼 의외로 담담하다.

수상후보작의 면면을 살펴볼까?
구병모 작가의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는 남편의 전근으로 시골로 이사한 임산부 정주에게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인적이 드문 시골마을은 젊은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니 좁은 마을 안에서 노인들이 참견하면서 수근댄다. 

권여선 작가의 '손톱'은 엄마와 언니의 가출로 혼자 빚을 떠안은 소희의 이야기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한 푼 두 푼 따져가면서 절약하지만 끝이 보이질 않는다. 

기준영 작가의 '마켓'은 아이를 자연유산한 서연이 자신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시댁에서 벗어나 남편과의 이혼을 꿈꾸는 이야기다. 

김경욱 작가의 '고양이를 위한 만찬'은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아이가 화재로 죽은 뒤 외국으로 이민을 간 부부의 이야기다. 주방에서 손님 접대 음식을 요리하는 여자가 남편과 실랑이를 벌인다. 식칼을 들고 있는 여자가 무슨 일을 저지를까 조마조마하다.

김애란 작가의 '가리는 손'은 화자인 내가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남편없이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다. 역시 학생들의 폭력사건이 등장한다.

박민정 작가의 '바비의 분위기'는 대학원생 유미가 바라본 사촌오빠의 이야기다. 사촌오빠는 큰아빠의 재혼으로 할머니집에서 생활하면서 세상과 고립되어간다.

최은영 작가의 '601, 602'는 내가 본 옆집 친구 효진이의 이야기다. 공부 잘하는 오빠에게 수시로 얻어맞는 효진이에게 그녀의 엄마는 맞을 짓을 해서 맞는 거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한다.

편혜영 작가의 '개의 밤'은 처가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는 김이 회사에서 사고를 당한 유가족에게 보상을 하기 위해 집을 방문하면서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총 10편의 단편소설은 일상에서 만날 법한 평범한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이지만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문제를 개선할 힘이 없다. 그(녀)가 처한 현실 앞에서 그저 방관자처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알면서도 거기에 갇힌 채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에 독자도 감정이입된다.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누구든 인생을 살아가면서 본인이 제어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이내 정신차리듯 위안을 삼는다. 

오랜만에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짤막한 이야기가 주는 여운에 빠져들었다. 감질맛나지만 그게 단편소설의 묘미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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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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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주희입니다.

책의 앞표지를 보면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국가의 사기'다. 한자어 '사기'를 뜻풀이하면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여기서의 '사기'는 무슨 뜻일까? 그런데 제목 아래 덧붙여서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라고 한다. 감시라는 단어가 뒤따르는 양상을 보니 뜻이 부정적이다. 

여기서의 '사기(詐欺)'는 나쁜 꾀로 남을 속인다는 뜻이다. 제목을 대하면서 왠지 모를 불쾌감이 든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니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국민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책의 뒷표지에 독자를 안심시키려는 듯 '시민 경제학자 우석훈의 사기 치지않는 나라 만들기' 라는 저자의 의도가 적혀 있다. 사기 치지않는 나라 만들기라면 지금껏 국가가 사기를 치고 있었다는 말이다.

뒤이어 "국가가 하는 일은 크다. 그러나 크다고 해서 늘 우수한 것도, 언제나 안전한 것도 아니다." 라는 말에 살짝 위안이 된다. 국가가 하는 일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니 예기치 못한 실수가 있을 테고 그래서 모든 정책들이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저자는 독자들을 얼마나 분노하게 만들지 벌써부터 본문을 시작하기 두렵다. 

책의 저자 우석훈은 누구인가? 그는 경제학자로 한때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었던 '88만원 세대' 라는 책을 썼다. 그는 따뜻한 감성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행동하는 경제학자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세상살이와 무관하게 연구에 몰두하는 고지식한 학자의 전형은 아닌 모습이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의 서문을 살펴볼까? 촛불 집회와 함께 정권이 바뀌었다. 기분학상으론 세상이 좋아진 것 같지만, 세상이 진짜로 좋아질지는 아직도 모른다. 상식이 무너지고 블랙리스트가 난무하던 시기를 보내면서 많은 매체가 왜곡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본질이 바뀌지 않는 국가 내부의 요소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진정한 변화는 본질에서 시작하거나, 본질에 도달하여야 한다. 그게 저자가 이해한 촛불 집회의 의미다.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시작을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판결문을 인용하고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과거제도를 언급하고 있다. 과거제는 공무원 채용 제도다. 훌륭한 인재를 전국에서 많이 뽑아서 국정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이지만, 결국은 과거를 더 많이 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이 과거시험에 드는 경비를 지출하게 했다. 조선후기로 갈수록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선은 시험 부정없는 과거를 치르게 하는 개혁을 하지 못했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기 시작하면, 관행이 되고, 그렇게 자리잡으면 개선하기 아주 어려워진다. 잘못된 제도라도 이익을 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존재한다. 조선시대의 과거제 병폐는 나라가 망하고야 끝이 났다.

이렇듯 조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적 사기는 비일비재하다. 

책의 차례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소제목으로 국가의 사기에 해당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추려 보겠다.

1장 <왜 개인은 맨날 속는가?>
'돈과 사랑, 속으면서 시작하는 것'에서 우리의 삶은 속고 속이는 것의 연속이다. 하지만 사소해 보였던 속임이 인생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CDO 금융상품에 전 세계가 속았다. 한국에서 펀드 상품에 가입한 많은 사람들이 금융자산의 절반 정도를 잃었다. 

'보수 정부 9년간 급성장한 산업, 다단계'에서 한국에서 중산층의 삶은 과도한 주식투자와 무리한 주택 구입으로 어려워진다. 반면에 중산층 이하는 다단계로 개인이나 가족 단위가 어려움을 겪는다. 2000년대를 흔든 대표적인 대형 다단계 사건이 조희팔과 주수도 사건이다. 모두 수조 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단계는 공식 경제와 비공식 경제의 언저리에 걸쳐 있는 아주 독특한 경제 영역이다. 다단계 회사도 법적 실체가 있는 공식 조직이긴 하지만, 활동이 개인의 사적인 친분을 기반으로 작동해서 비공식 경제의 요소가 많다. 생산은 없고, 판매와 분배만 존재하는 특수한 서비스의 영역이다. 800만 가까이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아가는 사람은 상위 1퍼센트 미만이다. 돈뿐만 아나라 주변 지인들까지 모두 잃게 된다.

2장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이념 현상과 클랜 현상>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1 : 과도한 관심, 이념 현상'에서 국가의 실패 원인을 이념 현상으로 보았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는 한국에서 경제 정책의 방법론이 아니라 이념이 되었다. 그리고 MB 정권에서는 그냥 대통령이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극단적인 MB 자유주의' 같은 게 되었다. 박근혜 때는 더했다. 표방한 이념은 보수였는데, 극단적 이념은 극단적 실패를 만들었다. 

자유시장경제든 신자유주의든, 경제를 이념처럼 신봉하는 동안, 서민들의 삶은 현실적으로 방치되었다. 경제 능력이나 지식보다 이념에 투철한 사람들이 더 먼저 승진하고, 더 멀리 승진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2 : 과도한 무관심, 클랜 현상'에서 국가의 실패 원인을 클랜 현상으로 보았다.

클랜(clan)은 '숨어서 하는' 혹은 '비밀스러운'이란 프랑스어 형용사 클랑데스탱(clandestin)에서 유래한 용어로, '집단'을 뜻한다. 조선의 특징인 여러 문파로 갈라진 패권 세력의 갈등과 견제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이념과 집단의 이익이 부딪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전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한전의 민영화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간의 전쟁, 사회적으로 민영화에 반대하는 민주노총과 정부 사이의 갈등이었다.

3장 <네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니?>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즘 정책, 자원외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석유 자원 등 자원 개발에 뛰어든다는 건데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는다. 용어는 일본을, 행정은 중국을 따라한 것이다. 수십조 원씩 해외 원유채굴에 돈을 집어넣을 것이라면 차라리 전문적인 국제 자원 선물시장 딜러들을 훈련시켜 그 돈으로 자원 펀드를 만드는 게 더 실속있는 일이다. 자원을 좀 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크지는 않더라도 운용 수익을 남길 수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삽질, 4대강'은 돈보다 식수원의 안정성 때문에 위험한 사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사업이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사업으로 포장되었다. 최소 22조 원이 강바닥 밑으로 가라앉았다. 4대강 사업을 민간회사에 했다면? 엄청난 부수적 이권유 약속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할 민간회사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존재 자체가 사기야, 선분양과 분양권'에서 돈 받고 집을 파는 행위를 분양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주택을 사고파는 것은 매매다. 지금의 선분양 위주의 분양제는 1973년 유신 이후로 형성된 특수한 정치사회 분위기의 산물이다. 민간회사들이 저가로 아파트를 공급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보완하기 위해서 선분양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건설사가 돈이 없어도 아파트 세울 부지만 확보하고 모델하우스 보여주고 바로 소비자들에게 파는 이상한 제도가 아파트를 짓는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4장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두 가지만 잘해도 기본은...>
인사와 감사는 국가 수준에서도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국가가 국민을 때리지 않는 단계를 지났고, 사기 치지 않는 단계를 지나는 중이다. 이걸 무사히 넘기면 아마도 성숙한 자본주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기 치지 않는 나라 만들기, 그 마지막 퍼즐은 전문가의 비밀주의를 완화시키는 제도적 장치들이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거나, 더 행복하기를 위해서,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

'국가의 사기'를 읽으면서 붉으락푸르락 감정은 끝도 없이 요동친다. 물론 국가를 향한 분노, 실망이 한데 뒤섞여 있다. 국가가 국민을 속이면서 내버린 돈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서 벌어들인 돈으로 낸 세금이다.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면서 앞뒤를 신중히 따져보지 않았다. 저자의 말대로 내 돈이라면 허투루 쓰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국정 경험에서 나온 이 책으로 진실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신 바짝 차리고 국가가 하는 일을 감시해야겠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이 소수의 가진 자가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서 입안, 시행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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