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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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주희입니다.

책의 앞표지를 보면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국가의 사기'다. 한자어 '사기'를 뜻풀이하면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여기서의 '사기'는 무슨 뜻일까? 그런데 제목 아래 덧붙여서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라고 한다. 감시라는 단어가 뒤따르는 양상을 보니 뜻이 부정적이다. 

여기서의 '사기(詐欺)'는 나쁜 꾀로 남을 속인다는 뜻이다. 제목을 대하면서 왠지 모를 불쾌감이 든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니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국민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책의 뒷표지에 독자를 안심시키려는 듯 '시민 경제학자 우석훈의 사기 치지않는 나라 만들기' 라는 저자의 의도가 적혀 있다. 사기 치지않는 나라 만들기라면 지금껏 국가가 사기를 치고 있었다는 말이다.

뒤이어 "국가가 하는 일은 크다. 그러나 크다고 해서 늘 우수한 것도, 언제나 안전한 것도 아니다." 라는 말에 살짝 위안이 된다. 국가가 하는 일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니 예기치 못한 실수가 있을 테고 그래서 모든 정책들이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저자는 독자들을 얼마나 분노하게 만들지 벌써부터 본문을 시작하기 두렵다. 

책의 저자 우석훈은 누구인가? 그는 경제학자로 한때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었던 '88만원 세대' 라는 책을 썼다. 그는 따뜻한 감성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행동하는 경제학자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세상살이와 무관하게 연구에 몰두하는 고지식한 학자의 전형은 아닌 모습이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의 서문을 살펴볼까? 촛불 집회와 함께 정권이 바뀌었다. 기분학상으론 세상이 좋아진 것 같지만, 세상이 진짜로 좋아질지는 아직도 모른다. 상식이 무너지고 블랙리스트가 난무하던 시기를 보내면서 많은 매체가 왜곡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본질이 바뀌지 않는 국가 내부의 요소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진정한 변화는 본질에서 시작하거나, 본질에 도달하여야 한다. 그게 저자가 이해한 촛불 집회의 의미다.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시작을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판결문을 인용하고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과거제도를 언급하고 있다. 과거제는 공무원 채용 제도다. 훌륭한 인재를 전국에서 많이 뽑아서 국정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이지만, 결국은 과거를 더 많이 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이 과거시험에 드는 경비를 지출하게 했다. 조선후기로 갈수록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선은 시험 부정없는 과거를 치르게 하는 개혁을 하지 못했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기 시작하면, 관행이 되고, 그렇게 자리잡으면 개선하기 아주 어려워진다. 잘못된 제도라도 이익을 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존재한다. 조선시대의 과거제 병폐는 나라가 망하고야 끝이 났다.

이렇듯 조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적 사기는 비일비재하다. 

책의 차례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소제목으로 국가의 사기에 해당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추려 보겠다.

1장 <왜 개인은 맨날 속는가?>
'돈과 사랑, 속으면서 시작하는 것'에서 우리의 삶은 속고 속이는 것의 연속이다. 하지만 사소해 보였던 속임이 인생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CDO 금융상품에 전 세계가 속았다. 한국에서 펀드 상품에 가입한 많은 사람들이 금융자산의 절반 정도를 잃었다. 

'보수 정부 9년간 급성장한 산업, 다단계'에서 한국에서 중산층의 삶은 과도한 주식투자와 무리한 주택 구입으로 어려워진다. 반면에 중산층 이하는 다단계로 개인이나 가족 단위가 어려움을 겪는다. 2000년대를 흔든 대표적인 대형 다단계 사건이 조희팔과 주수도 사건이다. 모두 수조 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단계는 공식 경제와 비공식 경제의 언저리에 걸쳐 있는 아주 독특한 경제 영역이다. 다단계 회사도 법적 실체가 있는 공식 조직이긴 하지만, 활동이 개인의 사적인 친분을 기반으로 작동해서 비공식 경제의 요소가 많다. 생산은 없고, 판매와 분배만 존재하는 특수한 서비스의 영역이다. 800만 가까이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아가는 사람은 상위 1퍼센트 미만이다. 돈뿐만 아나라 주변 지인들까지 모두 잃게 된다.

2장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이념 현상과 클랜 현상>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1 : 과도한 관심, 이념 현상'에서 국가의 실패 원인을 이념 현상으로 보았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는 한국에서 경제 정책의 방법론이 아니라 이념이 되었다. 그리고 MB 정권에서는 그냥 대통령이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극단적인 MB 자유주의' 같은 게 되었다. 박근혜 때는 더했다. 표방한 이념은 보수였는데, 극단적 이념은 극단적 실패를 만들었다. 

자유시장경제든 신자유주의든, 경제를 이념처럼 신봉하는 동안, 서민들의 삶은 현실적으로 방치되었다. 경제 능력이나 지식보다 이념에 투철한 사람들이 더 먼저 승진하고, 더 멀리 승진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2 : 과도한 무관심, 클랜 현상'에서 국가의 실패 원인을 클랜 현상으로 보았다.

클랜(clan)은 '숨어서 하는' 혹은 '비밀스러운'이란 프랑스어 형용사 클랑데스탱(clandestin)에서 유래한 용어로, '집단'을 뜻한다. 조선의 특징인 여러 문파로 갈라진 패권 세력의 갈등과 견제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이념과 집단의 이익이 부딪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전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한전의 민영화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간의 전쟁, 사회적으로 민영화에 반대하는 민주노총과 정부 사이의 갈등이었다.

3장 <네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니?>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즘 정책, 자원외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석유 자원 등 자원 개발에 뛰어든다는 건데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는다. 용어는 일본을, 행정은 중국을 따라한 것이다. 수십조 원씩 해외 원유채굴에 돈을 집어넣을 것이라면 차라리 전문적인 국제 자원 선물시장 딜러들을 훈련시켜 그 돈으로 자원 펀드를 만드는 게 더 실속있는 일이다. 자원을 좀 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크지는 않더라도 운용 수익을 남길 수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삽질, 4대강'은 돈보다 식수원의 안정성 때문에 위험한 사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사업이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사업으로 포장되었다. 최소 22조 원이 강바닥 밑으로 가라앉았다. 4대강 사업을 민간회사에 했다면? 엄청난 부수적 이권유 약속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할 민간회사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존재 자체가 사기야, 선분양과 분양권'에서 돈 받고 집을 파는 행위를 분양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주택을 사고파는 것은 매매다. 지금의 선분양 위주의 분양제는 1973년 유신 이후로 형성된 특수한 정치사회 분위기의 산물이다. 민간회사들이 저가로 아파트를 공급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보완하기 위해서 선분양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건설사가 돈이 없어도 아파트 세울 부지만 확보하고 모델하우스 보여주고 바로 소비자들에게 파는 이상한 제도가 아파트를 짓는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4장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두 가지만 잘해도 기본은...>
인사와 감사는 국가 수준에서도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국가가 국민을 때리지 않는 단계를 지났고, 사기 치지 않는 단계를 지나는 중이다. 이걸 무사히 넘기면 아마도 성숙한 자본주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기 치지 않는 나라 만들기, 그 마지막 퍼즐은 전문가의 비밀주의를 완화시키는 제도적 장치들이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거나, 더 행복하기를 위해서,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

'국가의 사기'를 읽으면서 붉으락푸르락 감정은 끝도 없이 요동친다. 물론 국가를 향한 분노, 실망이 한데 뒤섞여 있다. 국가가 국민을 속이면서 내버린 돈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서 벌어들인 돈으로 낸 세금이다.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면서 앞뒤를 신중히 따져보지 않았다. 저자의 말대로 내 돈이라면 허투루 쓰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국정 경험에서 나온 이 책으로 진실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신 바짝 차리고 국가가 하는 일을 감시해야겠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이 소수의 가진 자가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서 입안, 시행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https://m.blog.naver.com/geowins1/221223675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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