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속예술 현대의 지성 37
임재해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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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예술을 귀족예술과 민속예술로 구분해 볼때, 양자의 관계는 우열이나 선악의 논리로 설명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문화의 기원을 밝히려는 작업에서 외래기원설이냐 주체기원설이냐가 상당한 논란거리로 남는데, 이상적인 문화의 순수성이란 우스운 가상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문화는 그들만의 주체적인 문화이고 또한 외래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한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문화가 얼마나 삶의 해방에 기여하고 있느냐 혹은 창조적 생명력을 발휘 하느냐에 있다.

이 책은 우리의 민속에술인 가면극, 음악, 미술, 무용을 다루고 있다. 문학이 빠져 있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상위범주로서 설화, 민요, 무가, 가면극을 포함하는 상대적으로 다른 민속예술의 하위범주들에 비해 광범위한 카테고리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일것이다.

민속예술을 광범위하게 조망하되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결코 소흘하지 않는 여러 글들은 앎의 즐거움으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민속예술의 연구에 많은 성과를 내 놓은 필자들의 뒤어난 저술들을 모아 놓았다는데서도 이 책의 가치는 높이 평가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민속예술의 개론적 소개를 제대로 하고 있다.

책을 엮은 임재해의 글들은 현장론적 관점 다시말해 예술사회학적 관점을 반성적으로 검토한 방법론을 통해 우리 민속예술의 전반에 접근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연구 방법론이라 여겨진다.

민속문화의 핵심은 종교성에 있다. 종교적 성질이 탈락될때, 민속문화의 기능은 새롭게 전이되고 그 본질적 생명력은 심가한 타격을 받게된다. 그 장구한 전승력 또한 민속예술의 종교적 성질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에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할것 같다.
또한 민속예술은 민족에술로서의 민중성에 기반하고 이는 개성보다는 공동체적 유기성에 기반한다. 이러한 민중성과 공동체적 성격은 분열되고 파편화되고 있는 이 시대의 문화적 병폐속에서 새로운 논리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문예비평가인 레이몬드 윌리암스도 전통속의 공동체성을 천착해 들어갔는데, 그러한 논리도 나른대로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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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향토신앙
장주근 / 을유문화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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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순수성을 따져보는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작업이 국수주의니 민족주의니 하는 상투적 비난을 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순수성이라는게 100% 무균질의 순수성일 수도 없는 것이다. 과연 이상적인 순수함의 고유성을 가진 문화가 가능하기는 한것인가?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상대적인 의미에서, 인위적인 조작이나 타율적 문화감염 이전의 우리 문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자율적이고 주체적이었던 시절의 문화의 순수성이다. 우리의 향토신앙이 바로 그런 자리에 위치하고 있지 않을까?

이책은 한국 향토신앙을 현지답사와 현지조사를 통해 보고하고 있다. 에세이적인 글쓰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세부적인 민속정보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책의 미덕이다.

'단골과 광대'에서는 단골의 가계분석을 통해 판소리 창자를 비롯한 광대와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있다. 판소리의 무가 기원설은 '조선창극사'(정노식)에 처음 예시되었고 이제는 학술적으로 가장 유력한 학설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만 가계조사를 통해 그러한 연관 관계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인간문화재 지정 초기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언급은 무속에 기반한 광대들의 사회학적 계층론의 연구를 예시하고 있다.

각종 동제와 제주도 무가인 본풀이에 대한 분석은 이 분야의 기초적인 정보를 잘 알려주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것은 향토신의 대부분이 여신이라는 사실이었다. 무조신인 바리공주를 비롯해 여신이 두드러진것은 샤머니즘의 여성성을 예시할 수 있는 단서가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현장감있는 서술로 간접적인 현지조사를 체험하게 해준다는데서 이 책의 가치는 입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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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 실재
필립 윌라이트 지음 / 한국문화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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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있는 책이란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작지만 많은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것은 신화적 상상력의 힘에대한 윌라이트의 찬미이다. 합리적이고 실증적인 언어를 폐쇄적이고 고정적인 협의어로 규정하면서 초월적 인식을 지향하는 개방적 언어로서의 은유, 상징, 원형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논의는 주체, 언어, 객체가 실재의 인식과 소통에서 어떠한 위상과 기능을 감당하는가를 천착한다. 은유나 상징은 특히 위의 3요소중 언어에 깊게 관여하며, 이들의 복합적인 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학교에서 시론을 배우때마다 등장하는 은유이론에 고정된 휠라이트가 아니라 신화적 상상력을 통한 진리를 지향하는 진보주의자로서의 윌라이트를 만날 수 있었다. 참 좋은 독서였다. 진리는 여자를 닮았다고한 니체의 인용은 이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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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 - 지식의 초점 6-003 (구) 문지 스펙트럼 3
박성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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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시민의 100분토론'을 보니 노무현과 하순봉 의원이 출연해서 열띤 논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의 토론주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노무현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한 나의 반응의 이면엔 복잡한 수사적 메카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저자는 수사학의 개념(공시적 수사학)과 역사(통시적 수사학)을 분석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명쾌한 문체와 요약적 진술이 수사학 개론서로서의 가치를 더높여준다.

수사학의 개념을 정리하는 부분에서는 수사학을 크게 정감적 호소(파토스, 로고스)와 이성적 논증(로고스)의 측면으로 분류하고, 수사학의 기술적 요소로를 다섯가지 나누어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수사학의 역사는 고대수사학-고전 수사학-현대수사학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고찰하며서 실천적 기술에서 제도적 학문으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하면서 수사학의 역사를 '줄어든 수사학'으로 보는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고대 희랍에서의 설득을 위한 언어의 기술에서부터 오늘날의 시학과 소통이론에 이르기까지 수사학은 중요한 기술 혹은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사학에 대한 연구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고 학계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듯한데, 그것은 언로의 민주적 소통이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던 우리 역사의 질곡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수사학의 정치성은 이런 의미에서 민주적인 언어 소통의 실천논리로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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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반응비평
차봉희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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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문학자인 차봉희 교수가 독일 문예학의 중심적인 이론으로 자리잡은 독자반응비평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편역한 저서이다.

역시 독일의 관념 철학은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루카치가 헤겔의 철학에 영향받은 것처럼 볼프강 이저 또한 후설의 현상학에 영향받으면서 잉가르덴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독자의 주체적인 능동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러시아 형식주의 자들의 낯설게하기나 프라하 학파의 탈자동화 그리고 브레히트의 소격 효과를 떠오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전통 미학은 독자 반응 이론의 모범적인 예가 될 수도 있을 듯 한데...

저자의 허구화와 이에 상응하는 독자의 상상작용을 통한 심미적 체험인 텍스트의 구체화를 미결정적 공백의 채움이라는 능동적 독서행위로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잉가르덴의 수동적인 독자론을 비판하고 또한 독자가 주관성에 함몰되는 것도 경계한다.

텍스트와 작품의 구별, 유희과정 혹은 응고화 과정으로서의 독서 과정에 대한 설명 그리고 허구에 대한 천착을 통해 사실적 체험으로서의 텍스트 체험을 설명한다. 바르뜨의 '텍스트의 유희', '저자의 죽음'론도 독자 반응비평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나 작품에 주어졌던 과도한 관심을 독자에게 분산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반응비평의 의의가 있고 더이상 텍스트는 한가지 중심적 의미를 가진 수수께끼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주의적인 전범으로서의 작품은 지양되는 것이다.

진리의 인식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한 포스트 모던한 분위기가 독자 반응 비평의 이면에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을것 같다.

문학론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리의 인식으로 수렴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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