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향토신앙
장주근 / 을유문화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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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순수성을 따져보는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작업이 국수주의니 민족주의니 하는 상투적 비난을 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순수성이라는게 100% 무균질의 순수성일 수도 없는 것이다. 과연 이상적인 순수함의 고유성을 가진 문화가 가능하기는 한것인가?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상대적인 의미에서, 인위적인 조작이나 타율적 문화감염 이전의 우리 문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자율적이고 주체적이었던 시절의 문화의 순수성이다. 우리의 향토신앙이 바로 그런 자리에 위치하고 있지 않을까?

이책은 한국 향토신앙을 현지답사와 현지조사를 통해 보고하고 있다. 에세이적인 글쓰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세부적인 민속정보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책의 미덕이다.

'단골과 광대'에서는 단골의 가계분석을 통해 판소리 창자를 비롯한 광대와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있다. 판소리의 무가 기원설은 '조선창극사'(정노식)에 처음 예시되었고 이제는 학술적으로 가장 유력한 학설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만 가계조사를 통해 그러한 연관 관계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인간문화재 지정 초기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언급은 무속에 기반한 광대들의 사회학적 계층론의 연구를 예시하고 있다.

각종 동제와 제주도 무가인 본풀이에 대한 분석은 이 분야의 기초적인 정보를 잘 알려주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것은 향토신의 대부분이 여신이라는 사실이었다. 무조신인 바리공주를 비롯해 여신이 두드러진것은 샤머니즘의 여성성을 예시할 수 있는 단서가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현장감있는 서술로 간접적인 현지조사를 체험하게 해준다는데서 이 책의 가치는 입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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